천연 해양곰팡이 추출로 두 가지 후보물질 얻어
김양수 울산의대 교수, 연구 성과 중간 발표
국내연구진이 바다에서 천연 해양곰팡이로 추출한 새로운 항생 물질을 개발해, 슈퍼박테리아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아산병원은 김양수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가 이끄는 '국토해양부 해양천연물신약연구단항생제팀'이 메타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MRSA)과 슈퍼박테리아 박멸에 효과적인 감염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김 교수팀에 따르면, 이번에 개발한 후보물질은 바다의 천연곰팡이로부터 얻어낸 유도화합물 '스트렙토마이세스'라는 방선균에서 추출해 냈다.
신규 후보물질들은 '7-phenyl 플라텐시마이신'과 '11-methyl-7-phenyl 플라텐시마이신'이라는 두 가지 물질로 기존 항생제들과 작용 기전이 달라 내성이 적고 슈퍼박테리아를 없애는 데 효과적이다.
이 두 가지 후보 물질은 현재 전임상시험 단계로 약물의 효능과 대사 안정성·독성 등 지금까지 시행한 다양한 실험에서 모두 우수한 성적을 보였다.
이 신규 물질들은 기존 항생제들과는 다른 새로운 작용 기전을 통해 세균의 성장을 억제한다.
기존에 개발된 항생제들은 세포벽 합성 억제 또는 단백합성 억제 등의 작용 기전을 기본으로 약간의 변형을 이루는 형태였기 때문에 내성이 쉽게 생기는 문제가 있었다.
세균 지방산 합성 억제…낮은 내성 발현율 보여
하지만 신규 물질들은 지금까지 개발되지 않은 '세균의 지방산 합성 억제'라는 새로운 작용 기전을 통해 실제 실험에서도 매우 낮은 내성 발현율을 보여 기존 항생제들의 내성 발생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일정한 환경에서 특정 미생물의 성장을 가로막는 최소한의 항생제 농도를 의미하는 '최소억제농도'도 매우 낮게 측정됐다.
신규물질은 최소억제농도가 0.5mg/L 이하의 값으로, 이 수치는 현재 MRSA 치료를 위해 사용되고 있는 항생제인 반코마이신이나 리네졸리드에 비해 최소억제농도가 3배 이상 낮은 수치이다.
이는 적은 용량만으로도 세균의 성장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내며, 이번에 발견한 신규물질의 항균력이 뛰어남을 의미한다.
특히 슈퍼박테리아에서는 반코마이신 항생제와 비교할 때 최소억제농도가 최대 32배 낮은 결과로 적은 양으로도 슈퍼박테리아 박멸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신규 물질을 대표적인 병원균인 MRSA에 감염된 생쥐에게 투여했을 때에는 특정 농도에서 100%에 이르는 생존율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양수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번에 개발된 두 가지 신규 후보물질들은 무한한 자원의 보고인 해양곰팡이에서 추출됐으며 세균의 지방산 합성을 억제하는 기전의 신 물질"이라며 "이로써 기존 항생제들이 쉽게 내성이 생기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김 교수는 "슈퍼박테리아 박멸이 가능한 획기적인 항생제 개발의 초석이 되는 연구 결과로 동물실험을 포함한 전임상 시험에서처럼 앞으로의 실험 및 임상시험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토해양부는 무한한 자원의 보고인 해양에서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평가되는 바이오 신약사업 분야를 선점하기 위해 '해양천연물신약연구단(단장․강헌중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을 구성하고 산․학․연을 연계해 경제성 있는 신약개발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