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8 19:59 (일)
응급피임약 '정부 정책' 국민건강 '퇴보'

응급피임약 '정부 정책' 국민건강 '퇴보'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2.06.15 13:48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부인과의사회 "일반의약품 전환 정책 즉각 폐기해야" 성명

▲ 대한산부인과학회·대한산부인과의사회·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의사들 모임 등이 7일 오후 보건복지부 앞에서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 분류에 반대하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왼쪽 두 번 째부터 최안나 진오비 대변인·박노준 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장·신정호 대한산부인과학회 사무총장.ⓒ의협신문 김선경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에 대해 "국민의 건강을 증진해야 할 정부 정책이 오히려 최악의 결정으로 퇴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충격적 사건"이라며 즉각 폐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산부인과의사회는 15일 성명서를 통해 "식약청이 '장기간 또는 정기적으로 복용하지 않고 1회 복용하는 의약품이기 때문에 부작용 걱정이 없고 안전하다'고 말하는 반면, '사전피임약에 대해서는 장기간 복용시 혈전증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발표는 응급피임약을 통한 피임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식으로 오해의 소지를 갖고 있다"면서 "20대 여성들의 응급 피임약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이미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와이즈우먼의 피임생리이야기'(http://www.wisewoman.co.kr/piim365)란 사이트를 통해 무료 상담활동을 벌이고 있는 산부인과의사회 상담의들은 "우리나라 20대 여성들에게는 응급피임약이 응급할 때 복용하는 약이 아니고 성관계 후 복용하는 사후피임약인 것이 이미 현실"이라며 "진료현장에서도 응급피임약을 매번 처방받기 번거롭다며 여러회 분을 한꺼번에 처방해 달라는 환자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데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밝혔다.

산부인과의사회는 "2011년 한국 여성의 일반 피임약 복용률이 2.8%인데 반해, 의사 처방전이 필요한 응급피임약 복용률은 5.6%로 두 배에 달할 정도로 높은 실정"이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편의성과 접근성만 강조해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응급피임약을 구입할 수 있게 된다면, 응급피임약이 계획적인 사전피임 없는 성관계 후 누구든지 언제 어디서나 즐겨 사용하는 사후 피임약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응급피임약을 자유롭게 구입하도록 해도 응급피임약의 피임효과는 85%로 사전피임약의 92∼99%에 비해 충분히 신뢰할 만큼 높지 않다"면서 "정확한 복약 지도에 따라 응급피임약을 먹더라도 100명 중 15명 꼴로 임신이 되기 때문에 원하지 않는 임신과 낙태를 줄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일반피임약 10∼15배 고용량 호르몬…반복 사용 부작용 커
산부인과의사회는 "응급피임약은 일반피임약의 10∼15배에 해당하는 고용량 호르몬 제제로 약 31%의 여성들에서 대량출혈의 부작용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복용 후 2시간 이내 구토 등의 부작용으로 인해 약이 흡수되지 않는다면 응급피임약 복용이 무용지물이 된다"고 부작용 문제를 들췄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응급피임약 복용 후 자궁외임신이 보고되기도 했다"며 "나팔관 내에 수정란이 착상이 될 경우 나팔관 절제 등 생식기의 영구손상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관계 연령은 빨라지고, 결혼 및 임신 연령은 늦어지는 현 추세를 볼 때, 10대나 20대 초반 여성들이 고용량 호르몬에 반복적으로 노출됐을 때 생기는 부작용이 임신이나 출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

"신체적으로 아직 완전히 성숙되지 않은 10대 청소년의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심각하므로, 10대 청소년의 응급피임약 복용에 안전장치를 달면 된다는 주장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밝힌 산부인과의사회는 "청소년 음주를 법으로 금지해도 주민등록증을 위조하거나 대여해 음주하는 청소년들이 많은 것처럼, 응급피임약이 일단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되면 10대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응급피임약 오남용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언급했다.

일부 선진국 사례를 들어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밝힌 산부인과의사회는 "피임률이 높은 영국·스웨덴·노르웨이·미국 등에서조차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 후 원하지 않는 임신이나 낙태율은 줄어들지 않는 반면, 응급피임약 판매와 성병만 폭발적으로 증가한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개방된 약국서 응급피임약 복약지도 한다니
산부인과의사회는 "응급피임약 복용 및 피임 상담은 여성의 매우 사적인 문제인 만큼 노출된 '약국'이 아니라 의사와 1대 1 상담이 가능한 '병원'이 적합하다"는 입장이다.

응급피임약 처방 시 성생활 시기, 배란일 여부, 금기증이 있는지, 임신상태는 아닌지 등을 물어보고 응급피임법사용이 적합한지, 환자에 대한 선별과 이에 따른 진료가 필요하고, 약의 부작용, 주의사항, 응급시 대처방법 등의 지도해야 하며, 평소 계획을 세워 실천할 수 있는 사전피임 상담을 개방된 공간인 약국에서 하기 어렵다는 것.

따라서 응급피임약을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으면, 원하지 않는 임신이나 낙태율이 내려갈 것이라는 주장은 논리적인 근거가 부족하며, 여성과 초기 태아에게 심각한 건강상의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계획 피임 저하…성병·불임 증가 대재앙
산부인과의사회는 "응급피임약이 일반화될 경우 콘돔 이용·피임약 복용·피임시스템 시술 등 현재도 미미한 사전피임 실천율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며 "이는 원하지 않는 임신이나 불법낙태를 오히려 늘릴 뿐 아니라, 성감염성 성병이 전파될 위험도 더 증가함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콘돔없는 성관계를 통해 성병이 전파되면서 여성의 골반염이나 생식기 손상을 야기하고, 원하지 않는 임신이나 불법낙태 등으로 인한 부작용 등이 생길 수 있다"고 밝힌 산부인과의사회는 "여성들이 원하는 시기에 임신을 하기 어려운 불임 문제를 야기할 것이고, 응급피임약 복용으로 인한 2∼3차 부작용이 양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폭력 등 원치 않는 성관계를 했을 경우 현재도 병원 응급실 등에서 응급피임약 복용 및 필요한 조치를 받을 수 있다고 밝힌 산부인과의사회는 "응급피임약을 누구나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게 된다면, 성폭력 남성이 피해여성에게 강제로 응급피임약을 복용시키는 불상사도 생길 수 있다"면서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은 즉각 폐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은 피임약의 복용률이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지고 피임 및 성에 대한 바른 인식이 정착된 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면서 "어렸을 때부터 계획적인 피임에 대해 교육하고, 실천하는 실질적인 성교육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밝혔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