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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피임약 일반의약품 전환 "부작용 커"

응급피임약 일반의약품 전환 "부작용 커"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2.06.01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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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의사회, 접근성 높이려면 24시간 문 여는 응급실서 투약해야
호르몬제재 경구피임약도 산부인과전문의 상담·복용지도 바람직

▲ 응급피임약은 일반 피임약 10~15알을 한꺼번에 먹는 것과 같은 고용량의 호르몬이기 때문에 반복해서 여러 번 사용할 경우 여성의 월경주기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일반 피임약의 최고 30배에 달할 정도로 고용량 호르몬 제재가 포함돼 있는 응급피임약을 의사의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손쉽게 구입토록 하게 되면 여성 건강에 악영향을 주고, 성문화의 왜곡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박노준)는 30일 일부 언론이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응급피임약을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했다'고 보도한 데 대해 "응급피임약을 일반약으로 전환하자는 일부 단체들의 주장을 그대로 게재한 것"이라며 "의약품 재분류 발표를 앞두고 식약청에 무언의 압력을 행사하려는 것은 아닌지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해 약국에서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게 하면 자유분방한 성행위와 성병을 증가시키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한 산부인과의사회는 "일반 피임약의 10∼30배에 달하는 고용량호르몬 제재를 오남용 하게 되면 여성건강에 위험을 주고,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젊은 여성과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미성년자들은 상담을 통해 본인에게 맞는 계획적인 피임을 하기 보다는 응급피임약에 기대는 경향이 높다"면서 "단순히 구매 편의를 위해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오남용을 부르게 된다"고 비판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한 영국·스웨덴·노르웨이·미국·중국 등에서는 응급피임약 복용 확산과 함께 성병이 증가하고, 낙태는 감소하지 않았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며 "응급피임약만 믿고 피임없이 자유분방한 성행위가 증가하고, 반복 사용으로 피임 실패율이 높아지면 원치 않는 임신을 줄이지 못하면서, 성병만 증가시키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언급했다.

의료계는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할 경우, 성병·골반염·불법 낙태·불임이 증가해 저출산 대책에 역행할 뿐 아니라 보험재정 지출 또한 증가하는 악순환이 초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접근성을 이유로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24시간 운영되고 있는 산부인과병원이 근처에 얼마든지 있어 산부인과 전문의를 손쉽게 만날 수 있고, 병원 응급실도 24시간 운영하고 있다"면서 "토요일 오후 3∼4시경까지 외래진료가 가능하고, 그 후라 할지라도 다음 월요일(48시간내)이면 얼마든지 전문의에게 처방전을 받아 안전하게 응급피임약 복용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한 밤 중에 문이 열린 약국을 찾아 해매야 하는 일반약으로 재분류할 것이 아니라, 24시간 운영하고 있는 병원에서 응급약을 직접 투약할 수 있도록 '의약분업 예외약품'으로 지정하는 것이 보다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오남용 방지를 내세운 의약분업의 취지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응급피임약을 전문의약품에서 제외하는 것은 편리성만을 내세운 아주 위험한 발상이자 오남용 방지를 내세운 의약분업의 취지를 훼손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며 "차제에 모든 경구피임약도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해 산부인과 전문의의 상담과 관리하에 여성건강을 위해 처방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응급피임약이 전문약이어야 하는 이유
(자료제공=대한산부인과의사회)


첫째, 응급피임약의 피임성공률은 신뢰할 수준이 되지 못한다.

응급피임약은 응급 상황에서 임신을 막기 위해 말 그대로 '응급'으로 사용하는 약으로 피임실패율이 평균 15%나 되어, 제대로 복용할 경우 99%이상의 피임효과를 얻을 수 있는 일반 피임약이나 자궁내 피임장치에 비해 피임효과가 현저히 낮다. 따라서 이러한 응급피임약만 믿고 사전 피임을 철저히 하지 않는 성관계가 무분별하게 늘어난다면, 오히려 원치 않는 임신이나 불법낙태가 더 확산될 것이다.

둘째, 응급피임약은 정상용량 범위에서 사용하더라도 부작용을 무시할 수 없는 약이다.

가장 큰 부작용으로는 복용 후 15%에 달하는 임신이지만, 복용 후 평균 31%에서 나타나는 출혈과 이를 생리로 오인해 이어지는 임신에도 주의해야 하며, 오심과 복통 등 그 밖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응급피임약에는 황체호르몬인 레보놀게스트렐이 1정당 1.5mg이 함유돼 있다. 이 레보놀게스트렐은 일반 피임약인 미니보라 1정과 쎄스콘 1정에는 0.15mg, 에이리스 1정에는 0.1mg이 함유돼 있다. 즉, 응급피임약은 일반 피임약 10∼15알을 한꺼번에 먹는 것과 같은 고용량의 호르몬이기 때문에 한 월경주기에 며칠 간격으로 반복해서 여러 번 사용할 경우 여성의 월경주기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 응급피임약 복용 후 2시간 이내에 구토를 해 약효를 기대할 수가 없는데도 응급피임약을 복용하였다고 안심하고 지나다가 늦게 임신이 발견돼 곤란을 겪는 경우도 있다. 또한 자궁외임신을 예방하지 못하므로 응급수술로 나팔관을 제거하는 경우도 있다.

셋째, 접근성을 이유로 일반약 전환을 주장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일반약 전환을 희망하는 단체의 주장에 따르면 응급피임약은 성교 후 빨리 복용해야 하는데 처방에 시간이 걸리므로,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한다. 응급피임약을 그렇게 빨리 먹어야 한다면 병원 응급실에서 약을 받으면 된다. 실제로 응급피임약을 응급실에서 처방 받는 경우 원내 약국에서 24시간 내내 즉시 구입, 복용이 가능하다. 이에 반해 약국은 대개 밤 9시까지, 주말에는 당번약국만이 열려 있으므로 오히려 병원이 훨씬 접근성이 높다. 박카스와 같은 드링크류도 부작용을 이유로 슈퍼 판매를 반대하면서, 일반 피임약에 함유된 호르몬의 10∼30배의 고용량의 호르몬을 한꺼번에 먹게 되는 응급피임약을 접근성 개선을 이유로 일반의약품 전환을 주장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넷째, 어렸을 때부터 계획적인 피임과 피임에 대해 교육하고 실천하는 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못한 우리나라에서 응급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은 시기상조이다.

피임효과가 확실한 일반 경구 피임약 복용률이 유럽은 30∼40%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약 2%로 현저히 낮다.
누가 피임을 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여성이 피임을 해야 한다"는 답이 4.8%에 불과하며, 학교 성교육의 이해도가 36%, 만족도가 12%로 매우 낮아 실질적인 성교육 및 피임교육이 아직 정착되지 않고 있다. 피임 실천률과 피임의식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은 국가에서도 일반적으로 모든 경구피임약은 전문의약품이며, 응급피임약의 경우 일반약일지라도 오남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안전장치를 구축하고 있다. 나라에 따라서는 연령제한을 두어 청소년은 반드시 병원 처방전이나 부모 동의서가 필요하고, 복용할 당사자, 즉 본인이 직접 구입해야 하며, 8∼10분 이상 상담 후에 구입할 수 있고, 본인의 증상과 응급피임약의 위험을 인지하고 있다는 동의서에 확인해야 하는 등의 예이다. 따라서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은 피임약의 복용률이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지고 피임 및 성에 대한 인식이 정착된 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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