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의사회, 접근성 높이려면 24시간 문 여는 응급실서 투약해야
호르몬제재 경구피임약도 산부인과전문의 상담·복용지도 바람직
일반 피임약의 최고 30배에 달할 정도로 고용량 호르몬 제재가 포함돼 있는 응급피임약을 의사의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손쉽게 구입토록 하게 되면 여성 건강에 악영향을 주고, 성문화의 왜곡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박노준)는 30일 일부 언론이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응급피임약을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했다'고 보도한 데 대해 "응급피임약을 일반약으로 전환하자는 일부 단체들의 주장을 그대로 게재한 것"이라며 "의약품 재분류 발표를 앞두고 식약청에 무언의 압력을 행사하려는 것은 아닌지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해 약국에서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게 하면 자유분방한 성행위와 성병을 증가시키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한 산부인과의사회는 "일반 피임약의 10∼30배에 달하는 고용량호르몬 제재를 오남용 하게 되면 여성건강에 위험을 주고,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젊은 여성과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미성년자들은 상담을 통해 본인에게 맞는 계획적인 피임을 하기 보다는 응급피임약에 기대는 경향이 높다"면서 "단순히 구매 편의를 위해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오남용을 부르게 된다"고 비판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한 영국·스웨덴·노르웨이·미국·중국 등에서는 응급피임약 복용 확산과 함께 성병이 증가하고, 낙태는 감소하지 않았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며 "응급피임약만 믿고 피임없이 자유분방한 성행위가 증가하고, 반복 사용으로 피임 실패율이 높아지면 원치 않는 임신을 줄이지 못하면서, 성병만 증가시키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언급했다.
의료계는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할 경우, 성병·골반염·불법 낙태·불임이 증가해 저출산 대책에 역행할 뿐 아니라 보험재정 지출 또한 증가하는 악순환이 초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접근성을 이유로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24시간 운영되고 있는 산부인과병원이 근처에 얼마든지 있어 산부인과 전문의를 손쉽게 만날 수 있고, 병원 응급실도 24시간 운영하고 있다"면서 "토요일 오후 3∼4시경까지 외래진료가 가능하고, 그 후라 할지라도 다음 월요일(48시간내)이면 얼마든지 전문의에게 처방전을 받아 안전하게 응급피임약 복용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한 밤 중에 문이 열린 약국을 찾아 해매야 하는 일반약으로 재분류할 것이 아니라, 24시간 운영하고 있는 병원에서 응급약을 직접 투약할 수 있도록 '의약분업 예외약품'으로 지정하는 것이 보다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오남용 방지를 내세운 의약분업의 취지를 훼손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응급피임약을 전문의약품에서 제외하는 것은 편리성만을 내세운 아주 위험한 발상이자 오남용 방지를 내세운 의약분업의 취지를 훼손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며 "차제에 모든 경구피임약도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해 산부인과 전문의의 상담과 관리하에 여성건강을 위해 처방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응급피임약이 전문약이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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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피임약은 응급 상황에서 임신을 막기 위해 말 그대로 '응급'으로 사용하는 약으로 피임실패율이 평균 15%나 되어, 제대로 복용할 경우 99%이상의 피임효과를 얻을 수 있는 일반 피임약이나 자궁내 피임장치에 비해 피임효과가 현저히 낮다. 따라서 이러한 응급피임약만 믿고 사전 피임을 철저히 하지 않는 성관계가 무분별하게 늘어난다면, 오히려 원치 않는 임신이나 불법낙태가 더 확산될 것이다. 둘째, 응급피임약은 정상용량 범위에서 사용하더라도 부작용을 무시할 수 없는 약이다. 셋째, 접근성을 이유로 일반약 전환을 주장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넷째, 어렸을 때부터 계획적인 피임과 피임에 대해 교육하고 실천하는 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못한 우리나라에서 응급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은 시기상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