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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권리 게시 의무화...의사들 '분통'

환자 권리 게시 의무화...의사들 '분통'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2.05.1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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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안내판 만들어 부착, 위반시 과태료...개원가 "의사 무시 지나치다"

환자의 알권리 등이 적힌 액자를 모든 의료기관에 의무 게시토록 하는 법개정을 놓고 개원가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8월부터 모든 의료기관의 접수창구와 응급실에 ▲진료받을 권리 ▲알권리 및 자기결정권 ▲비밀보장권 ▲피해를 구제받을 권리 등 환자의 권리·의무에 관한 내용을 담은 일정 크기 이상의 액자 또는 전광판을 비치토록 하고, 위반시 1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15일 입법예고했다.

이에 대해 일선 의사들,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 원장들의 성토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제도의 본래 취지가 환자의 권리를 제대로 고지함으로써 불이익·불편을 최소화하는데 있다지만, 마치 지금까지는 환자들이 의료기관 내에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해 불이익을 받아왔다는 오해의 소지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유명 인터넷 의사 커뮤티니의 한 회원은 "복지부가 의사를 얼마나 우습게 알면 이런 생각을 다 했을까?"라며 울분을 토했다. 또 다른 회원은 "의사노예가 자비 들여서 국가의 명을 따르라는 것"이라고 비꼬았으며 "보건복지부가 미친것 같다"는 격앙된 반응도 나왔다.

게시판에는 특히 탄원서와 법적 소송, 규탄대회를 열어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고, 시행규칙 개정안을 만든 장본인이라며 복지부 모 서기관의 실명과 전화번호까지 올라왔다.

서울의 한 개원의는 "환자의 권리를 꼭 이런 방식으로 알려줄 수밖에 없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의사와 환자간의 라포를 해치는 매우 유치하고 저급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송형곤 의협 공보이사 겸 대변인은 "의료현장에서 너무도 당연하게 준수되고 있는 사항들을 새삼스럽게 액자로 다시 제작해 게시토록 강제함으로써, 오히려 의료인이 소신진료를 주저하게 되고 환자와의 신뢰관계 또한 저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 대변인은 "결국 정부가 의료인을 압박하려는 수단으로 이같은 환자권리 게시 강요를 들고 나왔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의협은 환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개정안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과태료로 강제화하는 환자권리 게시는 적극 반대할 것이며, 법률 검토를 통해 개정안의 문제점을 복지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환자의 권리와 의무를 게시해야 한다면 의료인의 권리와 의무, 정부의 권리와 의무까지 포함시킨 게시물을 의협에서 일괄 제작·배포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번에 입법예고된 시행규칙은 지난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에 따른 후속 조치다. 의협은 2009년 6월 새누리당 정미경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하자 즉시 '수용불가' 입장을 밝히고 개정안 철회를 요구했다.

당시 의협은 의견서를 통해 "의료법에는 의료인이 환자에게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할 의무를 선언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 같은 선언적 규정에 근거해 별도의 의무를 규정하고 나아가 과태료 등 행정상 제재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또 "의료인과 환자는 기본적으로 대립적 관계가 아닌 상호 협력의 관계"라고 밝히고 "해당 규정은 의료인과 환자의 신뢰관계를 왜곡시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는데 장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미경 의원은 지난 4.11 총선에서 공천 탈락 후 무소속으로 수원 권선을 지역구에 출마, 낙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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