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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외과의사 "이 나이에 웬 학생회장이냐고요?"

별난 외과의사 "이 나이에 웬 학생회장이냐고요?"

  • 이은빈 기자 cucici@doctorsnews.co.kr
  • 승인 2012.04.1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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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방송통신대 11년째 재학 중인 성대림 원장
환자 없는 틈틈이 '열공'…컴퓨터학과 졸업 예정

 
얇게 썬 분홍빛 돼지고기가 인심 좋게 쌓여 있었다. 한 점을 집어 팔팔 끓는 물에 살짝 담가 파릇파릇한 채소와 곁들였다. '제주산'이라는 글자가 유난히 반가웠다.

서귀포시의 유명인사 성대림 원장을 만난 곳은 그가 개원하고 있는 의원도, 제주도의사회 총회가 열리는 행사장도 아닌, 제주시 노형동의 한 샤브샤브 식당이었다. 성 원장이 총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방송통신대학교 바로 앞에 위치한 맛집이다.

사전에 기자가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성 원장은 "그날 학생회 모임이 있다"며 주저 없이 "그곳으로 오라"고 했다. 11년째 학업을 이어가고 있는 만학도이면서 제주도의사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별난 외과의사, 성대림 원장과의 유쾌한 만남은 그렇게 이뤄졌다.

취미는 공부…자격증 '신공'에 등단까지

일본어과·국문과·중문과…. 성 원장이 보유한 어문계열 학사 학위들이다. 서귀포시에서 대림의원을 운영한지 올해로 23년. 환자 없는 시간 틈틈이 할 일을 찾던 그는 십여년 전 우연히 방송통신대학교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는, '공부가 취미'인 인생을 살게 됐다.

"예전에 일본 요코하마에 2주간 연수를 다녀온 적이 있는데, 언어의 한계를 절감했어요. 자투리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다가 방송대에 편입해서 일본어 공부를 시작한 겁니다."

'편입생'으로 일어과를 2년 만에 졸업한 성 원장은 당당히 일본어능력시험 1급에 합격하는 기쁨을 누렸다. 원하는 대로 일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됐지만 그의 도전은 끝이 아니었다. 다시 국문과 2학년 과정으로 편입해 졸업하기까지 3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국문과 동문들과 온라인 동호회와 시화전을 통해 작품 활동에 주력한 결과, 그에게는 '시인'이라는 새로운 직함이 주어졌다. 2009년 현대문예 시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것이다. 이후 중국어 공부에 도전해 한자 공인 1급 자격증을 땄다.

"'소통과 화합의 총학' 모토로 단결 이끌 것" 

"방송대에서 성대림 원장 모르면 간첩"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이름을 날리던 그는 급기야 재학생 2000여명을 대표하는 수장으로 나섰다. 20대부터 80대까지 세대를 아우를 성대림 제주 방송통신대 제30대 총학생회장의 캐치프레이즈는 '소통과 화합의 총학'이다.

성 원장은 현재 컴퓨터학과에 재학 중이다. 지난해 정보통신기사 자격시험에 합격하고 방송대에서만 4번째 졸업을 앞두고 있다.

"방송대에 다니는 사람 대부분이 직장인이라서 제 때 졸업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총학의 존재도 모르는 재학생들이 많죠. 우선 임원들과 단결해서 다양한 연령대를 잘 이끌어나가려 합니다."

제주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온 그는 고려의대 75학번으로, 선경 한국보건산업진흥원 R&D 본부장(고려의대 교수)과 막역한 동기이기도 하다. 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태백에서 공중보건의사로 복무한 후 고향으로 돌아와 지금의 터전을 일궈냈다.

성대림 원장은 "초창기에는 수술이 많아 입원실이 꽉 찰 정도였지만 지금은 그냥 동네의사(일반의)가 됐다"며 허허 웃었다. 나비 모양의 보타이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로, 진료할 때나 사람들과 어울릴 때 늘 착용한다고.

"언제까지 공부할 거냐고,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냐고 핀잔주는 동료의사들이 있어요. 그러다가 제가 권해서 방송대에 들어온 친구도 있습니다(웃음). 일부러 시간을 할애해서 하는 게 아니라 남아 있는 무료한 시간을 활용하자는 주의라서, 앞으로도 공부는 계속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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