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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으로 의료윤리를 말하다"

"소통으로 의료윤리를 말하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12.04.1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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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의료윤리' 시작한 최보문(한국의료윤리학회장)

# 현역 국가대표 농구선수인 A씨는 부정맥 환자다. 의사는 베타차단제를 처방했다. 그런데 약 복용으로 인해 그의 출중한 기량과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줘야 할까.

# 상당히 진행된 암환자인 고령의 B씨는 의사에게 자신의 병력을 가족에게 알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그런데 다음날 그의 부인이 찾아와 남편의 상태를 묻는다. 의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들어 의료 영역에도 윤리가 화두이다. 크게는 생명윤리부터 의료윤리, 임상윤리까지….

의사와 환자의 만남에는 의학적 사실과 진료 원칙이 있고 현실적이고 소소한 삶의 조건도 뒤따른다. 또 각자 다른 배경과 가치관, 소망도 있다. 의사에게는 제도나 규제에 따른 책임도 뒤따른다.

게다가 의료에 대한 사회적 불신도 만만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는 의료윤리를 지켜내야 한다.

4월부터 대한의사협회 홈페이지내 'KMA교육센터'에는 온라인 의료윤리 상담소 '서바이벌 의료윤리'가 개설됐다. 사례에 대한 질의와 답변이 이뤄지고 공개 토론도 진행될 예정이다.

이 상담소 개설을 제안한 한국의료윤리학회 최보문 회장에게 이 시대는 의사에게 어떤 의료윤리를 원하는지, 또 윤리적 실천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를 들어봤다.

   ▲ ⓒ김선경
먼저 '서바이벌 의료윤리'를 시작하게된 동기와 의미가 궁금했다.

"지금까지 윤리는 삶과 죽음의 경계, 선악의 관계, 옳고 그름, 맞고 틀림 등의 관점에서만 접근했다. 그러나 실제 진료현장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진료현장에는 윤리를 간섭하는 소소한 고민거리가 너무 많은데 의료제도나 생명윤리, 진료지침 등에서는 답을 얻지 못한다.

즉 환자 개인의 가치관과 의사의 의학적 판단이 배치될 때 어떻게 결정할지 망설이게 된다. 의학적 지식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사의 경험과 이론에 근거한 논리적 추론이 상호작용을 통해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진료에 이를 수 있는지 의사 내부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실제 진료현장에서 맞닥뜨리는 임상윤리에서부터 의료윤리·생명윤리는 어떤 경계를 갖고 있고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임상윤리 측면에서 볼 때, 생명윤리는 거대담론이다. 삶과 죽음 사이의 경계가 무엇인가, 사회가 보다 윤리적이기 위해서는 이것을 어떻게 정책에 반영해야 되나 등에 대한 접근이다. 의료윤리는 보다 구체적이다. 진료·연구·교육과정을 통해 드러나는 모든 상황이 간섭된다. 임상윤리는 환자를 보는 순간에 작용한다. 의학적 소견과 환자 개인의 가치관이 상충될 때 윤리가 작동한다. 임상윤리는 일상에서 접근할 수 있는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소통을 통해 임상윤리에 대한 의료계 담론을 만들어가야 한다. 이런 노력을 통해 의료계의 합일된 의견과 합리적인 의제를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소통을 통해 윤리에 대한 담론을 만들어 가는 작업은 쉬워보이지 않았다. 회원을 어떻게 이 공론의 장으로 끌어들일 것인가. 운영의 묘를 살릴 방안이 필요해 보였다.

"사례가 하나라도 제시되면 재밌게 풀어갈 것이다. 질문에 대한 실질적인 전문가들

        ▲ ⓒ김선경
의 답변이 이어지겠고 자연스럽게 회원간 토론의 자리도 마련할 것이다. 임상윤리는 근거 없이는 얘기할 수 없다. 근거를 제공할 수 있는 해당 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근거자료를 제시하고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다양한 접근방법을 통해 고려해야 될 부분을 어떤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단답식의 접근은 지양할 것이다. 의료는 흐르는 물과 같다. 강의 경계와 방향을 설정한다해도 물결이 굽이치는 것까지 설정할 수는 없다.어떤 면에서는 원칙도 굽어진다. 의사의 진료행위는 눈 뜬 '정의의 여신'과 같지 않을까. 여러 상황을 돌아보고 짚어보면 칼로 내려칠 수 없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럴 때 무엇이 보이는지를 공개적으로 말하고 토론하자는 것이다."

앞으로 함께 고민해야 할 의료윤리에는 어떤 원칙이 있을까. 그 원칙은 궁극적으로 무엇을 지향하고 있을까. 또 이번 프로그램의 주제인 '생존의료윤리'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생존의료윤리는 사실 진료실에서 매일 환자를 마주하는 의사라면 답도 알고 있고 방향도 알고 있다. 다만 논리적 추론을 통해 언어화하지 않고 규격화 하지 않았다는 것 뿐이다. 모르는 중에 체화돼 실천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현실은 각종 법규나 규제가 양심적이고 따뜻한 진료를 막다보니 방어진료로 내몰린다. 서바이벌 윤리라는 의미는 일상적인 문제의 핵심을 명확히 인식하고 언어화하고 문서화하지 않으면 비난의 대상이 되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일 수도 있다. 어떤 의미에서 이것은 의사자신을 위한 것이고 크게 보면 좋은 진료를 하기위한 것이다. 궁극적으로 진료의 질을 높이고 한걸음 더 나아가 지속가능한 헬스케어까지 이를 수 있도록 지평을 넓혀가야 한다."

'서바이벌 의료윤리'가 윤리에 대한 새 패러다임을 의사사회에 의제화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접근과 노력이 필요하다. 최 회장은 회원의 적극적인 참여와 함께 미래 의료의 담론 형성에 대한 당부를 전하며 말을 맺었다.

"의료는 의과학을 사람이 사람에게 적용하는 것이고 그 목적은 삶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다. '드보아'는 인간의 삶을 제한하고 행동을 지시하는 것은 의사의 일이 아니며 의사는 삶을 뜻하지 않게, 예상보다 짧아지지 않게, 고통받지 않게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환자의 삶을 구석구석 모두 이해하기 전에는 나오기 힘든 말이다. 개인의 관점에서는 한정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많은 의사들이 다양한 경험을 서로 나누고 토론한다면 더 지혜로운 진료로 가는 길을 찾지 않을까 생각한다.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 내 견해가 노출되는 것에 대한 거리낌은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의사 개개인의 의견은 어떤 것이든 소중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소통하면서 미래 의료의 담론을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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