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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의료계 '쨍하고 해 뜰 날'

2012년 의료계 '쨍하고 해 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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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1.0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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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원(차의과대학교 교수)

권성원(차의과대학교 교수)

얼마 전 소위 명가수들의 오디션(경연)프로에 나선 원로 작곡가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이제 대한민국도 부자란다. 남의 노래를 자기화하고, 원음보다 훨씬 감동적인 노래를 할 수 있는 가수들이 이렇게 많으니 문화적으로도 부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옛날에는 '딴따라'라고 홀대받던 연예인들이, 그것도 앳된 청소년들이 한류· K-팝의 주인공들이 되어 동경· 베이징· 런던 심지어 브라질에서까지 구름 같은 팬들을 몰고 다닌다. 연예인도 나라의 큰 밑천이 된 것이다.

김연아라는 가냘픈 소녀가 잔 다르크 같은 여걸로 둔갑해서 겨울 올림픽을 유치해온다. 이전 삼기! 이것 역시 달걀로 바위 치기였다. 여름올림픽· 월드컵·세계육상·겨울올림픽까지 다 유치해왔으니 스포츠도 나라의 곳간을 채우는데 큰 일을 한다.

수출만 해도 그렇다. 가발 하나·와이셔츠 한 장 팔기 위해 온갖 수모를 겪었던 때가 엊그제인 것 같은데 우리나라가 1조 달러의 무역대국이 되었으니 상전벽해가 따로 없다.

더구나 나라가 들썩일 정도로 시끄러웠지만 FTA라는 새 룰에 의해 유럽이나 미주의 덩치 큰 나라들과 같은 장터에 좌판을 벌리게 되었으니 야무진 우리 국민들 나라의 통장을 계속 불려 나갈 것이다.

얼마전 몇몇 대형병원들이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보건청과 환자유치협약을 맺었다. 중동 사람들이 나라 돈으로 대한민국에 진료를 받으러 온단다. 이 기사를 보면서 26년 전의 일이 떠올랐다. 1985년 북부 독일의 뢰벡대학으로 당시로서는 새로운 비밀병기를 공부하러 갔다.

이 병원 비뇨기과의 홉스테터 교수는 의료 생체공학의 대가이고 내시경 레이저를 개발한 분이다. 방광암의 레이저수술에 대한 공부도 공부지만 더 큰 임무는 요로결석에 대한 쇄석 장비를 연구하기 위해서 였다.

당시 독일의 도니에르사는 전투기가 음속을 돌파할 때 생기는 충격파를 이용해 콩팥이나 요관의 결석을 손 하나 안 대고 부수는 쇄석기를 개발했다.

전 세계 비뇨기과 의사들이 기절할 일이었다. 독일에서도 2~3대의 시제품이 가동중이었는데 지방의 소도시 뢰벡대학병원에 설치된 것은 개발에 참여했던 홉스테터 교수의 업적 때문이었다.

전 세계의 결석환자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었다. 특히 물 사정이 나쁜 열사의 나라 중동에서 오일 부자들이 줄을 섰다.

충격파를 쏠 때마다 귀마개를 해야 할 정도로 총소리 같은 폭발음이 나는데 몰려드는 환자로 밤늦게까지 총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번 치료비가 2~3만 마르크(당시 한화 300~400만원) 정도이니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경비원이 지키고 있는 10대의 요르단 공주의 병실을 회진한 적이 있다.

옷걸이에 금화 꾸러미가 걸려있는데 그 길이가 무려 1 m 였다. 목걸이가 아니고 몸걸이 같았는데 중동식 과시란다.

이런 환자들이 줄을 서고 이 비싼 기계를 파는 독일은 이때가 의료계의 전성기였다. 하지만 늘 좋을 수는 없는 법. 수년전 국제학회에서 재회한 독일 교수의 한마디. "한국의 의학은 초음속으로 발전하는데 독일은 동독을 살리느라 거북이"가 되었단다. 사실이다.

26년이 지난 오늘의 우리 의료계를 돌이켜 본다. 우리나라 의사들의 눈썰미와 뛰어난 손재주로 의학도 G20 국가 중 선두그룹까지 올라갔다. 바야흐로 중동국가들과도 교류의 물꼬를 텄으니 이제 의사들도 외화 벌이 행렬에 뛰어들게 된 셈이다.

그러나 아직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낮은 의료수가로 장례식장을 확장하고 패스트푸드 가게에 세를 줘야만 경영수지를 맞추는 대학병원들이 수두룩하다. 그뿐인가? 외래 환자를 하루에 백여 명씩 진료를 하고 밤늦게까지 수술을 하고도 아이들 사교육비 걱정으로 밤잠을 설치는 의사들이 많다.

제발 새해에는 중동을 넘어 '스탄'이 붙는 중앙아시아· 중국의 부자들이 몰려와 우리나라 의료계에도 '쨍하고 해 뜰 날'이 오기를 천지신명께 엎드려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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