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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천식이 가벼운 경증질환이라고?"

"당뇨·천식이 가벼운 경증질환이라고?"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1.12.1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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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학계 '약국 본인부담률 차등제' 반발
"국가 재정부담을 국민에 떠넘기는 행위"

▲ 강창원 내과개원의협의회 보험이사는 조상헌 서울의대 교수가 약국 본인부담률 차등적용이 현실을 도외시한 제도라고 주장하자 일차의료를 일정부분 살리는데 기여할 것이라며 반박했다. (왼쪽에서 두번째). ⓒ의협신문 김선경
지난 10월부터 도입된 경증질환 약국 본인부담률 차등적용제도에 대해 일부 학계가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가벼운 질환으로 볼 수 없는 질병들을 무리하게 경증으로 분류해 국민의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한나라당 이애주 의원(국회 보건복지위)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박태선 대한당뇨병학회 보험법제이사(전북의대 내분비·대사내과)는 당뇨병이 우리나라 사망원인 5위를 차지하고 당뇨병 사망률은 OECD 평균 대비 1.7배나 높다며 "당뇨병은 결코 가벼운 경증질환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환자의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제도 취지 역시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박 이사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10년 자료를 인용해 "당뇨병 환자의 80%가 병의원을 이용하고 있으며, 종합병원 이용 환자는 20%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미 대다수 당뇨병 환자들이 중소 병의원을 다니고 있는 마당에 대형병원 본인부담률을 높이는 것이 대형병원 쏠림현상 방지와 무슨 연관이 있느냐는 주장이다.

박 이사는 "의학적 판단에 따라 상급의료기관 방문이 필요한 환자에게 경제적 불이익을 주는 것은 불합리하다"면서 "약국본인부담률 차등제도는 당뇨병 환자에 대한 차별정책이자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주장에 천식알레르기학회도 동조했다. 조상헌 서울의대 교수(알레르기내과)는 "천식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09년 기준 인구 10만명 당 3.3명으로 해마다 약 2000명이 천식으로 사망하고 있다"며 천식이 경증질환으로 분류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천식 환자의 3분의 2 가량은 1차 진료에서 진단과 치료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아 대학병원으로 연계된 환자들이어서 본인부담이 늘어났다 하더라도 1차의료기관으로 다시 돌아가는 환자는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환자의 경제적 부담만 늘어났을 뿐 정책적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 교수는 "약국 본인부담률을 차등적용제도는 보건복지부가 현실을 너무나 모르고 도입한 제도"라며 "국가 보건재정 부담을 국민에게 떠넘기려는 의도"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또 1차 의료기관에서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되지 않은 알레르기 환자들이 상급기관에서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수정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 반박도 나왔다. 강창원 내과개원의협의회 보험이사는 "우리나라는 전체 개원의 가운데 91%가 전문의로서 1차 진료 의사의 수준이 결코 2, 3차 의료기관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약국본인부담율 차등제도가 환자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가로막는다는 취지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이 제도가 1차 의료를 살리는데 일정 부분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이사는 "동네 의원의 진료건수가 1990년도 전체 진료건수의 83.4%에서 지난해 78.9%로 떨어졌으며, 진료비는 1990년 72.9%를 차지하던 것이 지난해 57.1%로 급감했다"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대형 '빅5 병원'과 대학병원만 남고 1차 의료는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제도는 1차 의료기관을 살리는데 꼭 필요한 제도로서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며 "제도 마련 과정에서 미처 예외사항으로 분류되지 못한 일부 케이스들은 앞으로 수정보완을 거쳐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용진 서울의대 교수(의료정책실)는 1차 의료기관의 역할 강화와 그에 따른 인센티브 도입을 제안했다. 권 교수는 "환자에게 경제적 불이익을 가함으로써 의료기관 선택을 제한하려면, 환자가 동네의원에 감으로써 얻어지는 이익이 무엇인지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면서 "52개 경증질환 진료와 과련해 1차 의료기관에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 같은 서비스 제공에 따른 인센티브 부여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일부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제도를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스란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최근 대형병원의 52개 질환에 대한 진료 비중이 늘어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며 "현재로선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조정하는 방식외엔 다른 정책수단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 과장은 "제도 시행 2개월만에 정책의 성공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며 제도의 연착륙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10월 1일부터 발효된 '본인일부부담금의 산정특례에 관한 기준' 고시는 경증 고혈압과 당뇨, 천식 등 52개 질환에 대해 환자가 외래 진료 후 약을 처방받을 경우, 약국 본인부담률을 과거보다 종합병원 40%, 상급종합병원은 50%까지 인상시켰다. 의원은 기존 30%를 그대로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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