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7 06:00 (토)
한국인 자살률 왜 높나 했더니

한국인 자살률 왜 높나 했더니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1.11.20 22:40
  • 댓글 2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살 한 달 전 의원 방문 '76%'…치료받는 환자 적어
이유진 가천의대 교수 "1차의료 단계 예방해야 효과적"

▲ 전국 각지에서 '자살예방 전문교육 강사 양성을 위한 워크숍'에 참석한 의사 회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2010년 한 해 동안 한국에서 자살로 인한 사망자는 1만 5566명. 33분 마다 1명이 자살로 사망하고 있으며, 하루 평균 자살 사망자는 42.6명에 달한다.

자살자들의 76%가 자살을 감행하기 한 달 이내에 동네의원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의사 3명 가운데 1명은 치료하던 환자의 자살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살 고위험자들을 자주 접하는 동네의원의 1차 의료 단계에서부터 자살예방을 위한 활동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광역시정신보건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유진 가천의대 교수(가천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주제강연을 통해 "자살 고위험군을 자주 접하는 1차의료 단계에서 우울증·알코올 중독 등을 조기에 발견해 자살을 예방하면 자살률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며 "1차의료 현장에 몸담고 있는 개원의사들부터 자살위험 요인을 이해하고, 예방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회장 경만호)와 보건복지부(장관 임채민)는 19일 오후 2시 의협 동아홀에서 '자살예방 전문교육 강사 양성을 위한 워크숍'을 열고 OECD 국가 1위의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팔을 걷었다. 의협 국민의학지식향상위원회(위원장 김형규)와 한국자살예방협회(회장 하규섭) 주관한 이날 워크숍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자살을 예방하는데 앞장설 수 있도록 교육·강연 전문가를 양성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1992년 10위에 머물던 인구 10만 명 당 자살 사망률은 꾸준히 상승해 2010년 악성 신생물·뇌혈관질환·심장질환에 이어 4위(31.0명)를 차지하고 있다. 이유진 교수는 "보고되지 않은 자살은 자살자 숫자보다 40∼100배 많고, 자살을 생각하는 인구는 249만명(전체 인구 5%)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자살 사망자의 90% 가량이 사망 1년 전에 1차의료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1달 이내 이용자는 76%에 달한다"며 "동네의사들이 자살 고위험군을 자주 접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5∼9월 의사 188명(개원의 112명, 60%)을 대상으로 자살예방에 대한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 "치료 중인 환자의 자살을 경험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28.8%(36명)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자살예방에 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있냐?"는 질문에 18.8%(35명)만이 "있다"고 응답했다. 자살 예방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93.5%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 교수는 자살의 원인은 정신역동·인지행동·사회심리 등 심리적 원인과 이기 및 이타적이며 모방 등 사회적 원인을 비롯해 세토로닌계·노르아드레난린계와 도파민계·시상하부 뇌하수체 부신축과 코르티졸 이상·혈중 콜레스테롤 감소 및 유전적 등 생물학적 원인을 꼽았다. 이와 함께 단일 원인으로 우울증과 알코올이나 약물 사용 등이  위험인자라고 지적했다.

이유진 가천의대 교수가 '의사를 위한 자살 예방 교육'을 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인천광역시정신보건센터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자살의 단일 원인 1위인 우울증 치료 비율은 선진국에 비해 턱 없는 낮은 실정이다. 우울증을 치료받지 않으려는 원인에 대해 이 교수는 "우울증의 경우에는 의지의 부족이나 나약함이 아닌 뇌의 물리적 구조와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임을 알지 못하고, 의사에게 이야기할 때 증상에 대해 모호하게 이야기 하거나 정신질환이라는 낙인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며 "1차 의료 단계에서 자살의 위험징후를 파악하고, 공감하고 경청함으로써 환자의 고통을 경감하고, 감정표현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냐고 물어보고, 자살위험도 평가를 통해 고위험군으로 의심될 경우에는 가족에게 알리는 동시에 지역내 정신과 병·의원 치료를 적극적으로 권유하거나 전국자살예방센터의 24시간 자살 상담 전화(☎1577-0199)를 안내해 줌으로써 자살로 인한 가족의 고통과 사회적 손실을 예방하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크숍에 앞서 신민석 의협 상근부회장은 "자살예방 활동은 자살위기에 놓여있는 개인과 가족의 고통을 경감하고, 우리 사회와 국가의 경쟁력 향상에 이바지할 수 있다"며 자살예방 활동을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워크숍에는 하규섭 한국자살예방협회장을 비롯해 조종남 의협 지향위 자살예방TF 위원장·박희봉 의협 정책이사·이헌정 고려의대 교수(고대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와 각 시도의사회·전문학회·개원의협의회 등을 통해 참가 신청서를 낸 60여명의 의사 회원들이 참여했다.

워크숍을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김형규 지향위 위원장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의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국가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할 시점"이라며 "자살예방 전문교육 강사로 위촉된 여러 회원들이 자살예방 교육과 인식 확산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