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별로 점진적 시행…새로운 신약 가격 시스템 동시에 마련해야
다국적 제약사들이 보건복지부의 약가 인하 고시 행정 예고안 발표와 관련 약가인하를 재검토 해줄 것을 촉구했다．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는 10월 31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약가인하 시기를 연차별로 시행하고, 신약에 대한 새로운 가격 시스템을 이번 약가 인하 방안과 함께 동시에 마련하는 방향으로 재검토 해줄 것"을 주장했다．
KRPIA는 그동안 한국제약협회와 공동으로 "일괄적인 약가 인하율이 너무 커서 제약업계가 그 파급효과를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R&D 역량을 급속도로 저하시켜 제약산업의 발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지난 10월 11일∼12일까지 진행된 '8.12 약가 인하' 관련 보건복지부-제약업계 합동 워크숍을 통해서도 "현 제도가 갖는 문제점에 대해 의견을 제시해 국민의 건강권 향상에 기반을 두고 건강보험재정안정과 제약산업 발전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함께 이룰 수 있도록 정책을 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복지부가 약가인하 정책을 강행하자 KRPIA는 성명서를 내고 "현재 행정 고시된 안이 추진된다면 발전의 노력을 거듭하고 있는 제약산업을 돌이킬 수 없이 후퇴시킬 수 있기 때문에 약가 인하 시기를 연차 별로 점진적으로 시행하고, 신약에 대한 새로운 가격 시스템을 동시에 마련하는 방향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RPIA는 "이번 약가 인하 조치는 미래의 성장동력인 제약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 우선적으로 명확한 정책 방향에 맞춰 시행시기를 단계별로 적용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제약업계 내부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번 약가 인하로 수조원대의 매출 감소가 예상되면서, 연구개발 중심 제약사들의 R&D 투자비가 대폭 줄어들어 회사의 경영과 신약 개발 동기를 근절 시킬 것이 우려된다．
따라서 기등재목록정비로 인한 약가 인하가 완료되는 2014년 이후부터 3~5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시행해 제약업계가 추가 약가 인하에 따른 영향을 감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KRPIA는 또 "혁신형 제약 기업 선정 기준을 조정해 글로벌 연구 중심 기업들이 다수 포함될 수 있도록 선정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층적 약가 인하라는 어려운 제약 정책 환경 속에서도 글로벌 제약사들은 다국가 임상·초기 임상 등의 임상 시험 비중과 전문 인력 고용을 증가시키는 등 국내 R&D 투자가 지속돼 왔으나, 이번 약가 인하로 연구 중심 글로벌 기업들의 국내임상 투자의 동력이 상실될 위기에 처해 있으며, 한국의 R&D 투자 유치 속도에 차질이 오고 신흥 시장으로 뺏길 우려가 높은 실정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R&D 중심의 제약 산업 육성이라는 정책 방향에 맞춰 선정하는 혁신형 제약기업에 세계적으로 우수하고 혁신적인 신약을 개발하는 다수의 글로벌 연구 중심 기업들이 많이 포함되도록 제도가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KRPIA는 "R&D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 해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신약의 혁신 가치가 인정되는 새로운 제도 도입 및 보완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기존의 가격 결정 메커니즘을 볼 때 이번 약가 인하 조치로 인하된 특허만료 오리지널 의약품과 제네릭 의약품은 신약 가격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신약 가격은 더욱 낮아져 신약 자체의 공급이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또 약제비적정화방안 제도 도입 이후 등재된 신약의 가격이 비교대상 7개 국가의 절반에 불과한 상황에서 특허만료 오리지널 의약품의 가격을 인하한다면 제약산업의 R&D 투자 의욕은 크게 저하돼 신약 개발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KRPIA는 "이처럼 신약의 가치가 저평가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약가인하정책이 시행된다면 앞으로 신약의 등재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따라서 환자의 접근성과 제약산업의 지속 가능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신약 평가 시스템을 합리적 방법으로 보완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KRPIA는 신약의 혁신적 가치를 약가에 반영하기 위한 방안이 현재 운영중인 신약워킹그룹에서 마련돼야 하며, 여기에는 신약의 혁신적 가치를 인정하는 방안과 경제성 평가 개선 방안, 공단과의 약가 협상 개선 방안, 해외 약가 참조 방식 개선 등이 포함되어야 하고 시행 시기 역시 이번 약가 제도 개편과 일치되도록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