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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분류 핵심은 전문성"

"의약품 분류 핵심은 전문성"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1.08.18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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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식약청 의약품 재분류 계획 문제 제기
"4개월 내 4만여개 재분류 물리적으로 불가능"

대한의사협회가 4개월 내에 4만 여개에 달하는 의약품을 전면 재분류하겠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대해 "국민의 생명이 걸린 의약품 분류를 허술하게 진행해선 안된다"며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의협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의약품 분류추진 TF'를 내부직원 중심으로 구성해 올해 말까지 모든 의약품에 대한 분류작업을 완료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국민의 생명이 걸린 중차대한 일인 만큼 TF에 각과 임상 전문의를 배치해 면밀한 검토를 거쳐 의약품 분류작업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12일 보건복지부와 식약청에 보낸 의견서를 통해 "4개월 내에 모든 의약품에 대한 재분류 작업을 마치겠다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며 "인간의 생명이 관계되는 의약품 분류작업을 이렇게 허술하게 진행해선 안된다. 보다 면밀하고 충분한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식약청은 지난 8일 올해말까지 과학적 원칙에 입각해 3만 9254개 전문 및 일반 의약품을 재분류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식약청은 11월 말까지 분류를 완료하고, 12월 중순 관련 단체 의견을 수렴한 뒤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거쳐 12월말 의약품 재분류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의약품 전면 재분류는 1999년 의약분업을 앞두고 의료계와 약계 전문가가 동수로 참여, 분류한 이후 12년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1999년 의약분 분류에 관여한 한 의료계 인사는 "의약분업 당시 분류작업을 할 때도 함량이 낮은 것은 일반으로, 함량이 높은 것은 전문으로 분류한다거나 이견이 있는 분류에 대해서는 거수로 정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며 "짧은 시간에 모든 의약품을 재분류하겠다는 것은 과학적 원칙이나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날림 분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의협은 식약청이 미리 의약품 재분류를 해 놓고, 요식행위로 중앙약심 의약품분류소위를 개최하거나 전문학회의 의견을 수렴하는 형식을 취할 수 있다며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식약청은 지난 8일 중앙약심 의약품분류 소위가 열리기에 앞서 "히알루론산 0.1% 점안액, 파모티딘 10mg, 락툴로오즈시럽, 라니티딘 75mg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식약청 발표에 이어 6시간 가량 진행된 의약품분류 소위에서는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겠다고 식약청이 미리 발표한 전문의약품 4개 중 3개 품목이 적응증에 따라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으로 동시 분류키로 결정됐을 뿐, 사전 발표내용과 거의 흡사하게 결론이 나왔다.

의협은 식약청이 의약품 재분류를 총괄하는 '의약품 분류추진 TF'를 식약청 내부직원들로 구성키로 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전문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의협은 TF 구성 초기부터 각 임상 전문과목의 전문의·약리학 전문가·임상약리학 전문가가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의약품분류 기초작업에서 임상 전문의의 참여를 배제한 채 의약품 분류를 진행할 경우 국민의 임상적 특성을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며 "같은 의약품이라도 인종과 지역적 특성에 따라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의약품 분류작업은 의학이라는 광범위한 분야에서 다양한 전문성을 지닌 연구진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약품의 인종적 특성은 폐암치료제 '이레사'에서 두드러진다. 이레사의 경우 서양인에게는 치료효과가 떨어지지만 아시아인에게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심부전증치료제 '비딜'의 경우 백인은 잘 듣지 않지만 흑인에서는 높은 치료 효과를 보여 2005년 미국 FDA로부터 흑인 전용 의약품으로 승인을 받기도 했다. 한국인은 서양인에 비해 대사저하 유전형(CYP2C19*2, CYP2C19*3)을 지니고 있어 간에서 약을 분해하는 능력이 낮기 때문에 같은 양의 약물을 복용했더라도 상대적으로 더 많이 몸속에 머무르는 특성이 있다.

의협은 "똑같은 의약품이라도 유전적 특성과 지역적 차이에 따라 효능·효과·부작용·이상반응 발현 등이 달라질 수 있다"며 "임상 현장에서 의약품의 효능과 부작용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임상의사가 '의약품 분류추진 TF'에 핵심 인원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학계는 "식약청이 작년 3월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이 항궤양제·항진균제·항혈소판제 등 특정약물에 대한 분해능력이 떨어져 이러한 한국인의 특성에 따른 의약품 사용정보를 2007년 혈압강화제인 카르베딜롤에, 2009년 혈액응고저지제인 와파린에 적용한 바 있다"며 "이러한 사실을 감안해 한국인의 임상적 특성에 기반한 의약품 분류작업이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호 의협 의무이사는 "전문과목 학회와 의사협회의 정당한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향후 예정된 의약품 분류와 관련한 어떠한 논의에도 응할 수 없다"며 "이로 인해 발생될 국민건강과 관련한 모든 문제들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식약청과 복지부가 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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