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 이상훈 군, 고려대 구로병원 '일일 사랑의 카페' 주인으로 소원 성취
휠체어를 탄 애 띤 모습의 바리스타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아직 능숙하지 않진 않지만 표정만큼은 누구보다 진지하다. 넓고 납작한 카푸치노 잔에 소복이 쌓여있는 뽀얀 우유거품에 어느새 자연스럽게 하트와 나뭇잎 모양을 새기는 것이 전문가 못지 않다.
소원의 주인공은 올해 2월 ‘길랑-바레 증후군’이라는 희귀난치성질환으로 갑자기 감각이 저하되고 근육이 약화되며 쓰러졌던 이상훈 군(16). 당시 상태가 매우 좋지않아 실명에 호흡곤란, 전신마비까지 진행됐다. 꾸준히 치료받아 시력은 거의 회복됐지만, 여전히 하반신이 마비돼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해야만 한다.
상태가 호전되자 이 군은 메이크어위시재단의 도움으로 일일 바리스타로 변신해 고려대 구로병원 ‘일일 사랑의 카페’ 주인이 됐다. 그동안 힘든 투병 생활 속에서 힘이 돼준 의사, 간호사, 의료사회사업사, 목사 및 병동 식구들 50여명을 초청해 정성스레 손수 만든 커피와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 군은 “제게 베풀어준 사랑과 배려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며 “병을 앓으며 정말 힘들고 괴로웠지만 그때마다 가족들과 병원 선생님들이 큰 버팀목이 돼 줬다”며 감사를 전했다.이 군은 이어 음악치료사들과 함께 직접 기타를 연주하며 깜짝 음악선물까지 곁들였다.
한편 1980년 미국에서 설립된 메이크어위시재단은 세계 35개국에서 난치병 어린이를 위한 소원성취 사업을 벌이는 단체로, 한국에서는 2002년 만들어졌다. 이 단체는 백혈병과 소아암, 난치병으로 투병하고 있는, 한 해 300명 이상 환자의 소원을 들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