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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정신과 공식 바꿔야" 신경과학회 '반격'

"우울증=정신과 공식 바꿔야" 신경과학회 '반격'

  • 이은빈 기자 cucici@doctorsnews.co.kr
  • 승인 2011.06.26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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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대한신경계질환우울증연구회 창립총회 및 3차 교육
현행 SSRI 항우울제 급여기준 이의 제기…복지부 설득 나서

▲ 대한신경계질환우울증연구회 김종성 회장이 신경계질환 우울증의 특성 및 현황을 주제로 브리핑하고 있다. ⓒ의협신문 이은빈
정신과적 질환의 대명사로 꼽히는 우울증. 그러나 뇌졸중·치매·간질·파킨슨병 등 뇌질환이 원인으로 발생하는 우울증의 경우 신경과 의사에게도 적용범위를 확대해 항우울제를 폭 넓게 처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신과 이외의 타과에서 항우울제를 처방할 때 60일 이내에서만 요양급여를 인정하는 건강보험 급여기준으로 인해 환자가 항우울제 투여에 잘 반응해도 2달이 지나면 투약을 중단하거나, 무조건 정신과로 보내야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신경과학회(이사장 김주한)는 26일 한양대학교 한양종합기술연구원(HIT)에서 대한신경계질환우울증연구회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학회원들을 대상으로 제3차 교육과정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연구회원들은 한목소리로 SSRI(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항우울제 처방과 관련된 규제 철폐를 요구했다.

김종성 초대 연구회장(서울아산병원)은 "신경계질환 환자들이 우울증을 많이 앓고 있지만 기존 뇌질환 증상에 가려지거나 의사의 무관심으로 증상이 악화되는 사례가 부지기수"라며 "신경계질환 우울증에 대한 연구와 홍보가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연구회를 발족하게 됐다"고 밝혔다.

우울증은 자살률 증가 등으로 이어지는 원발성 우울증과 만성 뇌질환에서 동반되는 2차성 우울증으로 분류된다. 전자는 정신과 영역이지만, 후자는 신경계질환과 우울증의 공통적 병리기전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신경과 영역이라는 게 연구회 측의 설명이다.

김 연구회장은 "신경계질환 우울증 환자에게는 부작용이 적은 SSRI 항우울제를 1차 약제로 투여하도록 국제적으로 권장되고 있음에도 한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해당 약제를 60일 이상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어 큰 난관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신경과학회가 미국·일본·호주·홍콩·대반 등 5개국의 관련 학회에 SSRI 항우울제 처방과 관련 처방 제한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 국가에서는 신경계 질환에 동반되는 우울증 및 감정 장애 치료에 있어 약제 사용에 별다른 규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 Craig Anderson 전 호주/뉴질랜드 신경과학회장
연자로 방한한 크래이그 앤더슨 전 호주/뉴질랜드 신경과학회장(시드니대학)은 "환자의 정신적인 건강에 대한 치료를 전적으로 정신과 의사에게 맡기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러한 제제 때문에 신경과 의사와 환자의 라포도 깨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의사라면 누구나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게 함으로써 정신질환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사회적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학회가 올해 초 전국 28개 대학병원 신경과 외래에서 우울증 및 유사증상으로 SSRI를 처방 받다가 2달이 지나 정신과로 의뢰된 환자 1,1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93%가 정신과로 가는 것을 반대한다는 응답 결과가 나왔다.

연구회는 이러한 조사결과를 토대로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를 지속적으로 설득할 방침이다. 올해에는 대한신경과학회 스스로 신경계질환 약제비 절감을 위한 대책을 마련한다는 당근책도 세워두고 있다.

복지부 측에서 해당 급여규정의 당사자인 정신과와의 우선 조율을 신경과에 요구하고 있는 만큼 학회 간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홍승봉 연구회원(삼성서울병원)은 "정신과에 가면 진료·검사비가 추가로 나가고 대개 약물도 더 사용하게 된다"면서 "한국 보다 경제력이 낮은 나라들을 포함해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잘못된 SSRI 항우울제 급여기준으로 고통 받는 쪽은 환자"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관계자는 "신경과의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 과 사이의 싸움으로 번지면 복지부는 손해볼 게 없다"며 "7월 초 이사회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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