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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와 의료계의 관계를 새로 설정하자

국회와 의료계의 관계를 새로 설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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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6.10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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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길(제주 서귀포 안덕의원)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의료계가 회원들의 의견을 국가정책에 적극 반영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국회와는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국회와 의료계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가져가기 위한 방법을 한 가지 제시해보고자 한다.

필자가 잘 아는 사람이 운동하러 휘트니스 센터에 다니는데 그 사람은 다른 회원보다 특별대우를 받는다. 물론 그 사람이 다른 회원들보다 회비를 더 많이 내는 것도 아니고,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특별대우를 받는 이유는 평소에 그 사람이 휘트니스 측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사람이 굳이 뭐라고 말 안 해도 알아서 대접해주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고 아쉬운 일이 있을 때 마다 구차하게 부탁한다면 휘트니스 측에서는 이런저런 규정을 들어 거절할 수도 있고 그 사람을 골치 아픈 회원으로 여길지도 모른다.

의료계와 국회의 관계도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평소에 서로 좋은 관계를 맺어서 아쉬운 부탁을 안 해도 알아서 챙겨주는 관계 말이다. 손자병법에도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제일 좋다고 씌어 있다.

요즘 국회에서 발의되는 법률안들을 보면 한마디로 가관이다. 산부인과 전공의나 학생들을 진찰실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법이나 '쌍벌제' 등 의사들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되는 것들이 많다.

의료계와 국회가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면 이런 요상한 법들은 발의되지도 않을 것이고 설령 발의된다고 해도 통과될 수 없을 것이다.

어쨌든 칼자루를 쥐고 있는 쪽은 국회다. 국회에서 법을 만들면 싫든 좋든 우리는 그 법을 따라야 한다. 그래서 입법이 되기 전에 미리 막을 필요가 있다.

서로 싸우느라 민생법안 처리까지도 회기를 넘기기 일쑤인 국회가 유독 의료관련 법안만은 여야합의로 신속하게 처리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의사들에게 미운털이 박혀있나? 아니면 우리가 국회를 상대로 로비하는 능력이 없기 때문일까? 우리가 그동안 무엇을 잘못 했는지 반성해보자.

의사들은 접대 받는데 익숙하다. 그래서 남을 대접하는데 소홀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내가 먼저 남을 대접해야 상대방도 나를 대접해준다. 우리가 먼저 국회의원들에게 성의를 보일 필요가 있다.

물론 정부와 국회 가운데 정책을 직접 집행하는 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고 각종 사회단체나 직역단체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으므로 일방적으로 한 쪽 편에 유리한 정책을 추진할 수는 없다.

정부를 상대하는 것은 의협의 몫이다. 매년 갱신하는 건강보험수가 계약과 관련한 의협의 대정부 활동을 보면서 회원들이 느낀 허탈감이 클 것이다. 사탕 달라고 징징대는 어린애처럼 매달리기는 하는데 나중에 보면 얻은 것은 별로 없다. 마치 허무개그를 보는 듯했다.

예를 하나만 들어보자. 의원 외래 65세 이상 환자 정액구간을 1만 5000원에서 한방처럼 올려달라는 의협회장의 요구에 복지부 장관이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당연한 반응이다. 이 말이 갖는 의미는 복지부 측에서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바로 돈으로 계산이 된다.

그러니 당연히 난색을 표할 수밖에 없다. 만나기 전에 실무자를 통해 미리 의제를 조율은 했는지 의심스럽다. 협상은 주고받는 것이다. 무작정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다른 무엇인가를 제시하는 것이 있어야 상대의 구미가 동한다. 정부가 정한 시한이 되면 저절로 시행되는 DUR 같은 것을 의협이 먼저 나서서 적극 협조해준다든지 하는 뭔가가 있어야 했다.

아니면 이 문제에 있어서 같은 입장에 있는 대한노인회 같은 단체를 통해서 목적을 달성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협상전략의 부재를 뼈저리게 느끼게 한다.

회원들의 허탈감은 저조한 회비납부율로 나타난다. 집행부나 회장을 아무리 욕해도 속은 풀릴지언정 달라지는 것은 없다. 복지부 공무원들이 크게 바뀌지 않는 것처럼 의협 내 대정부 라인도 꾸준히 일관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고 로비 전략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정부 상대하기도 벅찬 의협 집행부에 300명이나 되는 국회의원들까지 책임지라는 것은 무리다. 그래서 대 국회 활동에는 회원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

의사들은 사실 막강한 힘을 가진 집단이다. 서로 이익을 같이 하는 수 만 명의 회원과, 전국 방방곡곡에 수 만 개의 지점(?)을 거느리고 있다. 회원들은 매일 수백만 명의 국민을 접촉하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사람의 숫자가 곧 힘이다.

지금까지 의사들 자신은 물론, 정부나 국회에서도 그 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 효율적으로 작동하면 지역 여론을 이끌 수 있고 선거에서 국회의원의 당락을 좌우할 수도 있다. 이제 단결을 통해 우리의 힘을 보여줘서 정부나 국회에서 제대로 알도록 해줘야 한다.

세무검증제 법안의 국회 처리 과정에서 변호사들의 힘을 보았듯이 우리도 우리가 가진 힘에 합당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

대접받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대접받을 일을 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는 지역구 243명, 비례대표 56명으로 총 299명이다.

우리나라 의사 수는 9만 명이 넘었으니 국회의원 한 명당 거의 300명이다. 국회의원 한 명당 의사 120명이 후원회원으로 가입해 1인당 매달 1만원씩 소액후원금을 내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지금 국회에서 정치자금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개정된다면 다르겠지만 지금의 정치자금법 하에서는 청목회 사건처럼 특정 단체가 나서는 것은 불법이다. 그래서 의협은 나설 수 없고 회원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

자연인인 회원들이 한 사람씩 개인자격으로 자발적으로 지역 국회의원후원회에 회원으로 가입하자. 이번 청목회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특정한 시기에 또는 구체적인 입법 목적을 갖고 하는 로비나 후원활동은 잘못하면 대가성을 의심받아 누군가 다칠 수 있다.

그래서 바람직하지 못하고 평소에 꾸준히 후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1년에 1000만원까지는 합법적으로 국회의원을 후원할 수 있고 경비로 처리할 수도 있다.

120명의 지역사회 의사가 조직적(?)으로 후원회에 가입하고 꾸준히 후원금을 낸다면 국회의원 입장에서 절대 무시할 수 없다. 평소에 꾸준한 합법적인 후원활동을 통해 의사와 국회의원들이 서로 존중하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굳이 우리가 아쉬운 소리를 안 해도 알아서 대접해주도록 해야 한다. 전문의 자격증을 따고 개원을 하거나 직장을 구하면 당연히 그 지역 국회의원 후원회에 가입하는 문화를 만들어가자.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숫자가 곧 힘이다.

회원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 권리 위에서 잠자는 사람의 권리는 아무도 지켜주지 않는다. 회원 모두가 국회의원 후원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우리의 권리는 우리 스스로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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