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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즐거움에 나이도 잊지요"

"공부하는 즐거움에 나이도 잊지요"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1.06.10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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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휘 성애병원 PET-CT센터 소장

"공부하는데 나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스승들께서 가르쳐 주셨습니다. 미지의 세계를 들여다보고픈 것도 말하자면 일종의 '호기심'이라 할 수도 있고, 또 '본능'일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촛불을 켜들게 하는 것이 아닐까요."

박용휘 성애병원 PET-CT센터 소장은 "공부를 하면 할수록 새로운 눈을 뜨게 된다"며 "요즘엔 뒤늦게 책장을 뒤적거리고 자료를 만지작거리는 재미에 푹 빠져 산다"고 말했다.

 
박용휘 소장은 감마카메라에 바늘구멍 조준기를 부착한 'Tc-99m HDP 핀홀 골스캔'(이하 핀홀 골스캔) 장비를 이용해 얻은 잠재성 무릎 골절의 영상을 사진편집 프로그램의 하나인 감마 교정 원리를 활용, 새로운 진단법을 개발했다.

원리는 비교적 간단하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감마교정을 하기 전에는 판별해 낼 수 없었던 병변들이 마치 마술처럼 눈에 들어왔다. 감마교정을 거친 후에는 어느 부위에 어떤 유형의 골절이 있는지, 어느 부위에 부종이 있는지를 정확하게 판독할 수 있게 됐다.

종전에는 두루뭉술할 수밖에 없었던 스캔 소견이 특정 병변까지 정밀하게 진단할 수 있는 차원으로 지평을 넓힌 것.

"소견의 상세함과 진단가치는 MRI나 CT에 버금갑니다. 골절의 종류에 따라서는 진단하기가 더 분명하면서도 더 쉬울수도 있습니다."

성애병원 연구팀(전호승 정형외과·김장민 영상의학과)과 가톨릭의대 연구팀(박정미 여의도성모병원 영상의학과·정용안 인천성모병원 영상의학과·김성훈 서울성모병원 핵의학과·정수교 서울성모병원 핵의학과)을 비롯해 미국 텍사스대학의 에드먼드 김 교수(MD앤더스암센터 방사선 및 핵의학과)가 박 소장의 연구에 가세, 논문을 완성했다.

박 소장팀은 잠재성 골절의 MRI 소견과 핀홀 골스캔 영상을 감마 교정한 새로운 영상을 비교한 결과, 잠재성 골절의 특이한 소견을 정확히 포착해 낼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 논문은 지난해 <Skeletal Radiology>(근골격계 방사선학)을 통해 발표됐다.

단순 X선사진에서는 보이지 않고, MRI나 MDCT를 이용해야만 진단이 가능한 잠재성 무릎골절을 저렴

▲ A는 잠재성 무릎골절 환자의 MRI 영상. 골절 여부를 파악할 수는 있지만 정도가 떨어진다. B는 핀홀 골스캔 영상으로서 병변이 있음을 파악할 수는 있지만 골절인지 염증인지 또 다른 질환 인지를 감별하기 어렵다. C는 감마교정 핀홀 골스캔 영상으로 골절의 형태와 염증 상태를 잘 보여준다.
한 비용으로 정밀하게 진단할 수 있다는 소식에 핵의학자들의 감탄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박 소장은 이 논문을 근거로 특허를 신청, 최근 '잠재성 외상성 골병변의 정밀진단을 위한 바늘구멍 골 스캔의 감마교정방법 및 장치'라는 특허를 받았다.

"바늘구멍 감마카메라는 진단이 쉽기도 하고 검사비용이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감마카메라는 개발도상국에도 널리 보급돼 있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다고 할 수 있죠."

"바늘구멍 골스캔의 감마교정방법을 이용하면 지금까지 진단이 어려웠던 잠재성 골절 뿐 아니라 골 타박·부종·출혈 등의 병변까지 진단할 수 있다"고 설명한 박 소장은 "최근에는 이 방법이 골절 이외에도 골감염·골종양 등 여러 골·관절·근육계 질환의 정밀진단에 크게 쓸모가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고 귀뜸했다.

박 소장은 이번에 발표한 연구결과를 종합해 자신이 집필한 <Combined Scintigraphic and Radiographic Diagnosis of Bone and Joint Diseases> 제4판 개정판에 대폭 반영하는 집필작업을 하고 있다. 신판에는 'Gamma Correction Pinhole Scan Analysis'라는 부제를 달기로 했다.

슈프링어 출판사가 발간한 이 책은 지난 1994년 초판 발행 이후 2000년 2판, 2006년 3판을 발행하면서 이 분야 전공자들의 필독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제4판 개정판은 전자책(e-book)으로도 출판, 영구 보존하게 된다.

박 소장은 169년 전통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과학저서 전문출판사인 슈프링어에서 개정판을 포함 모두 5권의 영문교과서를 펴냈다. 슈프링어는 박 소장의 활발한 집필활동과 연구업적을 인정, 지난 2009년 명예고문으로 위촉했다. 아시아 의학자로는 처음이다.

최근까지 박 소장이 국내외에 발표한 논문은 모두 380여편. 1995년 가톨릭의대 정년 퇴임 이후에만 30여 편의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박 소장의 연구실에는 학문을 권유하는 주자(朱子)의 '少年易老學難成(소년이로학난성)'이란 글이 걸려 있다. 책장에는 낡고 허름한 서적과 학술지 그리고 해묵은 골 스캔사진과 X선 사진이 빼곡하다. 최근에 모은 귀중한 자료들은 컴퓨터에 차곡차곡 저장돼 있다.

"아담한 연구실이야 말로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는 무한한 공간"이라며 "많은 좋은 분들의 배려로 지금도 공부를 할 수 있고, 환자를 마주할 수 있는 것을 가슴깊이 감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애병원은 PET-CT·핀홀 전용 감마카메라·방사성 요오드 치료병실 등 대학병원 못지않은 핵의학 장비와 시설에 투자했다. 박 소장이 계속해서 새로운 연구와 발견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지원이 뒷받침 됐기 때문.

"많은 연구비와 인력을 지원받아야 만 연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환자의 아픔을 낫게 해 드리고 건강을 지켜드리기 위해 무엇이 부족한지, 고통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캐 들어가다 보면 길이 열린다고 생각합니다."

박 소장은 책장에서 1942년에 L. R. Sante 교수가 저술한 낡은 책 한 권을 꺼내 기자에게 보여줬다.

"군의관 시절에 우연히 헌책방에서 발견한 이 책은 나에게 가장 귀중한 보물 중 하나입니다. 70년이나 됐지만 여전히 참고할만한 중요한 내용이 꽉 차 있지요."

박 소장은 "오래도록 꺼내보는 책을 써보고 싶다"며 권학문의 마지막 대목인 '階前梧葉己秋聲(계전오엽기추선)'이란 글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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