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12일 환우와 함께하는 사랑나눔 음악회
유방암환우회·핑크타이 합동 공연…서혜경 교수 '눈물의 연주'
유방암을 극복하고 다시 피아노 앞에 앉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서혜경 씨는 "질병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환자들을 위해 슈만의 '헌정'을 준비했다"며 연주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의 피아노는 떨렸고, 연주는 중단됐다. 건반 위로 그녀의 눈물이 툭 떨어졌다. 유방암 판정과 암 투병…. 다시는 연주를 하지 못할수도 있다는 아픈 기억들이 그녀를 엄습한 듯 했다.
감정을 추스른 그녀는 연주를 잠시 중단한 채 주치의 노동영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외과)를 무대 위로 청했다.
노동영 교수는 "아무런 걱정하지 말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노 교수는 청중들에게 "저 보다 훨씬 뛰어난 전국의 암 전문의들이 여러분과 함께하고 있다"며 "함께 힘을 내자"고 했다.
다시 피아노에 앉은 피아니스트 서혜경은 힘이 느껴지는 '헝가리 광시곡'으로 연주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12일 오후 8시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환우와 함께하는 사랑나눔 음악회'는 희망과 감동의 무대를 보여줬다. 간암을 극복하고 다시 마이크를 잡은 송지헌 아나운서가 사회를 맡은 이날 무대에는 유방암을 극복한 환우들로 구성된 한국유방암환우회 합창단과 유방암 환우들의 수술을 집도하며 곁을 지킨 주치의들로 구성된 핑크타이 합창단 50여명이 무대에서 입을 맞췄다.
음악회에 참석한 500여명의 관객들은 아낌없는 박수와 앙코르를 연발했다.
앨범 4개를 발표하고 수익금을 심장병 환아 수술에 후원하고 있는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세이브더칠드런 홍보대사)은 4집에 수록한 발라드곡 '희망'을 불러 앙코르를 받았다.
그룹 클래지콰이와 이바디의 여성 보컬 '호란'은 매혹적인 목소리로 '그리움'과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불렀다. '호란'은 자신의 산문집을 통해 소아마비 장애를 안고 있는 어머니를 당당히 공개한 심지 깊은 가수.
테너 강무림 연세대 교수(음악대학 성악과)는 청아하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로 성가곡 '생명의 양식(Panis angelicus)'과 '열정(Passion)'을 비롯해 귀에 익은 '그리운 금강산'을 들려줬다.
클래식을 기반으로 다양한 크로스오버와 퓨전음악 공연을 선보이고 있는 '어반팝스오케스트라'는 이번 공연 연주를 도맡아 관객들에게 귀에 익은 클래식 선율을 선사했다.
이날 공연장에는 '생명잇기'(이사장 조원현·계명의대 교수)가 홍보 부스를 마련, 고귀한 생명나눔인 장기기증을 홍보해 눈길을 모았다.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인 '우리들학교' 자원봉사자들은 꽃 판매 봉사활동을 펼쳤다. 서혜경 교수는 암을 극복하고 처음 녹음한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CD 음반에 직접 사인을 해 주며 클래식 팬들의 성원에 보답했다.
최종상 고려의대 교수는 "눈물과 박수가 어우러진 무대였다. 이렇게 감동적인 공연은 처음"이라며 "서혜경 씨의 눈물의 피아노와 장애인 합창단의 공연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사랑나눔 음악회의 감동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