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승 작가의 개인전 'Unphotographable'
이번 사진전은 크게 두 가지 모티브를 띄고 있다. 대본을 읽어가며 극중 인물과 관계를 만들어가는 배우의 모습을 찍은 Reading 연작, 사물이 외부의 조건들과 만들어내는 긴장감을 담은 정물 사진 Still Life 연작이 그것이다.
작가 정희승의 이번 작품 컨셉은 사진 속 대상이 내·외적 조건들과 관계를 맺으며 만드는 상태 중 한 순간을 포착하는 것에 있다. 그 순간은 변화하는 조건들의 유동적 관계 속에서 정지된 한 순간이며, 그 변화의 내용을 설명할 수 없는 하나의 표면, 징후로서만 존재할 뿐인 그 찰나이다.
그래서 작가의 사진 속에는 무엇인가를 설명하고 정의하려는 의도가 담겨있지 않다. 단지 변화하는 상태의 매 순간을 정지시키고, 그 중 특정한 상태를 선택하고 시각화하려는 작가의 선택만 있을 뿐이다.
Reading 연작에서 작가는 배우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이성과 감정 사이의 긴장감이 얼굴과 몸짓을 통해 드러나는 지점을 선택한다. 사진 속 배우는 대본을 읽는 과정에서 극중 인물에 대해 분석하고 이해하는 이성적 활동과 극중 인물에 자신을 동화시키고 내면화하는 감성적 활동을 동시에 진행한다. 이러한 두 가지 측면은 서로 균형을 이루기보다, 매 순간 불안정한 긴장 상태를 형성한다.
이와 함께 전시된 작품 Spiral은 19세기 중반 크게 유행하였던 스테레오 스콥(Stereo Scope)이라는 광학장치를 이용한 작업이다. 스테레오 스콥은 사람의 눈 사이 거리만큼 떨어진 두 개의 렌즈로 찍은 미세하게 다른 두 장의 사진을 양쪽 눈으로 볼 수 있게 만든 장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