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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역사상 다사다난 한해로 기억

의료계 역사상 다사다난 한해로 기억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01.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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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를 뜨겁게 달구었던 의권쟁취 투쟁에 이어 올해 역시 한국 의료계는 의료계 역사상 다사다난했던 한해로 기억될 것입니다.

특히 작년 한해가 왜곡된 의료현실 아래 잠복하고 있던 각종 모순과 부조리가 거대한 에너지가 돼 한꺼번에 수면위로 터져 나온 것이었다면, 올해는 폭발하고 솟구쳐 오른 에너지를 어떤 방향으로 그리고 어떤 형태로 '한국의료계의 정상화'란 담론에 담아낼 수 있을까하는 의문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시도로 점철된 시간이었습니다.

결국 그런 고민과 시도는 회원의 뜻을 가장 효과적으로 수용하고 그에 상응하는 실행력을 갖춘 의사회 조직의 완성과 체계화를 필요로 하게 됐으며 그 첫 걸음으로 의협 민주화와 의협 사상 첫 직선회장 선출이라는 결과물을 내놓게 되었습니다.

지난 10월 첫 직선회장으로 선출된 신상진 회장이 투표를 거쳐 당선되기까지의 과정을 많은 관계자들과 기자들은 '우여곡절'이란 말 한마디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지난 투쟁의 연장선상에서 의협의 정관개정이 여론의 급물살을 타며 정기총회에 상정됐지만 각 직역과 지역, 세대간의 이견을 극복하지 못하고 부결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사실 4월 정기총회에 정관개정안이 상정되기 전부터 대의원 수의 배정과 시도의사회장의 이사 선임 문제 등의 이해관계가 얽힌 일부 조항으로 인한 의견차가 커, 기자들 사이에서는 정관개정안이 부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었고 불행히도 이런 전망은 정족수 미달로 총회가 무산되며 적중하고 말았습니다.

당시 총회장에 있었던 회원들의 정관개정안 부결에 대한 안타까운 표정과 분노, 자괴감으로 상기된 얼굴들은 아직도 잊쳐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후 정관개정안은 3번의 임총을 거쳐서야 회장 직선제 조항만을 포함시키는 고육지책으로 겨우 통과됐고 그 과정에서 김재정 회장이 취임 14개월만에 회장직을 사퇴하는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이런 의료계의 혼돈기는 의협신보 기자들과 의협 직원들을 일상을 크게 바꿔 놨습니다.

특히 의협을 출입하는 o 기자는 매일 아침, 저녁으로 돌변하는 의협의 정관개정 현황을 체크하느라 낮과 밤이 바꿔 내년에 유치원에 들어갈 쌍둥이로부터 벌써 '나쁜 아빠'로 찍히는 사태를 감수해야 했습니다. 더욱이 의약분업 이후 집행부에 대한 불만과 각 직역, 세대간의 다양한 요구가 서로 얽혀, 의협의 입장과 회원들의 목소리를 모두 반영해야 하는 o 기자의 마음 고생이 그 어느해 보다 심했습니다.

의협 사상 처음으로 실시된 의협 회장 직선 선거는 신상진 회장이 함께 출마한 지삼봉, 윤철수 후보를 압도적인 차로 제치며 75%의 지지율로 당선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번 투표는 회원들의 참여율을 제고하기 위해 다소 복잡한 우편투표 방식이 채택됐습니다.

일반 투표보다 2∼3가지 과정이 더 추가되는 우편투표 실시로 우편 투표 용지 발송과 수집, 개표 등의 과정을 담당한 의협 직원들은 며칠씩 밤을 새워야 했지만 의협의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한다는 일념으로 보이지 않는 조력자로서의 일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의협신보의 J 사진국장 역시 새벽녘에나 결정될 당선자의 사진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멘 채 밤이 새도록 후보들의 주변을 맴돌아야 했습니다.

결국 새벽 6시가 다 돼서야 사진 한 장을 건지는 쾌거(?)를 올렸습니다. 현장감이 살아나는 좋은 사진 한장을 찍기 위해 때로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지 실감나게 하는 경험이었습니다. 이번에 신상진 회장이 의협 직선회장에 당선됨에 따라 의약분업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99년 이후 이제 입사 3년차를 맞고 있는 C기자는 회장 직무 대행을 포함 무려 5명의 회장을 맞게 되는 기록을 세우게 됐습니다.

과거 회장 임기 3년과 연임 등으로 한사람의 회장이 6년을 채우던 관례를 생각하면 최근 3년이 얼마나 의료계의 격변기였는지를 실감나게 하는 기록이었습니다.

의약분업 실시전부터 의료계가 우려해왔던 건강보험재정 파탄이 결국 현실화되면서 건강보험 재정 파탄에 대한 책임과 대책에 대한 공방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와 일부 시민단체는 언론을 통해 재정적자의 원인으로 의사들의 허위, 과다 청구를 지적하며 이를 근절하기 위한 방안으로 진료내역 확대와 수진자 조회강화 등의 대책을 발표해 재정 파탄의 책임을 의사에게 전가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건강보험 재정 파탄과 관련해서는 김원길 장관이 발표한 5.13 재정안정화 방안이 아직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입니다. 당시 재정안정화 대책으로 진료비 심사강화, 진찰료, 처방료 통합, 주사제 처방, 조제료 삭제, 참조 가격제 실시 등이었는데 현재 차등수가제와 진찰료, 처방료 통합 정책을 빼곤 실행된 것은 없는 형편입니다.

특히 복지부를 출입하는 J 국장은 정부의 재정안정화 대책이 오직 재정지출 억제에만 맞춰져 있어 근본적인 건강보험 재정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의약분업 이후 제약업계의 판도 변화에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당초 의약분업 실시 이후 외자 제약업체의 약진이 두드러 질 것이란 예상이 있었는데 올해말 외자 제약회사의 제품이 국내 처방약의 점유율을 30%까지 높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외국계 자본에 의해 설립된 의약품 유통회사 쥴릭파마 코리아와 국내 의약품 도매업계와의 마찰도 의약품 유통 구조의 개선이란 본질적인 요인 뿐 아니라 의약분업이 그 계기가 된 것이란 의견에 이의가 없습니다.

의약분업으로 제약업계의 지형도가 달라진 것처럼 병원계의 경영환경 변화도 크게 일어 났습니다. 특히 병원 경영이 전반적인 생존게임으로 치달으며 대학병원의 위상과 교수들의 프라이드가 많이 하락했습니다.

전공의 모집을 예로 들면 예전처럼 대학에 남으려 하는 경향보다는 개원에 유리하고 수련과정이 비교적 편한 과에 집중되는 기현상을 낳고 있습니다. K부장은 일례로 한 대학병원의 치료방사선과 수련 전공의의 50%가 전공 과목을 전환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지적합니다. 병원계의 이런 외적인 어려움에다 최근에는 DRG 실시를 두고 대학병원과 중소병원간에 이견을 보여 내적인 어려움까지 더해졌습니다

연말을 맞아 한해를 정리하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해야 함에도 의료계에는 비보가 날아 들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요양급여협의회와 재정운영위원회간의 수가계약 실패와 그로인해 예상되는 수가동결이며 나머지 하나는 의료법 개정안 통과로 인한 의료계와 정부와의 대결국면이 조성됐다는 것입니다.

연말에 불거진 이 두 사건으로 신 의협회장이 단식 투쟁과 정부와의 대화 단절을 선언해 연초부터 정부와 의료계간의 관계가 급속히 냉각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지난 10월 의협이 정치세력화를 공개 선언함으로서 의협의 투쟁 양상은 더욱 다각적이며 조직적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그 밖에 올해는 홍역과 콜레라, 세균성 이질의 발생으로 인해 새로 입사한 막내 K 기자에게는 무척 바쁜 입사 첫해로 기억될 것입니다. 특히 보건원과 식약청을 동시에 출입하는 K 기자에게 항암제 글리벡 약가 결정 파동과 응급 피임약의 보급 등의 현안들이 속속 제기돼 만만치 않은 기자로서의 첫 해를 경험하게 됐습니다.

올해 막내 K 기자의 첫 출발이 있었다면 정년을 맞은 Y 주필과의 헤어짐도 있었습니다. 언제나 젊은 기자들에게 올곧은 기자정신을 강조했던 Y 주필은 편집국장 시절 집행부와의 의견차이로 인해 몇번의 굴곡을 넘으며 정년하는 마자막 날까지 일관된 자세를 보여줘 젊은 기자들에게 좋은 귀감을 남겼습니다.

여전히 정년을 맞은 나이답지 않게 왕성한 활동력을 자랑하시는 Y 주필이기에 정년 이후에도 의료계를 위해 노력하시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Y 주필의 정년 퇴임에 이어 광고국 K 군의 결혼 소식도 있었습니다 오랜 연얘 끝에 이번에 K군이 결혼에 골인하며 이제 의협신보에는 C 기자와 K 군만이 총각으로 남게 됐습니다

회원들의 목소리에 보다 귀기울이기 위해 의협신보 발전소위원회가 올해 열렸습니다. 각 직역과 지역, 세대 등이 고려된 구성된 소위원회에서는 의협신보가 보다 회원에게 다가가는 신문이 되기 위해 독자 참여 코너의 활성화와 세련된 디자인의 변화, 심층적이고 독자적인 기사 제공 등에 더욱 힘써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최근 의협신보는 독자에게 사랑받는 신문,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는 신문으로 발전하기 위해 지난 해부터 1면 기사화와 10여개의 각종 코너를 신설, 운영해 왔습니다. 특히 여타 의료계 전문지와는 구별되는 의가만평을 비롯한 각종 기획과 보다 다양하고 유익한 정보들을 제공한다는 사명감으로 기자들은 한정된 인원에도 불구하고 40페이지로 늘어난 지면을 알차게 체우기 위해 오늘도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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