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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세재건 수술 수준, 너무 놀랍다!"

"한국 미세재건 수술 수준, 너무 놀랍다!"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0.11.19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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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더블유병원 연수 중인 러시아 의사들

▲우상현 대구 더블유병원장과 이 병원에서 연수 중인 러시아 의사 스키닌, 나자리안씨(왼쪽부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부외과 분야 미세재건 전문병원으로 손꼽히는 대구 더블유병원(원장 우상현).

이 곳에서 이달부터 연수하고 있는 러시아 의사들이 있다. 모스크바 스테이트 클리닉 병원의 닥터 스키닌(38·Timofey Sukhinin) 과 나자리안(31세·Georgy Nazaryan)씨. 세계 의학계에서 아직은 변방에 속하는 한국에서, 게다가 대형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이 아닌 지방의 중소병원을 굳이 선택해 공부하러 온 이유를 들어보았다.

더블유병원의 존재는 어떻게 알게 됐습니까?
수부외상의 재건방법 가운데는 '유리피판술'이 가장 좋습니다. 어느 날 정맥피판(venous flap)에 대한 PubMed (의학정보 데이터베이스)를 찾던 중 더블유병원장이신 우상현 박사님의 논문이 미국성형재건 학회지와 영국수부외과 학회지에 게재돼 있는 것을 발견했지요. 수술 성공율이 매우 높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러시아 병원에서는 훨씬 낮거든요.

어떻게 하면 우 박사님처럼 성공률을 높일수 있을까 너무 궁금해서 직접 찾아가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러시아의 우리 병원은 교육체계가 잘 잡혀 있지 않아서 외국연수를 나가는 것이 무척 힘듭니다. 이번에도 휴가를 이용해 가까스로 한 달 동안만 오게 됐죠.

더블유병원의 미세수술 수준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은?
굉장히 높은것 같습니다. 놀라울 따름입니다. 더블유병원에선 거의 모든 종류의 미세수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장 어려운 발가락을 이용한 손가락 재건술(Toe-to-Hand transfer)부터 천공지 피판술, 응급수지 재접합술, 다양한 종류의 수지첨부 재건수술 등… . 이런 수술들은 이곳에 오기 전까지 교과서에나 볼 수 있었죠. 직접 눈으로 보고 있다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수부외과는 다른 외과 분야와 달리 매우 고난도의 술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기피 분야'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이 분야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라도?
우리 러시아는 아직 구소련 의료체제와 새로운 의료체제가 혼합돼 있는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습니다. 박사학위를 갖고 있는 의사의 평균 월급이 2000달러 정도니까 한국과 비교하면 많이 적지요. 하지만 우리가 하는 미세수술 분야는 돈의 문제가 아니라 환자에게 새로운 생명을 주는 수술이기 때문에 굉장히 큰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정형외과·신경외과·외과·성형외과 의사들이 혈관이나 신경에 관계된 문제가 있으면 우리에게 꼭 연락을 하고 해결 해달라고 하기 때문에 의사로서 굉장히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비행기 조종사가 손가락이 절단돼서 응급실에 실려온 적이 있었는데, 대수술 끝에 결국 손가락을 접합하는데 성공해서 지금은 다시 비행기를 탈 수 있게 됐습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우리가 하는 일이 굉장히 소중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지요.

러시아 의료와 한국 의료의 차이점이 있다면?
우리는 국가병원에서 근무하는 공무원과 비슷한 신분인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지요. 러시아에서도 외래와 간단한 수술만 하는 대부분의 작은 의원은 개인소유로 돼 있긴 하지만 한국처럼 개인 의원간 경쟁은 별로 심하지 않습니다.

입원이 필요하거나 큰 수술을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국가병원이나 대학병원에서 가능합니다. 그러나 더블유병원처럼 개인병원에서 이렇게 어렵고 힘든 수술을 하는 곳은 러시아에 없습니다. 또 한국처럼 정형외과·성형외과·신경외과로 나뉘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 소아외과에서 15세미만의 손과 발의 수술뿐만 아니라 모든 수술을 합니다. 정형외과에서는 혈관이나 신경과 관련된 수술은 전혀 못하고 우리처럼 수부외과 미세수술만 하는 의사들이 미세혈관수술과 손수술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무상의료' 시스템의 잔재가 남아있습니까?
구소련의 의료시스템은 모든 사람들에게 모든 치료를 다 해주는 것이었으나, 이것은 거꾸로 말하면 권력이 있는 사람들만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고 일반 국민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없다는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좋은 의사한테 좋은 수술을 받기위해서는 어떤 경우에는 '뒷돈'(black money)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요. 그러나 이제 러시아 의료시스템도 새롭게 변화하고 있어서 점점 나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러시아 의사들도 군 복무를 하나요?
한국 의사들은 반드시 군의관으로 근무해야 된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27세 이상이면 군대에 갈 필요가 없고, 26세 이하라도 박사학위 과정을 밟고 있으면 군에 안가도 됩니다. 또 우리는 레지던트 수련기간이 한국보다 짧은 2년입니다. 보다 전문화된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수련 기간이 길어 졌으면 하는 생각이네요.

본국에 돌아가 러시아 의사들에게 더블유 병원을 소개한다면?
러시아 병원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것 같습니다. 병원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지만 수술 난이도는 러시아의 대학병원급 이상 수준이다. 러시아에서는 엑스레이 필름만 가지고 진단을 하는데 더블유병원은 매일 아침 커다란 스크린에 엑스레이 영상을 마음대로 확대해서 같이 볼수 있고 수술 전후 환자의 상태를 직접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슬라이드를 직접 볼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특히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마치 스위스시계처럼 정확하게 자기 일들을 열심히 하고,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서로 상의해 더 큰 문제를 예방하는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매일 아침 수술전후 컨퍼런스를 통해 수술방법에 대해 상의하고 여러 가지 수술방법을 스탭들에게 제시하는 원장님이 존경스럽고, 병원에 계신 모든 직원들이 우리를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의사들에게 더블유 병원 연수를 권하고 싶습니까?
물론입니다. 손수술과 미세수술에 관심있는 러시아 의사는 반드시 더블유병원에 와서 연수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친구들과 후배들에게 꼭 더블유병원에서 연수할 수 있도록 권해주고 싶습니다.

 

▲ 우상현 더블유병원 원장
더블유 병원은 이번 러시아 의사들의 연수 뿐 아니라 지난해부터 꾸준히 외국 의사들이 찾아 들고 있다. 미국인 수부외과 전문의 비카스(Vikas Dawhan)씨는 2009년과 올해 두 차례에 걸쳐 6개월간 더블유 병원에서 수부외과와 미세수술 수련을 받고 미국으로 돌아가 현재 루이빌 대학병원 수부외과의 책임자로 근무하고 있다.

인도에서 JCI 국제 인증을 받은 대형병원인 아폴로병원 그룹 수부외과 전문의로 일하는 닥터 아제(Ajay Arbol)씨도 올 9월 더블유 병원을 찾아 2개월 동안 연수를 받고 돌아갔다.

우상현 더블유 원장은 대한수부외과 학회와 미세수술학회에서 10회에 걸쳐 우수논문상을 수상한 이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 가운데 한 명이다. 우 원장의 논문 가운데 18편은 SCI급 국제 학술지에 발표됐다. 미시건대학 부학장이자 성형외과 교수인 캐민 정 박사와 함께 미국 수부외과 의학 교과서를 공동집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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