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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 일 해보니 '의사'가 좋은 직업"

"딴 일 해보니 '의사'가 좋은 직업"

  • 김은아 기자 eak@doctorsnews.co.kr
  • 승인 2010.11.05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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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출신 첫 여성 판사 유화진 변호사

 

국민을 내 가족처럼, 환자를 내 생명처럼'을 내건 대한의사협회 제33차 종합학술대회(대회장 경만호·대한의사협회장)가 2011년 5월 13∼15일 서울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종합학술대회 조직위원회(조직위원장 김성덕·대한의학회장)와 <의협신문>은 33차 학술대회를 맞아 '릴레이 탐방 33인-진료실 밖에서 한국의료의 길을 묻다'를 기획했습니다.

이번 릴레이 탐방은 의사회원 가운데 진료실 밖으로 나가 새로운 세계를 개척한 주인공을 만나 ▲다른 길을 걷게 된 동기 및 배경 ▲일하면서 느끼는 보람 ▲외부에서 바라 본 의사 사회 ▲의사 회원에게 하고 싶은 말 등을 들어봄으로써 한국의료와 의사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기획입니다.

종합학술대회 직전까지 연재되는 '릴레이 탐방'에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 주>

 좀 똘똘해 보인다 싶은 아이에게 어른들은 늘 같은 몇가지 질문을 한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하고, "넌 커서 뭐가 되고 싶어?"다. 어찌보면 짓궂은 물음이지만, 어른들은 대체 그게 왜그렇게 궁금한 건지 꼭 물어야 직성이 풀린다. 아마도 정말 답이 궁금해서 하는 질문이라기 보다는, 아이에 대한 관심과 기대의 표현이 아닐까.

그래서, 여의사로는 처음으로 판사가 됐다가 지금은 법률사무소를 차린 유화진 변호사에게 물었다. "의사가 좋아요, 변호사가 좋아요?" 그리고 또 물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으세요?"

▲ ⓒ의협신문 김선경
유화진 변호사는 1994년 서울의대를 졸업한 뒤 서울시 여성보호센터에서 봉직의사로 근무하던 중 2002년 사법시험에 합격, 연수원을 거쳐 대법원 재판연구관실과 광주지법에서 판사의 길을 걷는다. 지난해에는 법복을 벗고 법률사무소를 열어 보기 드물게 의사와 일반 공무원, 판사와 변호사를 모두 겪은 인물이다.

"어떤 일을 시작할 때 항상 뭔가 거창한 이유가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법시험을 보게 된 것도 서울시 여성보호센터에서 근무하는 동안 법을 알면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데 도움이 되겠다 싶어 아는 선배가 하던 공부를 따라하다가 우연히 도전한 것이거든요."

어디서 많이 들어본 스토리이지 않은가. 오디션 보는 친구 따라 갔다가 덜컥 캐스팅 된 스타.

"머리가 좋은 편은 아니었는데, 그렇다고 끈기 있게 책상 앞에 꼼짝 않고 붙어 있는 스타일도 아니고……. 의대 공부를 열심히 하진 않았지만 사법시험 볼 때 도움이 됐어요. 많은 양을 짧은 시간안에 학습하는 데 대한 훈련이 됐달까. 원래는 임상의사가 되려고 했는데, 막상 법학 공부를 하다보니 재밌더군요."

법학에 재미를 붙였기 때문이었을까. 그는 연수원 생활이 끝나고 당당히 판사로 법조계에 입문한다. 딸이 사법시험을 보겠다고 했을 때 내색은 안 하셨어도 그냥 의사를 했으면 하셨던 부모님도 판사가 되고 나니 무척 좋아하셨다.

그는 판사 시절에 대해 "판사가 법무의 중심이고, 법원을 경험해봐야겠다고 생각해서 판사를 지원했다"며 "의료소송도 많았는데, 소홀하지 않게 하려고 자료도 더 꼼꼼히 봤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같은 법조계더라도 판사와 변호사는 업무 성격이 많이 다르다. 판사는 이것저것 신경 쓸 필요없이 고유의 업무에만 집중하는 반면 변호사는 의뢰인을 만나야 하고 재판 과정에서 발생하는 돌발적인 문제도 처리해야 한다.

그 자신만 해도 판사 시절엔 "관심이 부담스러워 어디가면 그냥 공무원"이라고 했지만, 요즘엔 누굴 만나면 먼저 변호사 명함을 건넨다.

"변호사가 되고 나서 의뢰인이 처음 상담할 때 했던 말이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달라질 때는 정말 황당더군요. 하지만 그런 일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더욱 단련되는 것 아닐까요? 솔직히 그럴 땐 의뢰인이 밉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를 믿고 찾아온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최선을 다해 도와줘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죠."

▲ ⓒ의협신문 김선경

흔히 변호사와 의사는 사회적으로 종종 서로 비교되는 전문직종이다. 둘의 차이에 대해 유 변호사는 "변호사가 시간적인 면에서 좀더 자유롭다"고 했다.

"저는 좀더 사회의 기본 틀과 맞닿는 접점에서 일해보고 싶은 생각에 법조계로 뛰어들었지만, 지금도 의사가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판사나 변호사는 항상 분쟁의 중심에 있는 반면 의사는 아픈 사람을 치료해주는 의미있는 일을 하니까요. 역시 의사만큼 좋은 직업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다시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간다면 어떤 전공을 택하겠느냐는 질문에 망설임없이 "경영"이라고 말한다. "사회에 도움이 되는 실물을 만들어내고, 수익을 창출하는 일을 해보고 싶어서"가 이유다.

그는 요즘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위민넷의 여성 멘토로 활약 중이다. 사회 진출을 앞둔 여성들에게 직업이나 진로에 대해 조언해주고 상담하는 역할이다. 최근에는 국립암센터에 있는 친구의 제안으로 금연운동협의회의 법적 자문을 도와주는 일을 시작했다.

"변호사가 되기로 한 이유 중 하나가 공익활동을 좀더 많이 해보고 싶어서입니다. 특히 청소년 약물중독에 관심이 많습니다. 약물중독은 법적으로도, 의학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고, 특히 청소년은 성인에 비해 사회적 배려를 더 많이 필요로 합니다.

아직은 개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본격적인 활동을 못하고 있지만, 사무실이 자리를 잡으면 좀더 공익활동 비중을 늘릴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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