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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춤 1·2·3

사자춤 1·2·3

  • 이영재 기자 garden@doctorsnews.co.kr
  • 승인 2010.10.1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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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구 지음/계간문예 펴냄/각권 1만원

그리 멀지 않은 미래 2030년. 대한민국 영토인 독도 앞바다에 일본의 미사일이 떨어진다. 일본 정부는 곧바로 오작동에 의한 실수라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그 순간 일본 군사위성은 한반도 전역을 빠르게 크로스 체크하며 한국의 임전태세를 확인한다. 미사일기지 대응과 우주방위군 활동까지 한꺼번에 점검한 그들…. 그리고 몇시간 후 북해도 인근 산악지대에서는 진도 7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한다. 미사일과 지진은 무슨 연관이 있을까? 의도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일련의 사건들이 동북아 패권을 통해 세계를 향하는 일본 군국주의의 부활을 알리는 서막이라면?

매년 장단편 소설집을 펴내고 있는 의사소설가 이선구 원장(전북 군산·군산안과)이 장편소설 <사자춤>을 선보였다. 장편소설 <시의 갈레누스>(2006) <베테치아 코덱스>(2007) <왕롱의 잔>(2008)과 단편소설집 <유리병속의 코끼리>(2009)이은 이번 작품은 구한말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 평화회의에 고종 밀사로 파견돼 을사늑약이 일본의 강제에의해 체결된 조선의 침탈행위임을 밝히려다가 일본의 방해와 열국의 냉대 속에 뜻을 이루지 못하고 할복으로 대한제국인의 기개를 떨치며 순국한 이 준 열사의 생애를 소재로 5대손인 소설가 이 록을 통해 움추린채 있지만 언제 다시 드러낼지 모르는 일본의 야욕을 파헤치며 우리가 잊고 사는 조국과 애국혼의 의미를 찾아간다.

북청사자놀음에서 제목을 따온 <사자춤>의 첫 장을 열면 눈길은 두 길을 좇는다. 이 록을 통해 2030년 한반도와 동북아를 둘러싼 일본의 음모를 몸으로 부딪히며 파편화된 진실의 조각을 맞춰가고, 또 한 쪽으로는 구한말 일본의 군국주의 망령에 무참히 유린당하던 조국을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진 이 준과 그의 곁에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했던 이들의 이야기 <소설 이준>이 펼쳐진다. 소설 속 또 한편의 소설이 가볍지 않은 무게로 전해진다.

'헤이그밀사'로 잘 알려진 이 준은 평리원 검사시절부터 법을 공평하게 적용하지 않는 다는 죄목으로 법부대신(현 법무장관)을 기소하면서 불의와 권력에 굴복하지 않는 호법신(護法神)으로 불렸으며 역사상 손꼽힐만한 청백리였다. 또 애국을 몸소 실천하며 무엇보다 대한제국을 둘러싼 열강들의 정세를 판단하는 놀라운 식견과 혜안을 갖춘 뛰어난 국책전문가였다. 소설 속 이 록을 통해 그려지는 이 준의 일생을 톺아보다 보면 그가 한순간도 잊지 않았다는 '위대한 나라'에 대한 꿈을 읽을 수 있다.

소설은 이 준의 조국을 위한 삶 속에서 앞으로 닥칠지 모르는 일본의 제2의 한일합방 침탈을 경계한다.

우리가 잊고 사는 애국혼을 불러일으키며 부지중에 잠식되고 있는 우리의 의식을 드잡아 깨운다.

'역학 공명'을 이용 지진을 인위적으로 일으키는 무기를 개발하려는 일본의 야욕 앞에 우리는 무기력하다.아직도 여전한 친일 잔재와 사람들.나라를 팔아먹은 대가로 한일합방 100년이 된 지금까지 호의호식하는 그들의 후손들.뼛속깊이 자리잡은 패배적인 역사인식.무람없이 종속된 경제상황.

빠른 전개와 눈길을 끄는 소재들은 때로는 역사적인 맥락을 짚으며, 때로는 진실을 찾기 위해 실마리를 좇으며 한 쪽 한 쪽 책갈피를 넘기는 손길을 바쁘게한다.

소설은 두 시대를 넘나들며 1900년대 몇년과 2030년의 상황을 오버랩시킨다. '강화도조약''임오군란''갑신정변''을미사변''을사늑약''헤이그밀사' 등 질곡의 역사에 2030년 야욕을 드러낸 일본의 모습을 투영시킨다. 손 끝 하나 스스로 움직일 수 없었던 나약함을 곱씹고 다시는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는 맹세를 가슴에 새긴채….

작가는 삼년여의 집필기간 동안 수많은 자료를 검색하고 직접 취재하면서 책 한쪽 한쪽을 이어갔다. 전 3권의 방대한 규모임에도 역사적 사실의 체계와 구체성이 역사의식의 정통성을 밑거름으로 펼쳐진다. 자료조사를 하면 할수록 글을 써내려가면 갈수록 "날마다 분노하고 날마다 울"었다는 작가의 고백은 정치·경제·역사 그밖의 어느 것 하나 스스로의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조선의 현실이 눈 앞을 가려왔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일신의 안위와 영달을 외면한 채 만주·몽골·러시아 등지에 몸을 묻고 조국의 구원을 위해 몸바친 우리의 선대 의사들인 김필순·이태준·이자해·박서양·김창세·유진동·이미륵 등과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이들에게 이 책을 바치고 있다. 몇 해전 방영된 '광야로 떠난 의사들'이 책을 쓰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가 됐기 때문이다. "역사란 책속에 묻힌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깨어있는 자에 의해 재해석되는 것"이라는 작가의 신념도 대작의 완간에 큰 힘으로 작용된 듯하다.

1900년도 2030년도 아닌 2010년을 사는 우리에게 조국은 무엇인가?

"우리는 여전히 식민지시대를 살고 있는 것일까"라는 작가의 물음에 대답이 군색해진다(☎02-3675-5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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