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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국가건강검진 현주소와 개선 위한 정책제언

시론 국가건강검진 현주소와 개선 위한 정책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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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10.15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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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호(대한검진의사회 정책부회장)

건강검진은 증세가 없는 불특정 다수에게 선별검사(screening)를 통해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신속하게 치료하여 질병에 따른 장애를 예방함으로써 합병증 및 사망률 감소를 꾀하는데 목적이 있다. 특히 국가건강검진사업은 질병의 유무와 상관 없이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스크리닝 개념을 가지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실시하는 건강검진비용 지급현황을 보면 2009년을 기준으로 총 검진기관에 지급된 비용이 7250억원에 이르는데 이는 1880억원 규모였던 2004년도에 비해 약 3.9배에 이를 정도로 가파르게 확대된 규모로서 건강검진 사업이'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있는 현장에서 느끼는 애로사항은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자.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Health Plan 2010)을 보면 전 국민 암검진 수검률 목표를 60%로 잡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유럽의 80%의 수준에 못 미치는 55% 정도의 낮은 국가암검진 수검률이 의식되겠지만 검진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점은 이 보다는 위양성과 위음성으로 인한 스트레스라고 할 수 있다.

검진결과 위 양성으로 나온 경우는 질병통보로 인해 확진이 결정될때까지 정신적인 불안감을 지닌채 생활해야 한다는 점이고, 위 음성인 경우는 질병발견이 적시에 되지 않아 치료기회를 놓치거나 의료소송으로 휘말릴 수 있는 대표적인 경우다.

특히 위 음성으로 나오는 경우에는 이에 대한 제도적인 개선이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의료기관의 잘못으로 자리매김 되는 어정쩡한 현실이다.

실례로 대변검사를 통해 음성판정이 나올 경우 임상증세가 없다면 현실적으로 대장내시경검사나 대장조영 촬영을 권유하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며, 이런 경우 이듬해에 대장검사를 통해 대장암 진단으로 나온 경우 마치 의료기관의 오진인 것처럼 매스컴에 보도되거나 국정감사의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것 등이 의료기관들을 당황케 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암의 진단이 국가검진으로 이루어지는 경우와 일반검진을 통해 이루어지는 빈도수를 비교해 보면 임상증세를 동반한 경우에는 의료기관 방문을 통한 검진이 다수를 차지하며, 무증세일 경우는 국가검진사업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국가암검진 수검률을 높이면 더 많은 암환자를 조기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할 편견이 존재한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은 국민들의 기대치가 높고 그 동안 양적 팽창과 수검률 향상에 매진했던 초창기 국가건강검진사업이 2009년 3월 건강검진기본법이 통과되면서 수검기관의 질관리평가를 통해 검진의 질 향상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전환됐다는 점이다.

국민건강증진 및 국가검진사업의 확고한 자리매김을 위해 검진기관 질관리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외국의 사례를 보면 검진목표와 검진가이드라인을 검진기관에 숙지시키고 목표에 부합되지 못했을 때 평가를 통해 수준을 끌어올리는 동반자적 자세를 견지하는 반면에 우리의 현실은 검진기관 취소 및 영업정지라는 철퇴를 가지고 윽박지르는 제도가 아쉬운 점이라 할 수 있다.

상당수의 수검자가 1차 의료기관에서 국가건강검진을 받고 있는데 열악한 의료기관 현실을 도외시한채 무리한 질평가 가이드라인을 적용함으로서 이는 가뜩이나 위축되고 영세한 1차 의료기관에게 찬물을 끼얹는 형국이 되고 있다.

하나 더 지적하자면 2007년부터 시작한 생애전환기 검진을 통해 그 동안 검진만 해왔던 초창기에 비해 1차, 2차에 걸쳐 검진내용을 분산시키고 2차 검진을 통한 1차 검진결과 설명 및 상담이 이루어졌다는 고무적인 평가를 내부에서는 할지 모르지만 검진기관의 과정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다.

이는 검진이 이루어지고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체계적인 관리 및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기 때문인데 주로 만성질환 발견 및 관리를 목적으로 생애전환기 검진이 잡혀 있다면 일본의 경우처럼 대사증후군에 포커스를 맞춰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할 것이며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건강관리서비스'시장진입과도 맞물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상의 내용들을 정리하여 국가 건강검진 사업의 성공을 위한 정책적 제고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검진수가를 현실화해야 한다.

대부분의 검진 효과에 대한 연구들이 검진에 순응하는 집단을 대상으로 실시하기 때문에 검진의 효과가 과대 평가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시되며 검진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국가건강검진사업의 질관리체계화 및 질관리평가와 함께 이에 상응하는 검진수가를 현실화하는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둘째, 검진결과를 지역사회 커뮤니티와 연계해야 한다.

대부분 위험군이나 질병군의 대상이 되는 수요자들에게는 물리적인 접근을 통한 교육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현실적인 결과에 대한 설명보다는 질병예방 및 합병증 감소를 목표로 한 내실 있는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실정이므로 이를 위해서는 1차검진 스크리닝을 통해 위험군, 질병군을 솎아내어 지역사회에 500명 이상 운집시킬 수 있는 교육장이나 강당에서 교육만을 전담하는 의사를 지방자치단체나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정식 임용해 '지역교육전담의제도'를 정착시키는 방안이 필요할 것이다.

'지역교육전담의'는 진료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만성질환 및 암예방 교육전담의로 매진함으로써 현재 갑론을박중인 '건강관리서비스' 제공주체에 대한 대안으로 자리매김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건강검진 수검률 제고를 위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대부분 지역가입자 중 부양자인 남자들의 수검률이 떨어지는데 이는 검진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수검을 받고 싶어도 대부분의 수검대상자 등이 생계형이다보니 '목구멍이 포도청' 이라 수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따라서 지역가입자들의 수검률 제고를 위해 검사당일에 한해 세제지원 인센티브제 도입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며, 건강검진 대상을 통보하는 방식도 현행 우편통보 방식에 그치지 않고 휴대폰 문자메시지 발송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독려할 필요성이 있다.

넷째, 출장검진에 대한 제도적 정비가 이루어져야 한다.

검진기관의 양적·질적인 성장과 함께 의원급 검진기관의 접근성이 용이하고 충실한 내원검진이 가능하기 때문에 출장검진의 점진적 폐지와 출장검진 대상지역을 도서, 벽지 중 검진기관이 없는 특수지역으로 제한할 필요성이 있다.

일부 보건단체부터 종합병원에 이르기까지 출장검진의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출장검진 의료기관과 해당지역 의료기관간 마찰이 발생하고 있으며 차량장비 이동으로 인한 안정성 및 한꺼번에 많은 검진 실시로 인해 출장검진 신뢰성이 저하되고 있다.

또 원거리 검진유치로 인해 검진결과에 대한 사후관리가 부족하며 종합병원의 경우 고가장비 및 명성을 이용해 타지역 검진자까지 싹쓸이함으로서 영세한 의원급 의료기관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5대암 출장검진시 의료인력과 시설, 장비기준만 충족하고 보건소에 신고만 하면 제재조치가 없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인구보건협회 및 건강관리협회 등의 검진사업은 본래 사업목적보다는 영리추구를 위한 과도한 영업적 사업수단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두 단체의 무분별하고 국가 정책에 반하는 검진사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나아가 암검진 질관리 평가에 있어서도 내원검진 관련 규제사항은 과도한 반면 출장 검진에 대한 질관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시급한 제도적 정비가 이루어져야 한다.

다섯째, 검진항목의 선택과 집중이 이루어져야 한다.

앞으로 10년 후의 검진을 예상해본다면 검진장비 및 인프라의 놀라운 발전으로 인해 간단한 혈액채취로 암검진을 대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기존에 과다한 장비투자를 한 의료기관들의 도산이 우려되므로 국가검진사업의 방향도 달라져야 할 것이며, 국가가 모든 국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스크리닝을 단순하게 하고 순응도를 높여 나가야 할 것이다.

따라서 백화점식 검진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항목선택이 필요한 시기이며, 사업평가를 통해 생존율과 합병증 감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검진일 경우에는 과감히 정리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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