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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222만원 포기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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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0.07.30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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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월 약품비 절감 규모'
내년 수가 결정적인 변수

Cover Story

내년도 수가계약을 앞두고 7월 21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6개 보건의약단체 대표가 상견례를 겸한 간담회를 열었다. 수가계약 마지노선은 10월 17일. 보건의약단체와 건보공단은 9월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부터 협상에 들어가 한 달 동안 합의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이번 수가협상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건강보험 재정 문제가 매년 되풀이되고 있지만 보험정책의 근본적인 변화없이 획기적인 보험료 인상이나 국고 지원 등은 기대할 수 없다.

매년 1∼2%의 수가인상을 놓고 마라톤 협상을 펼치면서도 번번이 협상 결렬이라는 결과물을 얻을 수밖에 없는 답답한 현실이다.

'저부담-저수가-저보험료'의 구조 속에서 1%의 수가를 인상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수가 1%를 금액으로 바꿔 계산하면 약 600억원에 이른다.

600억원은 의협 한 해 예산의 약 2배에 이르는 금액이며, 소규모 제약회사 한 곳 또는 시장에 매물로 나온 주식회사 '한글과 컴퓨터'를 인수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다.

의원급에서 1% 수가가 인상될 경우 의원급 요양기관(2만 7027곳, 2009년 12월말 현재) 한 곳 당 222만원이 돌아간다. 222만원은 개원회원이 의협 회비 8년치를 내고도 남는 금액이며, 교수 및 봉직회원은 12년치에 상당하는 금액이다.

이번 수가협상은 예년과는 달리 약품비 절감 규모를 기준으로 그에 따라 수가를 인상하느냐 인하하느냐를 놓고 심한 밀고 당기기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절감 규모에 따라 내년 수가 결정

이번 수가협상은 다소 복잡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건보공단과의 '수가협상'이 결렬되자 보건복지부는 2009년 11월 25일 제21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2010년도 약품비 4000억원 절감을 전제로 의원급 수가가 3%(병원 1.4%) 인상됐다.

당시 건정심에서는 2010년 병원과 의원의 약품비 절감 여부를 평가, 2011년 수가계약에 반영키로 했다. 약품비 배분은 2009년 3∼8월 병원과 의원의 약품비 총액(5조 1617억원) 가운데 의원이 차지하고 있는 2조 2927억원(44.4%)과 병원이 차지하는 2조 8690억원(55.6%)를 기준으로 약품비 절감 목표액(4000억원)을 대입키로 했다.

이에 따라 절감목표액 4000억원은 의원에 1776억원, 병원에 2224억원씩 배정됐다.

약품비 4000억원 절감액을 기준으로 그 이상 약품비를 절감했을 경우에는 절감액의 50%를 2011년 수가에 반영하고, 4000억원 이하를 절감했을 경우에는 미절감 분의 50%를 수가인하에 반영하는 이른바 수가 연동에 합의한 것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2010년 1년 동안 약품비 절감(4000억원) 규모를 계산할 수 없으므로 6개월(2010년 3∼8월) 동안 2000억원의 약품비 절감액을 기준으로 의원은 888억원이, 병원은 1112억원이 기준점이 된 것이다.

정리하자면 건보공단과의 수가계약이 체결되고, 약품비 절감 목표액을 달성한 경우에는 '2011년 수가협상 결과'+'절감액-목표액의 50%에 해당하는 인상률'이, 약품비 절감 목표액을 달성하지 못한 경우에는 '2011년 수가협상 결과'―'절감액―목표액의 50%에 해당하는 인상률'이 2011년 수가로 반영된다.

반면 수가계약이 결렬되고 약품비 절감 목표액을 달성했을 경우에는 '의원 2.7%(병원 1.2%)'+'절감액―목표액의 50%에 해당하는 인상률'이, 약품비 절감 목표액을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의원 2.7%(병원 1.2%)'―'절감액―목표액의 50%에 해당하는 인상률'을 반영하게 된다.

지난해 건정심에서 약품비 절감과 수가연동 외에 ▲신상대가치제도 및 본인부담률 구조개선 등 의원 및 병원 경영개선을 위해 가입자·공급자·공익 적극 협력 ▲수가결정방식 개선 추진 등이 부대조건으로 합의됐다.

부대조건이 합의된 배경에는 흔들리고 있는 의료전달체계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불균형을 바로잡자는 공감대가 자리하고 있다.

총액계약제·리베이트 쌍벌제 약품비 절감 '직격탄'

의협은 건정심에서 약품비 절감과 수가연동 방안이 결정된 직후 의약품특별대책위원회와 위원회 산하에 실행위원회를 구성하고, 협회 사무국에 약품비대책반을 신설하는 등 약품비 절감을 위해 팔을 걷었다.

전국 16개 시도 및 개원의협의회 총회에서 별도로 약품비 절감 특강을 실시해, 약품비 절감의 필요성을 홍보하는 한편, 의원급 2만 7000여 곳에 홍보자료를 배포하고, 전회원을 대상으로 8차례에 걸쳐 웹진을 발송하는 등 총력전을 펼쳤다.

청구소프트웨어 팝업 안내는 물론 다빈도 처방 의약품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다. 온·오프라인 매체를 모두 동원하고, 지역의사회 정기총회·대회원 설명회·반모임 등 각종 의사단체 모임에 참여, '약품비 절감 캠페인'을 펼치는데 앞장섰다.

그러나 3월 17일 정형근 건보공단 이사장이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2012년부터 총액계약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의료계의 반발을 산데 이어 리베이트 쌍벌제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4월 28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의협이 총력전을 펼쳐온 약품비 절감운동은 직격탄을 맞았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오리지널 의약품을 처방해야 한다며 정부의 의약품 정책에 반발하는 양상까지 보였다. 의약분업 이후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수면 아래에 도사리고 있는 상황에서 총액계약제 파문과 리베이트 쌍벌제 법안은 의협의 약품비 절감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로 작용했다.

5월부터 7월 중순까지 무려 석달 가까이 의협의 약품비 절감 캠페인은 역풍을 맞은 채 소극적인 자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약품비를 줄여 수가를 인상해 보자는 약품비 절감운동에 제동이 걸리면서 내년도 수가협상을 준비해야 하는 의협 수가협상팀에는 비상이 걸렸다.

3∼4월 약품비 평균 증가율 기준치보다 높아 '비상'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집계한 2010년 약품비 증감률 현황자료에 따르면 의원급의 약품비는 2009년 3758억원에서 4254억원으로 13.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4월 약품비는 3459억원에서 3819억원으로 10.4%가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3월보다 4월의 약품비 증가율이 다소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2006∼2009년 3년 동안 의원급의 약품비 평균 증가율 9.91%와 비교하면 0.5∼3.3%가 높다. 4월 진료분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평균증가율(9.91%) 보다 낮은 지역은 16개 시도 가운데 제주(5.7%)·경남(4.6%)·강원(6.8%)·서울(7.4%)·충남(7.9%)·충북(9.1%)·경북(9.6%) 등 7개 지역에 불과하다. 광주지역의 약품비 증가율이 21.9%로 가장 높고, 대구(16.5%)·경기(14.1%)·전북(12.2%) 등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과별로는 영상의학과·피부과·신경과·외과·정형외과·일반과 등은 평균 증가율 이하인 반면, 성형외과·이비인후과·소아청소년과·마취통증의학과·정신과·흉부외과 등은 여전히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병원급은 상황이 더 안좋다.

병원급의 3월 약품비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상급종합병원 12.1%, 종합병원19.5%, 병원 20.4%, 요양병원 15.8% 등 평균 16.0%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목표치(7.7%)에 비해 2배를 뛰어넘는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성상철 병협 회장은 전국 병원장들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 외래환자의 처방기간을 8월에는 1개월 이내로 하고, 처방 약품목수도 1∼2개로 줄여달라며 동참을 호소하고 나섰다.

'약품비 절감' 마지막까지 최선을

지난 7월 1일 열린 의협 보험위원회 및 각과 개원의협의회 보험이사 연석회의에서는 "리베이트 쌍벌제 통과등으로 약품비 절감 운동이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내년도 수가와 약품비 절감규모를 연동키로 한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중지를 모았다.

7월 17일 열린 의약품특별대책위원회에서도 "남은 기간 동안이라도 약품비 절감운동을 다시 벌여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김근모 광주시의사회 보험이사는 "이번에 인상되거나 삭감되는 수가는 지금의 건강보험제도와 수가결정 방식이 유지될 때까지는 영향을 받게 된다. 매년 은행금리의 단리처럼 적용되므로 회원들이 의업을 종료하는 시점까지 돌려받게 된다"며 회원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요청했다.

김 보험이사는 "2011년 수가 계약을 위한 공단과의 협상이나 건정심 회의에서는 올해 3월부터 8월 사이에 사용한 약품비 통계 자료만이 인용될 것"이라며 "약품비 절감에 대한 부대조건은 문서화된 결정사항이므로 최대한 회원들에게 유리한 결과를 갖고, 2011년 수가협상에 임할 수 있도록 남은 기간 동안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보험이사는 "약품비 절감 목표액이 많은 액수는 아니다"면서 구체적인 실천방안으로 ▲하루 원외 처방 45건을 43건으로 2건 줄이기 ▲처방 건당 평균 처방일수를 7.5일에서 7.2일로 줄이기 ▲증상이 있을 때 복용토록 하는 예비 처방(P.R.N. 처방)이 많은 의료기관은 P.R.N. 처방을 할 때 다른 약품 처방일의 절반 정도로 줄이기 ▲만성질환자나 재진환자의 경우 복용하지 않은 잔여 의약품 확인하기 ▲환자가 요구한다고 필요 이상의 약품을 처방하지 말기 ▲비스테로이항염증약(NSAIDs)·근육이완제·소염제·소화제는 삭감되지 않도록 처방하기 등을 제안했다.

이 혁 의협 보험이사는 "의협과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약품비 절감 운동을 전개하던 시점에 리베이트 쌍벌제등에 따라 차질을 빚었지만, 내년도 수가협상을 위해서는 남은 기간이라도 다시 적극적으로 절감 운동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8월 한 달 줄일 수 있는 건 줄여야

이번 약품비 절감액이 수가로 반영된다고 하더라도 목표초과액 또는 미달성액의 절반 만큼에 해당하는 인상률을 적용하게 되므로 1% 안팎에서 수가 인상 또는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약품비를 절감하지 못한 채 증가율이 목표액을 크게 앞지른 경우 병원급은 1% 미만대에서, 의원급은 1.5%대에서 수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의원급을 기준으로 약품비 절감 규모에 따라 900억원에서 2500억원대까지 수가인상을 예상할 수 있다. 의원급 의료기관 1곳당 333만원∼925만원까지 돌아갈 수 있는 규모다.

하지만 3∼4월 약품비 증가율로만 미뤄보면 기대치 이상의 목표 달성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결국 2.7%의 수가를 기준으로 1%(600억원)를 더 인상할 것인지 혹은 인하할 것인지를 놓고 치열한 협상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협상에 임하는 의협 보험국의 가장 강력한 카드는 약품비 절감액이 될 수밖에 없다.

3∼4월 평균 약품비 증가율은 목표치를 넘어섰지만 4월 들어 증가율이 낮아지는 추세를 보인 것은 고무적이다. 8월이라는 히든카드도 아직 남아 있다. 8월 진료비 청구를 한 두 달 미루자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상황이 절박한 것은 사실이다.

끝까지 약품비 절감 노력을 기울여 다만 222만원이라도 손에 넣을 것인지 무관심과 외면 속에 다른 곳에 넘겨줄 것인지 여부는 결국 회원들의 선택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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