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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 평가 "10년 동안 방치했다"

의약분업 평가 "10년 동안 방치했다"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0.06.2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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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사회시민회의 "전문가 참여 객관적·중립적 평가 필요"
건강보험·의료전달체계 등 의료시스템까지 평가해야

▲ ⓒ의협신문 김선경
시민사회단체 일각에서 10년 동안 방치하고 있는 의약분업을 평가를 통해 무엇이 문제인지, 무엇 때문에 부담이 많은지를 객관적으로 평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바른사회시민회의와 건강복지공동회의가 공동주최하고, 한국지속가능기업연구회가 주관한 '건강보험-의약분업, 평가와 정책과제' 심포지엄에서 김원식 건국대 교수(경제학과)는 "의약분업 평가는 의료시스템의 안정 뿐 아니라 국가 경제를 위해서도 매우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25일 오후 2시 30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의약분업 심포지엄에서 김 교수는 '의약분업시스템의 개선방향과 향후 과제' 주제발표를 통해 "정부는 의약분업을 통해 의료시스템에 대한 폭발성이 매우 큰 화학적 의료계실험을 시도해 건강보험시스템 뿐 아니라 전체 의료산업에 대한 혁신을 강요했다"며 "의약분업을 빌미로 전체 의료시스템을 개혁하려고 한 만큼 평가는 의약분업을 비롯해 건강보험과 의료산업에 대해서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건강보험·의료제도까지 평가해야"
일부 토론자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토론자들은 의약분업 평가에 무게를 실었다.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경제학과)는 "국가적 홍역을 치른 의약분업과 건강보험 통합으로 인한 영향은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미쳤다"면서 "10년이 지나도록 왜 평가를 안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안 교수는 "의약분업 도입 당시 전문가들이 제시한 제도의 효과와 연구가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객관성과 과학성을 갖고 연구해야 한다"며 "제도를 시행하지 않았을 경우를 가정해 제도 시행으로 인한 결과와 비교하는 '계량경제학' 기법을 동원한다면 얼마든지 추정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안 교수는 "논쟁만 하다가 결론없이 끝나는 위원회 방식의 평가 방식이 아니라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에게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해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의약분업 뿐 아니라 건강보험·의료전달체계 등까지 다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양균 경희대 교수(경영대학 의료경영학과)도 전문가가 참여하는 중립적 평가에 무게를 실었다. 김 교수는 의약분업 시행 전과 시행 이후의 국민의료비 평균증가율을 제시하며, 의약분업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원인과 장애를 규명해 규제를 해야 할 부분은 규제를 하고, 성과에 도움이 되지 않는 하위정책은 과감히 폐지해야 한다"며 "정확한 의약분업의 효과를 위해 처방과 관련된 의사부분과 조제와 관련된 부분으로 구분해 원인과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형욱 연세의대 교수(의료법윤리학과)는 "정부는 정책 도입 전에 정책효과와 국민부담비용을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줘야 한다"며 "의약분업 도입 전에 의약분업의 정책효과와 국민부담비용을 제대로 알려준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러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면 국민은 사실상 제도에 관한 선택권을 박탈당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의약분업은 환자가 의사로부터 조제받을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고, 기관분업 형태의 의약분업은 의료기관내에서 약사로부터 조제를 받을 수 있는 의료소비자의 선택권과 자기결정권을 제한했다"고 지적한 박 교수는 "어떠한 정책이든 국민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면서 "의약분업평가를 할 때 시민사회의 평가가 가능하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충환 보건복지부 의약품정책과장은 국회·전문가 등이 다 같이 평가에 참여하고, 의약분업과 건강보험을 다같이 짚어봐야 한다는데 동의했다. "일할 사람은 줄어들고 노인은 늘어나는 저출산·고령사회에 대비해 앞으로 사회 발전과 미래 설계를 감안해 접근해야 한다"고 밝힌 김 과장은 "기본 틀은 유지하면서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는 수준이어야 한다"며 전체적인 제도의 틀을 유지하는데 무게를 실었다.

권경희 동국대 교수(경영전문대학원 약학 MBA)는 "의약분업으로 인해 국민이 내 몸에 들어가는 약이 무엇인지, 부작용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며 "의약분업이 제도적으로 성숙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의약분업 재평가는 원안으로 돌아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평가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과 함께 "국민이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양약분업에 이어 한약분업을 통해 한약에 무엇이 들어가고 있는지 국민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베이트 '국세청 신고' 합법화해야

▲ '건강보험-의약분업, 평가와 정책과제' 심포지엄에서 김원식 건국대 교수는 "의약분업 평가는 의료시스템의 안정 뿐 아니라 국가 경제를 위해서도 매우 시급하다"고 지적했다.ⓒ의협신문 김선경
김원식 교수는 의약분업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병의원이 약사를 고용하는 개념의 직능분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시장원리에 의해 의약품 보험수가가 결정될 수 있도록 소비자들에 대한 의약품 할인제도를 도입, 할인범위에 따라 실거래가를 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실거래가상환제는 오리지널 의약품에 적용하고, 복제약은 참조가격제를 적용하는 다양한 약가제도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최근 문제가 되고 리베이트와 관련, 현금성 리베이트는 소득으로 국세청에 신고하도록 하고, 제약회사에 대해서는 판촉비용으로 회계상 명확히 하도록 합법화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리베이트가 상거래에 있어 항상 불법화되는 것은 아니다"며 "투명화되고, 이해당사자들에게 형평성 있게 배분될 수 있다면 오히려 시장을 건전하게 유지하면서 산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약가 리베이트를 처벌하는 목적이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건전화해 국민의 보험료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라면 처벌보다는 다양한 리베이트 정책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리베이트는 의약품산업과 같이 다양한 가격정책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판매전략상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료소비자 중심으로 제도 추진해야"
이날 포럼을 주최한 조동근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명지대 교수·경제학과)는 "의약분업으로 불편은 늘어나고,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올라갔지만 의료의 질이 그만큼 높아진 것도 아니다"면서 "의약분업은 의료소비자를 중심에 놓고 시행한 제도가 아니었고, 피해를 당한 것은 소비자"라고 혹평했다.

방청객 질의에 나선 사공진 교수(한양대 경제학과)는 "의약분업이 소비자를 위해 시행한 제도라고 주장한다면 약국이 문을 닫은 이후에는 상비약 조차 구하지 못하는 소비자를 위해 단순의약품을 슈퍼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할 것"이라며 단순의약품의 슈퍼판매를 요구했다.

사회를 맡아 이날 포럼을 진행한 이규식 연세대 교수(보건행정학과)는 "건강보험 통합과 의약분업을 주도한 세력들이 평가받기를 싫어했고, 새정부 들어서도 과거정부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 벌어지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의약분업에 대해 평가를 하지 못했다"고 정리한 뒤 "다행히 복지부 장관과 의협 회장이 의약분업 평가를 하기로 약속한만큼 무엇이 문제이고, 국민의 부담이 왜 많은지를 살펴서 국민에게 더 좋은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도출해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포럼을 주관한 조중근 한국지속가능기업연구회장은 "앞으로 건강보험과 의약분업의 세부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토론회를 계속 마련해 차근차근 개선방안을 제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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