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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리과 전공의들 "자긍심 잃고 남은 건 모멸감뿐"

병리과 전공의들 "자긍심 잃고 남은 건 모멸감뿐"

  • 이현식 기자 harrison@doctorsnews.co.kr
  • 승인 2010.06.09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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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전원 수련포기 가능성' 시사…돌려막기식 수가정책 반대

전국 병리과 전공의 비상대책위원회는 8일 성명을 내고 "병리검사 수가 인하 결정으로 병리를 전공하는 의사로서 자긍심을 잃었고 깊은 분노와 모멸감을 느낀다"며 "정당한 요구가 시행되지 않을 경우 병리학의 미래가 없는 것으로 판단해 파업을 무기한 연장하고 전공의 전원이 수련을 포기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전공의 비대위는 정부가 구체적인 재원조달 방안 없이 돌려막기식으로 수가를 조정하고 있는 데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한 여전히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병리조직 검사 수가를 삭감한 데 대해 항의하고, 병리조직검사의 판독료 신설을 촉구했다.

전공의 비대위는 "전국의 병리 전공의들은 땀이 배인 일터이자 배움의 장인 각자의 병원을 떠나 병리진단과 관련된 모든 일에 대해 파업에 돌입한다"며 "보다 나은 의료환경을 위한 것인 만큼 국민 여러분의 넓은 이해와 범의료계의 적극적인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다음은 성명 전문.

병리과 검사 수가 인하 결정에 대한 전국 병리 전공의의 입장

우리는 2010년 6월 1일 있었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의 일방적인 병리검사 수가 인하 결정으로 인해 병리를 전공하는 의사로서 자긍심을 잃었으며, 깊은 분노와 모멸감을 느낀다. 이에 전국의 병리 전공의들은 아래와 같이 입장을 밝힌다.

1. 상호간의 신의를 저버린 일방적인 수가 인하 결정을 규탄한다.

정부와 의료계는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닌 국민의 건강 증진에 힘쓰며 현행 건강보험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동반자이다. 그럼에도 이를 망각하고 해마다 수가 협상에서 물가 상승률에도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낮은 수가 인상률을 일방적으로 통보해왔다. 그마저도 신의를 저버리고 지난 6월 1일 계약기간 도중 임의로 수가를 조정하는 행태야말로 실망과 안타까움을 넘어 이런 계약 관계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 회의를 갖게 한다.

또한 병리학회가 어떠한 공식 절차로도 관련 내용을 협의 요청 받지 못했고, 인하 결정 직전에야 비공식 경로로 사실을 처음 접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마치 사전에 충분히 협의한 것처럼 사실을 호도하고 있어 당황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

2.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 없는 돌려 막기 식의 수가 인상 반대한다.

정부는 과거부터 수차례 보여준 것처럼 선심성 수가 인상이나 보험 적용 확대 등을 시행할 때마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식으로 재원을 마련해 왔다. 즉 특정 진료 과의 수가를 인하하면서 다른 과의 수가를 올려줌으로써 재정의 안정화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는 지극히 유아적인 발상이며 정책 담당자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의구심이 들게 한다. 나아가 고의로 의료인 간의 반목을 획책 하려는 것이 아닌 지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3. 여전히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병리조직 검사 수가의 삭감을 규탄한다.

지난해에 병리조직검사 행위의 재분류로 수가의 자연증가분을 제외하고 일부 총액 증가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수가는 여전히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검체의 접수 및 육안 검사, 슬라이드 제작과 검체의 처리 및 보관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사무직원, 임상병리사, 병리의사의 인건비와 재료비 및 관련 고가 장비의 감가상각비를 고려해야 한다. 더구나 이런 악조건은 해당 인력의 업무 과다 및 슬라이드의 질 저하를 유발하여 최종 진단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단순히 증가율에만 주목하며 상당 부분을 삭감하겠다고 하니 도대체 행위에 대한 수가 산정 기준이 무엇인지 의문이다.

4. 판독료 없는 병리조직 검사 슬라이드 판독을 반대한다.

병리학은 연구를 통해 질병의 근원 및 변화를 밝히고 의학 교육을 담당하는 의학의 가장 근간이 되는 학문이다. 과거 병원 조직이 많지 않던 시절에는 정당한 보상 없이 병원 조직을 진단했으나 암 발생 증가와 건강 검진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검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결과적으로 병리학은 본래의 역할보다는 진단 업무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고 이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영상의학검사 및 임상병리검사의 경우 전문의가 판독 시 판독료나 종합검증료를 받고 있다. 병리조직검사도 병리전문의의 진단 및 서명 후에야 수술 방법과 치료 방향 설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다시 인정받아야 하며 판독료 신설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병리조직 검사의 특수성과 중요성에 대한 정확한 고찰 없이 오히려 수가를 인하하는 기가 막힌 행태를 보인 것에 대해 우리는 실망감과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이에 우리들은 병리조직 검사의 정상화를 위해 아래의 사항들을 요구한다.

-정부는 병리학회와 사전 협의했다는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고 독단적으로 일을 시행한 관련자를 엄중 문책하라!

-일방적인 병리과 수가 인하안을 즉각 철회하라!

-병리학회 회원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병리조직 검사 수가를 즉시 정상화하라!

-병리학회 회원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병리전문의 판독료를 즉시 신설하라!

이상의 요구들은 향후 병리학을 이끌어갈 우리들에게 있어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준엄한 사안이며, 이에 전국의 병리 전공의들은 땀이 배인 일터이자 배움의 장인 각자의 병원을 떠나 병리 진단과 관련된 모든 일에 대해 파업에 돌입한다.

우리의 요구가 시행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이 땅에서 병리학의 미래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여 파업의 무기한 연장 및 전공의 전원 수련포기에 이를 수 있음을 천명한다.

이로 인해 발생할 각 병원의 병리진단의 파행과 향후 수년에 걸쳐 사회적 문제로 야기될 병리전문의의 공백은 전적으로 정부와 관련자들의 책임으로 돌아갈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동시에 보다 나은 의료 환경을 위해 국민 여러분의 넓은 이해를 요청하며, 병리학회를 비롯한 범 의료계의 적극적인 지지를 요구하는 바이다.

2010년 6월 8일

가천의대길병원 건국대학교병원 경북대학교병원 경상대학교병원

경희대학교병원 계명의대동산의료원 고려의대구로병원 고려의대안암병원

고신대학교복음병원 단국대학교병원 대구가톨릭대학병원 동아대학교병원

부산대학교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학교병원 서울성모병원 성빈센트병원

순천향대학교병원 순천향대학교부천병원 순천향대학교천안병원

여의도성모병원 연세의대세브란스병원 영남대학교병원 원자력병원

을지대학병원 의정부성모병원 이화의대목동병원 인제의대부산백병원

인하대학교병원 전남대학교병원 전북대학교병원

조선대학교병원 중앙대학교병원 충남대학교병원 충북대학교병원 한양대학교병원

병리과 전공의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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