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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미성년 딸이 임신했다면 어떻게?"

"당신의 미성년 딸이 임신했다면 어떻게?"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0.03.2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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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홍준 의원, 낙태는 무조건 '악'? "이분법적 사고 경계해야"

▲ 한나라당 안홍준 의원이 29일 국회보건의료포럼 주최로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낙태, 이대로는 안된다' 주제의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한나라당 안홍준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은 낙태 문제에 대한 이분법적 태도를 지양하고 서로 다른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29일 국회보건의료포럼(대표의원 원희목) 주최로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낙태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며 "과연 낙태를 반대하는 것만이 선이고, 찬성하는 것은 악인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낙태를 둘러싼 논의에서 생명존중 입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자기선택권도 있다"며 "낙태를 선과 악, 이분법적 사고로 보기 전에 과연 내 딸이 중고등학생인데 임신했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낙태 문제를 남의 일로 생각하면 쉽게 결론낼 수 있지만, 자기 일이라고 여긴다면 쉽사리 결정내리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안 의원은 "낙태 문제가 나의 문제가 됐을 때, 과연 '생명존중'을 위해 낙태를 포기하는 용단을 쉽게 내릴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고, 미혼모 출산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 구축 등 국가의 책임을 촉구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낙태를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측과 허용 범위를 합리적으로 법제화해야 한다는 입장이 맞섰다.

"누구도 애 낳으라 말라 할 권한 없다"

차희제 프로라이프의사회 회장은 "극단적인 페미니스트들에 의한 선동적인 낙태옹호 주장은 여성에게 고통과 불행만을 주는 가장 반여성적이며 반인권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태아를 죽여 없앤다고 강간이 줄어들고 피해여성이 위로와 평안을 얻게 될까?"라며 묻고 "사회경제적 사유로 낙태를 허용하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차 회장은 "낙태 허용 범위를 논하는 것 자체에 반대한다"며 오히려 낙태를 금지하는 현행 형법에 보다 더 강력한 시행령을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김현철 낙태반대운동연합 부회장도 "태아는 46개 인간염색체를 지닌 고유한 인간"이라며 "엄연한 생명인 태아를 제거해도 되는 쪽으로 법에 손을 대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현아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는 "임신을 종결하고자 하는 결정을 생명권에 반하는 것으로만 말하는 것은 지극히 제한적이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임신 뿐 아니라 출산도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으로 큰 비용을 치르는 활동"이라며 "국가, 종교단체, 의사회 등 어떤 조직도 아이를 낳으라, 낳지 말라 할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행 모자보건법상 낙태 허용범위 외에도 미혼여성 또는 청소년 임신, 사회경제적 사유가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계 대표로 참석한 장석일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부회장도 "낙태 허용 범위를 확대하면 낙태가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은 아무런 근거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에서 시행되는 낙태의 95.6%가 불법인데, 이 가운데 90%는 '사회경제적 이유'의 낙태라는 것이다. 특히 OECD 국가 대부분이 사회경제적 사유의 낙태를 허용하고 있는 실태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로라이프 VS 프로초이스? 잘못된 인식"

▲ ⓒ의협신문 김선경
배은경 서울대학교 교수(사회학)는 "프로라이프와 프로초이스라는 대립 구도의 인식틀은 잘못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태아의 권리와 임산부 권리를 대립시키는 태도는 1960년대 미국사회에서 낙태가 정치문제로 비화됐을 때 등장한 이분법적 논리인데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해 들여왔다는 것이다.

배 교수는 "미혼모 여성이 아이를 낳고 중산층에서 하층민으로 전락해 국가의 복지예산을 구걸하는 형편이 되는 경우가 있다"며 "그 누가 윤리적, 도덕적 원칙을 들이대며 한 개인의 계급적 삶의 하락을 선택하라고 강요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박문일 한양의대 산부인과 교수(한국모자보건학회장)도 출산에 대한 산모의 선택권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출산한 아기의 평생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사회와 국가가 지지않는 한 임신 유지와 출산은 그야말로 국가적 욕심에 의한 강요가 된다"고 지적했다. 임산부의 의견과 관계없이 강제로 태어나게 한 아이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고, 교육받을 수밖에 없어 경제적 빈곤층으로 살아갈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다수의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현행 모자보건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정치권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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