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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전달체계 개편 급물살…의협·복지부 '강한 의지'

coverstory 전달체계 개편 급물살…의협·복지부 '강한 의지'

  • 이현식 기자 hslee03@kma.org
  • 승인 2010.03.05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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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제안으로 복지부 TF 논의 중 "올해 안 성과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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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30일 의료법에 '의원'급은 주로 '외래'환자를, '병원'급은 주로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의료행위를 하도록 개정된 규정이 발효됐다. 언뜻 보면 당연한 걸 뭘 새삼스럽게 법까지 바꿔 명시하나 싶겠지만 결코 그 의의가 적지 않다. 2010년이 '의료전달체계 확립'의 해로 만드는 데 시발점이 됐기 때문이다.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세우기 위한 논의가 보건복지가족부와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의협은 2009년 9월 의료기관 종류별 표준업무를 정립하고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자는 내용의 제안서를 복지부에 제출했다.

복지부는 의협의 제안을 받아들여 같은 해 12월 '의료기관 기능재정립 TF'를 구성했다.

박하정 보건의료정책실장이 위원장을 맡고 노홍인 보건의료정책과장이 간사를 맡은 복지부 TF는 총 26명으로 구성됐는데, 복지부 측 대표 11명은 모두 상당한 의사결정권을 쥔 과장급 이상 공무원들이 참석해 의료전달체계 확립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송우철 의협 총무이사를 비롯한 의료계 대표 7명, 학계 전문가 6명,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표 2명이 합류했다. 복지부 TF는 이달 23일 4차 회의를 연 후 분과회의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한 뒤 6개월 기한으로 정책과제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를 위해 연구용역을 의뢰할 계획이다.

의협은 복지부 TF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한편 의료전달체계 정립을 회무의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경만호 회장의 의지에 따라 내부적으로 '의료전달체계 제도개선 TF'를 구성했다.

나 현 부회장(서울시의사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이재호 정책이사가 간사를 맡은 의협 TF는 각 직역을 대표하는 전문가 15명으로 구성돼 다양한 차원에서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의료기관 기능을 재정립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핵심과제를 도출하고 있다.

나 현 위원장은 "개원가나 대학병원 모두 무한경쟁하는 현 체제는 지양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고 정부도 강력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어 올해 어떻게든 성과물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진료의뢰서가 가장 큰 문제"라며 "단순한 감기로 대학병원에 바로 가는 경우는 본인부담금을 대폭 올리던지 직접 못가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호 간사는 "약제비 절감 및 1차 의료기관 활성화를 위해 3차 의료기관에서 혈압·당뇨에 대해 6개월 이상 장기 처방하는 것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고혈압 환자의 65% 가량을 의원급에서 보고 있는데 80~90%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의료전달체계 확립은 오랫동안 지적돼온 미해결 사안이지만 올해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보여 의료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의협 주도로 논의 중인 의료전달체계 확립 방안으로는 크게 엄격한 환자 의뢰 및 회송체계, 건강보험 외래·입원 수가 재조정, 진찰료 기능별 재분류 및 재조정 등 3가지로 대별해볼 수 있다.

형식적 진료의뢰 개선이 핵심

진료의뢰 및 회송 시스템을 바로잡는 것은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다. 임금자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의원급 의료기관들이 환자에 대한 '게이트키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진료의뢰서 발급 창구로 왜곡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진료의뢰서가 무상으로 발급되기 때문에 남용되는 측면이 있고 환자 역시 진료의뢰서 발급을 형식적인 행정절차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개선방안으로는 진료의뢰서에 유효기간을 둬 발급일자로부터 1주일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또한 같은 질환에 한해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진료의뢰서에 적절한 비용을 책정하는 방법이 유력하다.

이와 함께 대학병원 가정의학과가 진료를 의뢰하는 경우 3차 의료기관에서 직접 진료를 받는 뒷문(backdoor) 역할을 하게 돼 이러한 편법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조경희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은 "가정의학과에서 타과에 의뢰된 환자는 3차병원 전체 환자의 0.6%에 불과하다"며 "가정의학과가 의료전달체계를 훼손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개원가의 일차진료 기능을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은 점점 열악해져 가는 개원가의 현실과 3차진료기관의 환자 집중 현상에 대한 정서적 반응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환자 '회송'체계를 확립해 의원급에서 진료의뢰만 하고 끝이 아니라 다시 환자를 받아 계속 진료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 방안도 모색 중이다. 송우철 이사는 "진료 의뢰보다 회송이 더 중요하다"며 "의료법상 환자 유인·알선이 금지돼 있으나 환자를 되돌려 보내기 위해선 '알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대한 논의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의원 외래·병원 입원 환자부담↓

의료전달체계는 의료공급자 조직체계를 효율적으로 분업화해 국민의 다양한 요구 수준에 적합한 의료서비스를 비용효과적으로 제공하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의료법상 의원급은 주로 외래를, 병원급은 주로 입원 업무를 하도록 규정됨에 따라 이를 실효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경제적인 유인구조를 설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환자의 본인부담률과 관련해 의원급 외래와 병원급 입원은 낮추고, 반대로 의원급 입원과 병원급 외래는 높일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건강보험 수가 재조정은 그동안 수많은 공청회와 토론회에서 기본방향으로 도출됐으나 이후 제도 및 법령이 정비되지 않아 실행되지 못했다.

또한 경질환 환자가 대형병원 외래에 무분별하게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현재 의원급에 적용되고 있는 차등수가제를 병원급에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성수 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실장은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는 외래환자 중 암ㆍ희귀질환 등 중증질환을 제외한 경증질환자의 본인부담률을 현행 60%에서 대폭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프랑스의 경우 의료전달체계를 무시한 경우 벌금적 성격의 본인부담금을 부과한다"며 "진료 건당 2~3 유로를 후불상환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가입자에게 부과한다"고 말했다.

독일의 경우 외래와 입원 진료의 구분을 엄격히 하고 중증·희귀질환자에 대해서만 특수치료를 위해 병원의 외래진료를 허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기·고혈압 등 경증질환자가 대형병원을 이용하는 배경으로는 약제비에 대한 본인부담률이 낮은 점도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 실장은 "현재는 약제비 본인부담률이 종별 구분 없이 30%이지만, 상급종합병원은 60% 이상, 종합병원 50%, 병원 40% 등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상급종합병원이 외래에서 경증질환자를 진료하는 경우 가산율을 하향조정함으로써 가입자뿐 아니라 공급자 측에도 패널티를 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대한중소병원협의회는 이미 의료기관 종류에 따라 외래 본인부담금의 차이(의원 30%, 병원 40%, 종합병원 50%, 상급병원 60%)가 인정되고 있고, 질환명에 따른 입원환자의 본인부담 차등화(암환자 10%→5%, 희귀성질환 20%→10%)가 가능하기 때문에 대형병원에 경증환자가 입원하는 경우 본인부담률을 100%로 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양균 경희대 교수(경영학과)는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경증 환자가 상급 의료기관을 바로 이용한 경우 그 차액을 다음 해 보험료에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사전 홍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병상수를 축소하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다만 5병상을 초과하는 의원수가 전체 의원의 65%에 달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우선 20병상 이내로 휴식병상 또는 관찰병상으로 인정하면서 단게적으로 축소하자는 의견이다. 정형외과·산부인과·일반외과 등 입원실이 필요한 일부과목은 병상수 축소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진찰료에 진료정보제공료 등 신설

일본은 일차진료를 활성화하기 위해 진료정보제공료, 재진환자 전화상담수가, 상담지도 및 재택관리료 등 다양한 수가 항목을 마련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조제행위료가 5가지나 되는데 비해 의과의 경우 처방료가 따로 없다.

현행 진찰료는 기본진찰료와 외래관리료로 구분돼 있고 이러한 기본진찰료에는 상담료 등이 기본적으로 포함된 것으로 전제하고 있으나, 의원급 의료기관의 외래 업무를 활성화하고 국민에게 예방적 차원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진찰료에 진료정보제공료, 건강검진 상담료, 건강지도료 등을 포함해 의원급 의료기관이 치료 중심에서 탈피해 예방적 기능을 강화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1차의료의 활성화를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주치의' 제도가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의협은 정부가 추진하려는 주치의 제도 도입 방향에 대해 진료비 지불제도를 바꾸는 방향으로 왜곡될 수 있는 점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중소병원협의회도 주치의 제도를 도입할 경우 1차 의료기관에서 3차 의료기관으로 바로 환자 이동이 이뤄질 수 있어 2차 의료기관의 위축이라는 또 다른 의료전달체계의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개원의가 개방병원의 시설·장비·인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개방형 병원'제도의 활성화도 논의되고 있다.

병협은 "병원 내 임대를 통한 의원급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해 개방병원제 시행을 용이하게 해야 한다"며 "구체적으로 병원과 의원 간 진료수입의 적절한 배분을 위해 적정 수가 항목을 신설하고 일부 항목의 가산율을 상향조정하는 등 합리적인 배분기준을 마련해 병·의원이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비전속 진료를 확대해 대학병원의 교수도 개방병원에 합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협 연구소 4개 연구과제 진행

권순만 서울대 교수(보건대학원)는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한 정책대안을 단기·중기·장기로 나눠 제시했다. 1년 내외에 시행할 단기정책으로 실효성 있는 진료의뢰 및 회송 절차 확립을, 5년 내외의 중기정책으로는 의료법상 의원급 의료기관의 정의에 병상 규모를 제한하거나 병원급의 정의에 통원 진료부문의 규모를 제한하는 조항을 삽입하는 등 의료법 개정을 제시했다.

10년 내외의 장기정책으로는 일차진료 의사 양성을 위한 제도적인 틀을 마련하는 등 의사 인력양성체제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윤석준 고려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는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을 위해 도출할 수 있는 방안은 이미 거의 모두 제시됐다"며 "제도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정책 집행의 출발 단계에서 각각의 개별 정책사안을 넘어서 보다 거시적인 큰 그림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의료전달체계와 관련해 진료의뢰서제도 개선방안, 환자회송시스템 개선방안, 병상 규제정책, 대학병원 외래환자 조정방안 등 4개의 정책연구과제를 선정해 연구를 진행 중이다.

복지부와 의협을 중심으로 한 TF와 연구용역이 완료되는 대로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 방안이 도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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