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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빅스 잡으려다 안플라그에 불똥?

플라빅스 잡으려다 안플라그에 불똥?

  • 김은아 기자 eak@kma.org
  • 승인 2010.03.03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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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피도그렐 오리지널·매출 상위 제네릭 '호재'
안플라그·베라실 등 말초동맥질환 치료제 '악재'

정부가 3월부터 새로운 항혈전제 급여고시를 적용하면서 4000억원대에 이르는 항혈전제 시장이 요동칠 조짐이 일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가 플라빅스 제네릭·개량신약 출시 이후 최근 1~2년새 급속도로 팽창한 항혈전제 시장을 정조준하고 나선 만큼, 제약업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어둡지만 몇몇 제약사에게는 이번 고시가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성분명
 
제품명
판매사
   2008
   청구액
   (억원)
  2009
  청구액 (억원)
    증감률
 
    클로피도그렐
플라빅스
사노피아벤티스
BMS
1111
1126
1.4%
플라비톨
동아제약
270
391
44.8%
플래리스
삼진제약
218
333
52.8%
실로스타졸
프레탈
한국오츠카제약
365
417
14.2%
사포그릴레이트
안플라그
유한양행
220
282
28.2%
베라프로스트
베라실
아스텔라스제약
87
103
18.4%
리마프로스트
오팔몬
동아제약
276
368
33.3%
   아스피린
아스피린프로텍트
바이엘쉐링제약
207
225
8.7%
아스트릭스
보령제약
135
143
5.9%

사노피아벤티스·동아·삼진 '호재'

지난해 12월 복지부가 처음 고시 개정안을 공개했을 때만 해도 '앞으로 나빠질 일만 남았다'며 울상을 짓던 회사들 중 몇몇은 실제 발표된 고시에 은근히 기대를 거는 눈치다. 특허만료 이후에도 꾸준히 연간 1000억원대 이상 팔리고 있는 '플라빅스(클로피도그렐)'가 대표적인 품목이다.

플라빅스의 경우 주로 종합병원에서 처방이 이뤄져왔고, 중증도가 높은 심혈관질환과 뇌혈관질환에 주로 선호되기 때문에 새로운 급여고시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플라비톨'·'플래리스' 등 상위 제네릭 품목을 판매하고 있는 동아제약과 삼진제약도 병원급 대 의원급 처방 비중이 각각 7:3과 9:1 수준이어서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아제약의 경우 또다른 블록버스터 '오팔몬(리마프로스트)'이 새 급여기준에 영향을 받게 되지만, 요부협착증이나 버거씨병에 대한 처방 비중이 높아 큰 타격은 없을 것이란 게 회사 측의 예상이다. 하위 제네릭 품목이나 개량신약이 시장에서 정리될 경우 오히려 간접적인 혜택도 기대된다.

또한 '클로피도그렐+아스피린+실로스타졸' 3제요법은 그동안에도 심사사례 공개를 통해 사실상 급여 인정을 받아왔던 측면은 있지만, 이번에 공식적으로 급여기준에 올라 보다 활발한 마케팅이 기대된다. '클로피도그렐+아스피린' 2제요법은 소견서를 첨부하면 1년 이상 투여할 수 있게 돼 매출이 지금보다 늘어날 가능성도 존재한다.

유한양행·아스텔라스·SK케미칼 '악재'

반면 유한양행·아스텔라스·SK케미칼은 당장의 매출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들 회사들은 '안플라그(사포그릴레이트·유한양행)', '베라실(베라프로스트·아스텔라스)', '리넥신(실로스타졸+은행잎제제·SK케미칼)' 등 말초동맥성질환에 처방되는 약제들을 주력 품목으로 밀고 있다.

안플라그의 경우 2005년 2차약제에서 1차약제로 급여기준이 변경되면서 매출이 가파르게 늘었지만, 이번에 다시 2차약제로 분류돼 매출 하락이 불가피하다. 올해 1월부터 보험급여 적용을 받게 된 '리넥신'의 경우도 출발하자마자 악재를 만난 셈이어서 분위기가 심상찮다.

심혈관질환이나 뇌혈관질환은 재발 방지 목적으로 항혈전제를 사용할 경우 약제 선택 범위가 넓지만, 말초동맥성질환에는 이러한 규정에 해당되지 않아 아스피린만이 유일한 1차약제로 인정된다.

이때문에 관련 회사들 사이에선 "플라빅스를 잡으려다 엉뚱하게 말초혈관질환 약들이 잡혔다"며 "오히려 플라빅스 오리지널이나 상위 제네릭사만 좋아진 셈"이라며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다.

SK케미칼은 "신제품이 나오자마자 큰 악재를 만났다"며 "그동안은 뇌졸중이 오기 전 단계의 고위험군에서 항혈전제가 많이 처방됐는데, 이런 약들이 가장 피해가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이엘쉐링·보령제약 '속 빈 강정'

아스피린만이 유일한 1차약제로 인정될 날을 기다리며 쾌재를 불렀을 바이엘쉐링제약(아스피린프로텍트)과 보령제약(아스트릭스) 입장에선 대폭 수정된 급여기준이 마뜩잖다.

심혈관질환과 뇌혈관질환 환자에서는 다른 항혈전제에 밀릴 가능성이 높고, 그나마 1차예방에서는 유일한 1차약제로 인정됐지만 추가 처방이 발생할 여지가 별로 없는데다 워낙 약가가 저렴해 큰 폭의 매출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병용요법의 경우 아스피린이 포함됐을 때 보험혜택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아스피린이 포함되지 않은 병용요법은 고가약 1종만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아스피린의 처방률은 클로피도그렐 처방률의 10배가 넘지만, 청구액은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그에 비해 TV광고 등 마케팅에 쏟아 붓는 비용은 엄청나다.

매출 증가 여부를 떠나 현 상황만을 냉정히 바라보면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말초동맥성질환에 대한 적응증 없이 1차약제로 급여인정을 받은 데 대해 업계의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아스피린의 허가사항에 말초동맥성질환에 대한 부분이 없기는 하지만,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뇌혈관질환 예방 효과와 같은 맥락이라고 판단해 급여를 인정했다"며 "논의 과정에서 이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베링거인겔하임 '안도'

현재 다국적 제약사들의 주요 파이프라인에는 2~3년내 출시를 앞둔 항혈전제들이 즐비하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브릴린타(티카그렐로)', 릴리의 '에피언트(프라수그렐)' 등이 대표적이고, 신약은 아니지만 올해 등재를 목표로 하고 있는 베링거인겔하임의 '아그레녹스(아스피린+디피리다몰)'도 있다.

새로운 급여기준은 모든 항혈전제 기준을 전반적으로 정비한 '일반원칙'이기 때문에 그 영향이 비단 현재의 항혈전제에만 그치지 않는다. 일반원칙이 없을 때는 개별 약의 효능과 안전성 자료에 근거해 급여범위가 설정되지만, 이미 기존 약들을 대상으로 한 일반원칙이 있을 경우 일반원칙이 우선 고려된다. 

이때문에 만일 아스피린을 제외한 모든 항혈전제가 '2차약제'로 분류됐다면, 기존 약과 가격대가 비슷하거나 더 비싼 신약들은 기존 약 대비 월등히 우월한 효능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1차약제가 되겠다는 희망은 아예 버려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모 대학 교수는 "자칫 잘못했으면 기대하고 있던 신약이 아예 국내에 들어오지도 못할 뻔했다"며 "100% 만족스러운 급여기준은 아니지만, 그나마 숨통을 틔워줘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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