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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새 약가제도…의료기관 득실 어떻게 될까?

coverstory 새 약가제도…의료기관 득실 어떻게 될까?

  • 김은아 기자 eak@kma.org
  • 승인 2010.02.1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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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인센티브+수가 현실화'제안…쌍벌죄 등 처벌은 강화

Cover Story

보건복지가족부가 16일 음성적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의약품 거래 및 약가제도 투명화 방안을 전격 발표했다.

새 제도의 핵심은 오는 10월부터 의료기관과 약국이 의약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약을 싸게 구입하면 그만큼 인센티브를 가져가는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도', 일명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

의약품 구매과정에서 이윤을 인정하지 않는 현재의 '(개별)실거래가상환제도'는 11년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이쯤되면 일선 회원들로부터 질문이 쏟아질 만 하다. 그래서 얻는 게 뭔데? 그래서 뭐가 달라지는 건데?

복지부의 설명으로 답을 대신하면 이렇다. "약값을 깎아주면 인센티브에, 덤으로 보험수가도 올려드립니다."

5% 싸게 사면 인센티브 3600억원 풀려

먼저 인센티브를 살펴보자.

현재는 보험약가가 1000원인 약을 의료기관이 500원에 샀든, 1000원에 샀든 상관없이 건강보험공단에 1000원을 청구할 수 있다. 언뜻보면 싸게 살 수록 의료기관이 유리해보이지만, 의료기관이 실제 구매가격을 공단에 신고하게 되면 약값은 깎되 의료기관에는 차액을 보상해주지 않기 때문에 의료기관이 굳이 가격을 낮춰 약을 구입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새 제도가 도입되면 보험약가가 1000원인 약을 의료기관이 500원에 구입할 경우 차액의 70%를 의료기관이 합법적인 인센티브로 받을 수 있다. 30%는 본인부담금을 깎아주는 형태로 환자에게 돌아간다(표1).

<표1> 현행 실거래가 상환제도와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도 비교

현행

개선안

상한금액이 1000원인 약을 대부분
1000원에 구입한 것으로 청구
-보험자부담금 : 1000원×70%=700원
-환자부담금  : 1000원×30%=300원
→요양기관 수익(0원)=1000원-1000원
상한금액이 1000원인 약을 900원에
구입한 경우
-보험자부담금 : 1000원×70%=700원
-환자부담금  :  900원×30%=270원
 →요양기관 수익(70원)=970원-900원

대신 의료기관은 반드시 실제 구매가격을 신고해야 하고, 복지부는 신고 가격에 준해 이듬해 해당 품목의 약값을 깎는다.

의료기관이 약을 싸게 구입하면 구입할수록 보험약가와 차액을 고스란히 돌려받을 수 있는 셈인데, 2008년 보험의약품 청구액이 10조 3036억원임을 고려하면 의료기관과 약국이 약을 5% 저렴하게 구입할 경우 요양기관에 돌아가는 인센티브는 연간 3606억원, 10% 저렴하게 구입하면 7212억원이 된다.

약값에 일정한 마진율을 부여하지 않고 의료기관의 노력에 따라 인센티브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고시가제도와 차이가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두 제도 모두 약가 마진을 인정하고 있다.

이때문에 대한병원협회는 "복지부 방안이 약가의 시장경쟁 기능을 회복시키기에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새 제도에 긍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약을 취급하지 않는 일반 동네의원에게 이러한 인센티브는 '그림의 떡'이다. 복지부가 이들을 위해 꺼내 놓은 카드는 '처방총액 절감 인센티브제도'이다.

현재 시범사업을 진행 중인 제도를 10월부터 전면 확대 시행하겠다는 것으로, 의료기관의 외래처방 약품비가 전국 평균 보다 적으면서 처방총액이 지난해 보다 감소한 경우 줄어든 처방총액의 일부를 인센티브로 받을 수 있다.

구체적인 인센티브 지급률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시범사업에서는 의료기관별 고가약 비중에 따라 기본 30%(최소 20%~최대 40%) 수준으로 적용됐다.

또 다른 당근책은 새로운 제도로 인해 발생한 약가인하액을 의료기관,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의 수가를 현실화하는 재원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임종규 복지부 의약품 가격 및 유통선진화 TF 팀장은 "리베이트가 없어지면 아무래도 의원급 의료기관은 손해를 보게 될 것이기 때문에 수가를 인상해줘야 하지 않겠냐"며 "구체적인 수가 조정은 제도 시행 이후 병원과 의원 등 각각 종별 기관의 손익 분석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가 예상하고 있는 약가인하 절감액(2차년도 기준)은 약가가 4% 인하될 경우 4121억원, 8% 인하될 경우 8242억원이다.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도가 정착되는 3~5년의 기간 동안 매년 5% 내외의 약가인하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약가인하 절감액의 일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 사용된다.

▲ 박하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16일 의약품 거래 및 약가제도 투명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김선경 기자 photo@kma.org

리베이트 받은 사람도 형사처벌 추진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면 의료기관이 지켜야 할 의무와 행정적 부담은 늘어난다.

복지부는 약가 인하를 피하려는 제약회사와 짜고 실거래가를 높게 신고하는 등 실거래가를 허위신고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행정처분 기준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실거래가 허위신고 기관에 대한 별다른 행정처분 조항이 없었다.

허위신고에 대한 제보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약품유통정보시스템을 적극 활용해 허위신고가 의심되는 기관에 대해서는 기획실사를 벌이거나 세무조사를 의뢰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약가 마진을 공식 인정해주는 만큼 도매업체나 제약회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는 의료기관은 엄중 처벌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리베이트를 주는 사람뿐 아니라 받는 사람까지 처벌하는 '쌍벌제'를 도입하겠다는 것.

쌍벌죄가 성립하려면 국회 입법 절차를 밟아 의료법과 약사법을 개정해야 하는 만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률 개정안이 빠른 시일 내에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와 적극 협력한다는 게 복지부의 방침이다.

현재 리베이트를 주는 사람에 대한 처벌 규정은 있지만, 받는 사람에 대해서는 자격정지 2개월에 해당하는 행정처분 외에는 처벌 규정이 없다.

복지부는 리베이트를 받는 사람에 대한 행정처분 기간을 1년으로 연장하고, 형사처벌과 과징금 징수 규정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또 리베이트 수수 의심사례 및 관련 자료를 수사기관에 즉시 제공하는 수사공조체계를 구축하고, 의약품 거래과정에서 리베이트 수수 사실을 관계기관에 신고해 사실로 확인되면 최대 3억원까지 포상금을 지급하는 '신고포상금제도'도 새로 도입한다.

다만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률 개정안 중 가장 처벌 수위가 높은 민주당 최영희 의원 발의안의 경우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병의원으로서는 그나마 다행이다.

최영희 의원이 국회에 제출한 개정안은 리베이트를 받은 의약사에 과징금 50배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복지부가 검토 중인 처벌 수위는 리베이트 수수자에 1년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 수수금액의 5배 범위 내에서 과징금을 징수하는 수준이다.

박하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약가인하를 막기 위해 요양기관과 제약회사가 공모할 경우 양쪽 모두에 처벌이 가게 되기 때문에 이전보다 위험성이 훨씬 커진다"며 "리베이트를 없애는 대신 그러한 노력에 다른 형태로 보상하겠다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의협은 "리베이트와 관련한 위법행위의 범위에 대한 명확한 정립없이 의료기관이 제약업체로부터 받는 모든 경제적 지원을 금지시키는 것은 죄형법정주의라는 대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쌍벌죄는 합리적인 수단과 불법, 위법을 구분할 수 있는 국가사회적 차원의 논의와 합의가 이뤄진 후에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새로운 제도에 따라 의료기관이 짊어져야 할 행정적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의약품 구입가와 보험약가의 차액 중 30%를 환자에게 돌려줘야 하는데, 구입가의 평균을 3개월마다 산출해 차별적용해야 한다. 요양기관이 보험의약품 대금을 도매업체 등에 90일 이내에 지급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병협은 반시장적인 또다른 규제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복지부는 현재 요양기관이 청구 후 1개월 이내에 급여비를 지급받고 있다는 점, 하도급거래의 경우 관련 법률에 의해 60일 이내에 대금을 지급하도록 한 점 등을 고려하면 큰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약가 차액에 따라 요양기관에 추가 이익이 발생할 경우 세금이 늘어날 수 있다는 측면도 있다.

한 세무 전문가는 "수입(보험약가)과 지출(구입액)의 차이에 따라 새로운 수익이 발생하면 법인세가 늘어나는 것이 원칙"이라며 "다만 비영리법인의 특성을 고려할 때 실제 세금 부과액의 차이는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제약업계·시민단체·야당, 왜 반발하나

복지부는 요양기관이 신고하는 실거래가를 토대로 품목별 가중평균가격을 산정해 다음해에 약가를 깎고(최대 10%),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2회 이상 적발된 경우 해당 품목을 건강보험 급여목록에서 제외시킨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한 제약업계의 반발 강도는 매우 크다. 리베이트는 리베이트대로 늘어나고, 약값은 약값대로 깎이게 생겼다는 판단이다.

복지부가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도의 연착륙을 위해 약가 인하금액의 20%를 면제하고, R&D 투자액이 큰 회사와 개량신약·바이오시밀러 등에 약가를 우대하겠다는 당근책을 제시했지만, '병 주고 약 주고'라는 시각이 강하다.

제약협회는 복지부 발표 직후 "리베이트를 없애기 위한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도는 제약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오히려 리베이트를 심화시키는 문제를 유발할 것"이라며 "보험약가 인하를 피하려는 제약사들과 더 많은 이익을 취하려는 의료기관 간 음성거래로 리베이트가 고착화될 것"이라고 즉각 반대 입장을 냈다.

다국적제약사를 중심으로 한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도 "저가구매인센티브제도는 서비스 가격 외에도 약가 마진을 추가 제공하게 돼 의약품 거래 때 약가 마진을 인정하지 않는 의약분업 제도의 근간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며 "현행 개별실거래가제도의 틀을 유지하되 실거래가 제도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시민사회단체 사이에서도 제도의 맹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 소비자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은 적은 반면 병원의 영향력만 강화한다는 지적이다. 새로운 제도가 시행되면 개별 약국 마다 환자 본인부담액이 달라지지만, 환자 입장에서 가격 비교를 위한 정보를 얻기는 쉽지 않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정부가 높게 책정된 보험약가로부터 취한 이익을 의료업계와 제약업계 양자 사이에 어느 정도로, 어떤 방식으로 나눌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시키면서 정작 최종 소비자인 국민의 이익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아무런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는 대책에 불과한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도를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새로운 제도를 둘러싼 갈등은 국회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새 제도에 대한 기본 입장을 마련하고 당 차원에서 문제제기에 나서기로 했다. 민주당의 기본 입장은 새 제도는 과잉투약에 의한 보험재정 지출 증가를 유발하고 음성적 리베이트를 더욱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백원우 의원은 "국회에서 검증받을 수 있는 법령 개정을 통해 공청회·토론의 장 등을 거쳐 보다 더 좋은 제도로의 발전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신중하게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 외에는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재로선 제도의 실효성을 속단하기 어렵다.

의료기관이 실거래가를 일일이 신고해야 하는 번거로움 보다는 손쉬운 리베이트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는 시각이 있는 반면, 과거에 비해 한층 강화된 처벌 규정과 리베이트를 금기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된 만큼 의료기관이 합법적인 이익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한 결과가 나오든 새 제도의 성패에 의료기관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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