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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사회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세계의사회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10.02.1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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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위한 능력있는 지도자 양성 통감

▲ 문태준(의협 명예회장, 전 세계의사회회장)
싱가포르에 소재한 INSEAD 경영대학원 캠퍼스에서 열린 세계의사회 지도자 양성 과정(WMA Leadership Development Program)에 참석하면서 어느 때보다 강한 인상을 받고 돌아왔다.

현재 세계 전역에 걸쳐 벌어지고 있는 크고 작은 문제들을 보면서 정치·경제·군사·종교 등 여러 분야에서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고, 인류의 장래를 좌우하는 것은 결국 지도자들을 발굴하고 선택하는 데 있다는 것을 절감하였다.

아울러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의료계에서도 과연 지도자를 양성하고 발굴하는 데 충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대한의사협회에서는 박경아 부회장(국제여자의사회 차기회장)과 김강현 국제협력실행위원(국립의료원 신경외과 과장)이 추천되어 이 과정에 참석하였고 필자는 WMA의 강사로 초빙돼 우리 의료계의 앞날을 위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였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고난 극복하기 위해 지도자 양성 절실하다"

WMA는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경영대학원인 INSEAD의 본 캠퍼스인 프랑스 퐁텐블로에서 1회와 2회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을 개최하였고 이번에 싱가포르 캠퍼스에서 세번째 프로그램을 개최했다.

세계 각국으로부터 엄선된 의사회 지도자들이 참가해 쉬지 않고 하루 종일 강의를 듣고 토론에 참가하는 등 프로그램은 일주일 간 빠듯한 일정으로 채워졌다. 필자는 첫날 WMA의 역사적 배경과 세계적인 차원에서 볼 수 있는 의사들을 둘러싼 변화하는 환경과 지도자들의 책임에 관해 강의했다.

WMA에 관해서는 WMA가 걸어온 방향과 여러 활동·주요 채택 선언문의 내용·지도자들의 책임 등에 관해 설명하였는데 널리 알려져 있는 헬싱키 선언, 서울 선언 등에 대해 소개하고 우리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그후 의사나 의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환경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였고 이는 참가자들이 체험하고 있는 현실적 과제였기 때문에 깊은 관심을 갖고 경청하는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의료의 제공 주체가 누구인가

정부 또는 보험자가 실제적으로 간섭하는 정도가 강해져서 과거와는 달리 의료 행위 전반에 걸쳐 의사들은 간섭과 지시를 받고 있으며 선진국에서조차 검사나 수술 뿐 아니라 투약까지 보험자나 정부기관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사의 의료적 결정은 정부의 정책 목표나 보험자 단체의 편의 및 재정상태에 좌우되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인데 의료계는 과연 어떤 방법으로 이런 문제에 대처하고 있으며 의료계 지도자들의 책임은 무엇인가 하는 과제를 제기했다.

근래 흔히 제기되고 있는 의료계의 준 전문직(allied professionals)이 의사들의 전통적인 고유 분야를 침범하고 큰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현실

일부 국가에서 준 전문직과의 협진을 효과적인 방법으로 여기면서 의사의 처방권까지도 준 전문직에 일부 위임해야 한다고 주장하여 WMA 내에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의료계 지도자는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하는 과제를 던졌다.

서구 의사회 중 일부, 특히 사회주의 의료가 뿌리내린 나라에서는 의료 전반에 대해 우리 사고방식과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어 현재 독일·프랑스·스페인·일본·한국 및 CMAAO 회원국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사실을 소개하고 전통의학과 한의사의 영역 확대 현상 등을 알기 쉽게 소개하여 문제의 심각성을 호소했다.

의사 부족시에 준의사로서 기능을 대체하도록 해야한다는 제안을 한 국가도 있어 WMA내에서 논란이 계속 되고 있다. 우리 의사들은 정말로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의사들에게 다가오고 있는 고통과 실망의 증가

이와 관련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설명하고 이를 완화하거나 해결하기 위한 의료계 지도자들의 지혜· 용기와 책임을 강조하였다. 의사 지도자들에게는 책임을 느끼는 고결한 자세·앞날에 대한 비전·끊임없는 노력의 필요성 등을 설명했으며 이 때 회의장 내에 결연한 분위기가 감도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지도자가 노력해야 할 책임에는 정부와의 효과적인 협상· 의학 교육의 개선으로 효과적인 지도자 양성· 의료계의 단결을 이루려는 노력을 들었다.

강의를 한 필자 스스로가 여러 과제에 대해 완벽한 해결책을 제시 못하고 원론적인 이야기가 주가 되어 버린 느낌을 가졌지만 모두가 공감하고 함께 생각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효과가 있었다고 판단됐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과 타개책은 무엇인가하는 부분으로 생각이 옮겨가자 필자 스스로가 너무 무력하게 느껴져서 가슴 아팠다.

다음 과제는 하버드 경영대학원과 비슷한 교재를 사용한 '의료와 경제'라는 과제였는데 강사 모두 국제적으로 일류 수준이라는 데 감명을 받았다. 이런 인재들을 모을 수 있는 INSEAD라는 경영대학원의 능력과 수준, 그리고 이 기관을 창립하고 지원하는 데 노력한 싱가포르 정부에 대해 감탄과 경의를 표하고 싶었다.

기회가 되면 향후 여러 강의 내용을 소개하고자 하는데, 우선 경제 분야 강의에서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1) 세계 각국의 의료비 지출에 관한 통계
2) 경제 위기와 의료비 지출의 관계
3) 각국의 개인별 의료비 지출의 추세
4) 각국의 약품 사용지수
5) 의료비 지출의 수준은 누구에 의해 어떻게 결정되고 있는가 하는 문제
6) 의료비 지출과 경제적 효과에 대한 분석
7) 각종 질병의 치료비 투입 효과의 분석 등이 중점적으로 다루어졌다.

강의를 들으면서 한국의 GDP 대비 의료비 지출 수준이 OECD 국가들 내에서는 최하위권에 속하고 있고 헝가리나 아이슬랜드보다 낮은 6.8%에 지나지 않으며 이러한 수치가 OECD 평균인 8.9%에 훨씬 못미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저수가와 의사의 희생으로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명백하게 드러내는 수치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주위에서는 의료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을 지적하는 학자도 없고, 언론 뿐만 아니라 의료계내에서도 효과적인 문제 제기를 통해 국민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한편 총의료비 결정에 있어 누구의 영향을 받고 있는가 하는 조사에서 많은 나라들에서 '국민의 여론과 압력'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국민들이 이러한 영향력을 행사할 생각도 못하고 있으며 정부와 시민단체 마음대로 결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매일 계속되는 강의와 토론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들도 있었다.

1) 지도자론: 지도자는 누가 양성하는가? 지도자의 자질은? 국민들이 원하는 지도자는?
2) 대중매체(mass media)에 대한 효과적인 대책: 참가자들이 직접 TV인터뷰에 참가하여 지도를 받은 후 그룹별로 여러 기술적인 방법에 관해 토론
3) 협상의 여러 기술: 특히 정부와의 협상에 관해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가 하는 데 관한 실질적 토론
4) 커뮤니케이션 기술: 의사들이 대중과 환자들과의 대화(communication)를 효과적이고 성공적으로 진행하는 방법, 한국에서 가장 취약한 감이 있는 과제다.

"우리도 장기적 안목에서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 서둘러야"

이상에서 보고한 내용은 우리나라의 의사단체의 효과적인 활동을 위해 가장 필요한 지식과 기술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되는 것들이다.

우리가 처해 있는 환경은 대단히 어렵지만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우리들의 앞날을 생각할 때 의료계에서 봉사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지도자로서의 능력과 지식을 갖출 수 있는 준비를 해야할 것이다.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WMA의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에서 본 바와 같이 우리도 지도자 양성을 장기적인 안목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의협의 추천으로 WMA의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에 참가한 참가자들이 얻은 지식과 기술을 전파해야 하며 우리도 유사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앞서 소개한 과목들을 편성하고 필요한 강사진을 구성해야 할 것이다.

경제학이나 경영학 분야 외에도 커뮤니케이션· 협상· 매스미디어에 대한 대처 방법 등의 분야에서 전문가를 초빙하고 의학교육·의료윤리·의료법 분야의 일급 강사들이 망라되어 향후 의료계 단체에서 활약하고자 하는 인재들을 양성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이를 통해 정치·언론·경제·운동권·시민 단체나 반의료계 인사들과의 대화나 토론에서 자기 주장을 효과적으로 설득시키고 의료계의 당당한 주장을 성공적으로 관철시킬 수 있는 지도자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범의료계적인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번 WMA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 참가는 우리 의료계의 현황과 앞날을 볼 때 능력있는 지도자의 양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통감하게 하는 소중한 기회였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진리처럼, 의료계 내부에서 어려운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명제가 머리에서 내내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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