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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암환자 진료 3월 대란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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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10.01.1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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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용 원자로' 노후…"언제 멈출지 불안"

Cover Story

지난해 10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보유하고 있는 연구용 원자로(하나로)가 방사성의약품인 '테크네튬-99m'를 긴급 생산하기 시작했다.

▲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 한 환자가 뼈스캔 검사를 받고 있다. 김선경기자 photo@kma.org

테크네튬-99m의 원료인 '몰리브덴(Mo)-99'의 전세계 공급량 가운데 38% 가량을 공급하고 있는 캐나다의 연구용 원자로(NRU)가 5월부터 가동이 중단된데 이어 26% 가량을 생산해 온 네덜란드의 연구용 원자로(HFR)마저 점검을 위해 오는 3월부터 가동을 중단키로 하면서 세계적인 품귀현상이 벌어졌기 때문.

캐나다에서 전량 수입해 온 미국은 핵의학 검사가 20%대로 곤두박질했고, 70%가량을 캐나다에서 수입해 온 일본 핵의학계도 혼란에 빠졌다.

방사성의약품 거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도 마찬가지. 실제 지난해 하반기 상당수 대학병원들이 방사성의약품 품귀 현상으로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검사를 50∼70% 가량 줄이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불행중 다행으로 삼영유니텍이 전량 수입에 의존해 온 테크네튬 발생기(제너레이터)를 국산화하는데 성공하고, 새한산업을 비롯한 수입업체들이 벨기에 외에 남아프리카공화국·호주 등으로 수입선을 넓히면서 겨우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를 국내에서 자급자족할 수 있는 원자로를 확보하지 않는한 언제 불똥이 튈지 모른다는 진단을 내놨다.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하는 연구용 원자로는 전세계에서 캐나다·네덜란드·벨기에·프랑스·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일부 국가가 독점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원자로의 수명이 2010년 현재 40년 이상으로 노화돼 고장과 수리를 반복하면서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그림1>.

김성훈 대한의사협회 학술이사는 "노후 원자로의 폐쇄와 수명 연장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며 "지금 상태에서 가동되는 원자로 하나라도 멈추면 핵의학 검사에 상당한 지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2007년에 이어 지난해 하반기에 노후 원자로 가동 중단 사태가 발생하면서 환자 진료에 차질이 빚어지자 한국원자력연구원 동위원소이용기술개발부는 하나로를 이용, 지난해 10월 26∼30일과 11월 16∼21일 제한적으로 하루에 약 500명의 환자를 진단할 수 있는 규모인 10큐리(Ci)의 테크네튬-99m을 생산, 전국 16개 병원에 공급하고 나섰다. 하지만 국내 부족분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양.

특히 다목적 용도로 설계한 하나로가 다른 분야의 연구와 산업 분야를 제외해 놓고 지속적으로 의료용 동위원소 생산에만 매달릴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방사성동위원소 가격도 요동을 쳤다. 보건복지가족부는 2009년 9월 의료용 동위원소의 보험약가를 844원에서 1450원으로 올렸다. 하지만 올해 1월부터 세계 시장 가격이 2배 가량 상승하면서 또 다시 공급 불안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수입업체들은 "손해를 보면서 수입할 수는 없지 않냐"며 다시 보험약가를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철종 새한산업 회장은 "지난해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했을 때 수입선을 다변화해 물량을 확보하고, 정부에서 보험수가를 인상해 줘 고비를 넘겼지만 올해 들어 원료가격이 또 2배 이상 올랐다"며 난감해 했다.

김 회장은 "원전이 낡아 몇 년을 버틸지 모르는 상황이니 만큼 의료용 동위원소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원자로 건설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방사성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원자로가 없는 한국으로서는 외국 원자로에서 문제가 생기거나 글로벌 기업이 시장을 좌지우지할 때마다 의약품 품귀로 인한 가격 상승과 진료차질로 인한 홍역을 치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 국제 Mo-99 유토량 현황<자료출처 : 삼영유니텍>

의료용 원자로 '노후' 가다 서다 반복

핵영상검사는 인체에 방사성의약품을 투여한 후 특정 장기에 집적하는 성질을 이용해 체외에서 방사선을 탐지, 질병을 진단하는 것으로 환자 상태의 평가 및 치료 효과를 판정하는데 필수적이다.

급만성 뼈관절 진단과 위암·폐암·유방암·전립선암 등의 전이 여부를 빨리 진단하고, 신속하게 치료방침을 세우는데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핵영상검사가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다.

대한핵의학회에 따르면 2008년 한 해 동안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한 검사는 총 1506만 건에 달한다.

연구용 원자로(research reactor)는 우라늄 핵분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용 원자로(원자력 발전소 또는 상용 원전)와 달리, 핵분열 때 생성되는 중성자를 활용해 여러 가지 연구를 수행하는 원자로를 말한다.

연구용 원자로는 중성자 산란장치를 이용한 물질의 구조 연구 및 신물질 개발 등 중성자 과학, 의료용 및 산업용 방사성동위원소 생산, 핵연료와 원자로 구조재 등 재료의 안전성과 건전성을 시험하는 조사시험 등에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연구용 원자로에서 추출할 수 있는 의료용 방사선동위원소는 ▲몰리브덴-99(테크네튬-99m 발생기의 제조 원료) ▲131I(갑상선 진단과 치료) ▲192Ir(비파괴 검사·암 치료용 선원) ▲60Co(멸균용 대단위 조사 시설에 활용) 등을 얻을 수 있다.

반면, 가속기에서 양성자를 이용해 얻을 수 있는 방사성동위원소는 △18F<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에 이용되며 소형 사이클로트론을 통해 생산) △201T1<SPECT(단일광자방출촬영)를 이용한 심장 진단> △123I(갑상선 진단) △82Sr(PET를 이용해 심장 진단) 등이다.

연구용 원자로에서 추출하는 방사성동위원소 가운데 하나가 몰리브덴. 몰리브덴을 담은 소형 발생기에 생리식염수를 주입, 추출하는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가 바로 테크네튬-99m. 반감기가 6시간으로 짧고 감마선만 방출하므로 진단용으로 적합하다.

2008년 한 해 동안 56만 건에 달하는 핵영상검사 가운데 95%(53만 건)가 테크네튬-99m를 이용할 정도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사이클로트론 장치에서 생산하는 양전자 방출 방사성의약품을 이용한 PET 검사가 2008년 한 해 24만 7933건임을 감안하면 테크네튬-99m를 이용한 핵영상검사가 얼마나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방사성동위원소 사용량은 1980년 114큐리에 불과했으나 1991년 1718큐리로, 2008년 8673큐리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08년 방사성동위원소 가운데 테크네튬-99m이 57%(4962큐리)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테크네튬-99m와 원료물질인 몰리브덴(Mo)-99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은 극심한 수급 차질이 빚어지면서 암 환자 진료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핵의학계는 방사성동위원소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전신 뼈스캔을 F-18 Bone PET으로 대체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으나 검사비가 10배 이상 상승하는 문제가 있고, 대체 가능 정도도 20%에 불과해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특히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나 신의료기술을 인정받기 위한 법·제도적인 절차도 남아 있다. 핵의학계는 방사성동위원소 공급량이 80% 이하로 줄어들 경우에는 검사 예약을 받지 않거나 우선순위를 정해 급한 환자부터 검사를 받도록 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아울러 50% 이하로 공급량이 떨어질 경우에는 의료용 동위원소 공급을 위한 협의기구를 구성, 전체 방사성동위원소 사용을 통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핵의학검사 공급 제한 사태 올수도

최근 들어 방사성 동위원소 문제가 불거지면서 방사성의약품을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의료 전용 원자로를 한국에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학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국내 유일의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는 중성자 빔 이용연구·핵연료 및 재료 조사시험·방사화 분석·중성자 도핑 등 맡고 있는 역할이 많아 의료용 방사성의약품을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범희승 대한핵의학회장은 "원자로를 건설하면 동위원소 주권 확보는 물론 방사성 치료제 연구·개발력 향상을 통해 국민 건강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며 "중국·일본을 비롯한 아시아지역 수출을 통해 산업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핵의학계는 연구용 원자로를 건설할 경우 연간 400억원에 이르는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할 수 있고, 중성자 도핑 및 조사서비스 등을 통해 3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직접적인 매출로만 연간 700억에 달하는 경제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40년 동안 계속 가동한다고 가정했을 때 경제적 효용가치는 2조 8000억원에 달한다. 아울러 산업기반 시설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를 활성화 하는 부수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 일석삼조라는 것이다.

최재걸 대한핵의학회 총무이사는 "몰리브덴-99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수급 차질과 가격 상승에 대한 대처방안이 없다. 아무 대책도 세우지 않는 가운데 만약 선진국들이 몰리브덴-99를 독점하는 경우 타미플루나 플루 백신처럼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우려했다.

최 총무이사는 "타미플루는 최악의 경우 강제실시라는 카드라도 있지만 의료용 동위원소는 강제실시를 하고 싶어도 원자로가 없으면 불가능하다"며 "과도한 수입의존도를 탈피하고, 안정적으로 공급을 하기 위해서는 방사성 동위원소 전용 원자로를 최대한 빨리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위원소 주권 확보위해 원자로 건설해야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전용 원자로를 착공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제3차 원자력진흥종합계획(2007∼2011년)을 통해 방사선 의학기술 선진화를 통한 국민보건 증진과제를 채택하기도 했고, 지난 2008년에는 의료용 방사성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전용 원자로 건설계획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예산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경제부처를 설득하는데 실패하고, 예비타당성 조사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고배를 마셔야 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JRTR) 국제 경쟁입찰에서 최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최종배 과기부 원자력정책과장은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국제 경쟁입찰을 계기로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 것이 사실"이라며 "올해 수출용 신형 연구용 원자로 국내 건설안을 마련해 다시 예산부처와 협의하고 예비타당성 조사도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 과장은 "최신 기술을 반영한 연구용 원자로를 국내에 건설해야 외국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연구용 원자로를 더 많이 수출할 수 있는 길도 열릴 것"이라며 의욕을 보였다.

최 과장은 "핵의학계의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부족 문제를 잘 알고 있다"며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면서 연구를 병행할 수 있는 연구용 원자로를 건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수주를 통해 입증했듯이 원자로 건설을 위한 설계 및 운영 능력을 대부분 확보해 놓은 것도 연구용 원자로 건립에 청신호가 되고 있다.

박울재 한국원자력연구원 동위원소이용개발부 선임연구원은 "세계 10위권의 고성능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 건설 경험과 15년 동안 운영한 경험을 축적하고 있어 의료용동위원소 생산을 위한 원자로를 건립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수주의 일등공신인 한국원자력연구원과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세계 원자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국내에 동위원소 생산이 가능한 연구용 원자로를 건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구용 원자로를 다양한 출력별-용도별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연구용 원자로 라인업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국내에 연구용 원자로를 건설하면 세계 연구용 원자로 시장을 지속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결정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연구용 원자로 국내 건설에 무게를 실었다.

안병만 교육기술과학부 장관도 신년사를 통해 "연구용 원자로 도입 반세기 만에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최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쾌거가 있었다"면서 "이를 계기로 올해 연구용 원자로와 수출용 중소용 원자로 개발과 수출에 만전을 기해 원자력을 차세대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혀 연구용 원자로 분야에 대한 지원 확대에 무게를 실었다.

김성훈 의협 학술이사는 "일본은 원자로에 대한 규제가 심해 자체 건설이 어렵고, 중국도 한국이 원자로를 건설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막대한 건설 비용 때문에 민간이 하기는 어렵고, 결국 정부의 몫"이라며 "핵의학 주권 확보를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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