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8 19:59 (일)
존엄사에 이은 김 할머니 의료사고소송의 쟁점들

존엄사에 이은 김 할머니 의료사고소송의 쟁점들

  • 이석영,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10.01.12 11:54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1일 부검결과 주목...의사과실·검사적절성 이슈
환자-병원 측 쌓인 감정 많아 중재가능성 떨어져

존엄사 논쟁을 일으켰던 김 할머니(75)가 10일 사망하면서 김 할머니 가족과 연세의료원의 의료사고소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김 할머니 가족들은 기관지내시경 검사를 받고 김 할머니가 의식을 잃자 2008년 연명치료 중단 소송과 함께 의료사고소송을 제기했었다.

검찰은 김 할머니가 사망한 다음날인 11일 발빠르게 부검에 들어갔으며 소송 당사자들은 본격적으로 시작될 재판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검결과는 한달 후에 나오며 소송은 재판부만 할당된 상태다. 

김 할머니는 2008년 2월 기관지내시경검사를 받다 출혈을 일으키며 의식을 잃은 채 연명치료에 의존하다 201일만인 10일 사망했다.

의료사고소송은 대략 4가지 이슈를 중심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검사 의사의 과실 여부=김 할머니 가족들은 우선 기관지 내시경술을 한 의사의 과실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기관지내시경술의 조직생검은 기관지경을 통해 카테터를 삽입, 조직을 흡인하는 과정에서 혈관 손상을 입힐 가능성이 높지만 이에 대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특히 검사를 담당한 의사가 특진의(선택진료의사)였던 K교수가 아닌 임상강사였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세브란스병원의 한 관계자는 "특진의를 지정했음에도 특진의가 아닌 임상강사가 검사를 하게 한 것은 의료법 위반은 될 수 있을지언정 곧 과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응하고 있다.

즉 검사를 한 의사가 누구든 검사상 명백한 과실이 없다면 의료사고로 볼 수 없다는 시각이다.

다만 A의사변호사는 "특진의가 검사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료과실로 곧바로 연결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재판부가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11일 실시된 부검에서 부검의는 "사고 후 2년이 지난 상태에서 출혈의 원인을 부검으로 밝혀낸다는 것은 쉽지않은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 역시 "명백한 검사상 과실이 있지 않는 한 부검으로 과실을 입증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봐 부검결과보다는 의무기록과 사건정황이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어 보인다.

▲기관지내시경검사 필요했나?=김 할머니 가족들은 조직검사결과 김 할머니의 폐종양이 악성이 아니었다며 무리한 기관지내시경검사를 할 필요가 있었나하는 원망섞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연세의료원은 이에 대해 검사는 적절했다는 입장이다. 검사 전에 출혈을 우려해 혈액응고정도를 알 수 있는 PT/PTT 검사를 했으며 검사결과 별 이상이 없어 내시경 검사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세브란스 의료진들은 김 할머니가 PT/PTT 검사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혈소판 기능이상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지만 정확한 사인은 부검에서 가려질 것으로 기대된다.

김 할머니 사망 후 가족들과 의료원측 모두 부검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측 입장에서는 부검에서 검사상 명백한 과실이 드러나는 것을 가장 기대하고 있지만 김 할머니의 폐종양이 양성종양이었다는 결과를 얻는 정도도 나쁘지 않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빈면, 연세의료원은 부검을 통해 과실이 없었다는 것과 폐종양이 있었다는 결과를 얻으면 나쁠 것 없다는 생각이다. 폐종양이 있었다면 기관지내시경검사가 필요했다는 의료원의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린다.

물론 폐종양이 없었다는 부검결과가 나와도 의료원의 검사가 부적절했다고 볼 수는 없다. 모든 검사에서 악성종양 확진이 안됐다고 책임을 물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연세의료원은 다른 쟁점보다 검사의 적정성만큼은 자신있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응급처치의 적절성 여부=김 할머니가 검사 중 다량의 출혈을 일으킨 시간이 오전 9시 40분. 기관내삽관이 시도된 것은 7분이 지난 오전 9시 47분, 성공한 것은 10분이 지난 오전 9시 50분이었다.

환자측은 폐출혈발생 후 10분이 경과돼서야 기도가 확보된 것에 대해 응급처치가 미흡했다고 보고 있다.

보통 4~5분 정도 산소공급이 중단되면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가족들은 김 할머니의 뇌CT를 근거로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과 이로인한 미만성 뇌부종 소견을 보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사 중 발생한 응급상황에서 기관삽관이 10분이 지나서야 이뤄진 것은 발빠른 대처로 보기 어렵다. 하지만 10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안들을 고려해야만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재판에서 양측이 다투게 될 핵심쟁점이 될 전망이다. 박형욱 연세의대 교수(의사변호사)는 "응급처치가 성공한 시간보다, 시도된 시간이 응급처치 적절성 여부를 따지는 더욱 중요한 기준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설명의무 다했나?=모든 의료사고소송에서 설명의무의 경우는 설명을 했느냐 안했느냐가 쟁점이 되기보다 설명을 '충분히' 했느냐가 쟁점이 된다.

가족들은 기관지내시경시술에 앞서 간호사가 가져온 신청서에 서명을 했을 뿐 어떠한 설명도 듣지 못했으며 검사 전날 H의사에게 "매우 간단한 검사이기는 하나 천공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때는 옆구리로 공기를 빼야 한다"는 말만 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의료원측의 주장은 다르다. 윤경태 의료원 법무팀장은 "동의서에 검사의 위험성(출혈 가능성 포함)을 알리는 내용이 당연히 담겨있다"고 말했다. 설명의무는 의료사고소송의 단골쟁점이다. 최근 판례가 의사들의 설명의무를 강하게 묻는 분위기고 환자측에서는 대부분 충분한 설명을 받았다고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워낙 단골쟁점으로 설명의무 미흡이 제기되다보니 막상 설명의무 미흡을 걸어 승소하는 확률은 낮은 편이다. 물론 그렇다고 김 할머니의 의료사고 소송에서 가족측이 불리할 것으로 예단하기는 이르다.

의사가 설명의무를 다하기 어려운 대학병원 진료여건상 검사 전날 H의사의 설명이 충분했다고 볼 수 없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중재가능성은 얼마나?=가족측은 연세대에 김 할머니에게 6000만원, 가족 4명에게 1000만원씩 1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가족측이 김 할머니 치료비로 병원에 지급해야 하는 것이 1억원(급여비 포함 총 3억원)과 같은 액수다.

일부에서는 손해배상액과 치료비가 동일한 것은 상계하는 중재안을 전제로 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하지만 중재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연세의료원은 이미 사건이 만천하에 공개된 상황에서 의료사고소송을 피한다는 인상을 줄 필요가 없어 보인다.

언론도 존엄사와 비교할 때 의료사고소송에는 관심이 적어 부담이 존엄사에 비해 덜하다. 김 할머니 가족들도 의료사고가 확실하다는 입장을 굽히기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존엄사 소송과정에서 쌓인 양측의 감정이 깊어 중재가 어렵다는 관측이다. 다만 재판부의 중재 의지가 강하면 중재가 성립되는 경우도 많아 중재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