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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6 17:49 (금)
coverstory '다사다난' 아쉬운 기축년

coverstory '다사다난' 아쉬운 기축년

  • 조명덕 기자, 공동취재 mdcho@kma.org
  • 승인 2009.12.2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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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의료계 뒤돌아 보다

Cover Story

경제위기가 세계를 휩쓴 가운데 사회 전반적으로 그리고 의료계에서도 '유난히' 다사다난했던 2009년이 서서히 저물고 있다. 해마다 연말이면 '다사다난'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올해 만큼 그 진부한 표현이 적절했던 때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일도 탈도 많았던 한 해였다.

올해 노무현·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이 서거하고,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했으며, 해외에서는 팝의 황제라 불리는 마이클 잭슨이 타계하는 등 '거물급'인사가 유명을 달리해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과 슬픔을 안겨 주었다.

용산 재개발 농성현장 화재 참사에 슬퍼했고, 아동성폭행 조두순 사건에 분노했으며, 신종플루 대유행에 떨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의 그랑프리 7회 연속 우승과 야구대표팀의 WBC 준우승에 기뻐했던 한 해였다.

의료계로서는 지난해 창립 100주년을 맞은 대한의사협회가 새로운 한 세기를 시작하는 해로 기억될 2009년으로 역시 많은 일이 벌어졌고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2009년 끝자락에 서서 <의협신문>이, 많은 일 가운데 어렵사리 10개를 골라 '올해의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11월 19일 건강보험수가 협상 결렬에 이어 25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의원급 수가 3% 인상을 결정했다. 자율적인 약품비 절감을 통해 절감액을 수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료계의 제안이 수용된 이번 결정으로 향후 수가협상에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신종플루가 온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한 가운데 의료계는 정부 및 제약계와 함께 효과적으로 대응해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특히 의협은 병협과 함께 10만명에 달하는 차상위계층 만성질환자의 예방접종 본인부담금 면제를 결정해 국민 곁으로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올해는 또 '김할머니 사건'으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는 사법부의 최종판단이 내려져 존엄사 법제화의 발판이 마련됐다.

법정다툼도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1심에서 승소했으나 올해 항소심에서 패한 서울대병원 등의'원외처방 약제비 환수 소송'과 올해 1심에서 완승한 성모병원의 '진료비 환수 및 과징금 부과 취소 청구 소송'의 명암이 엇갈린 가운데 내년에 계속될 소송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뜨거운 논란을 거친 '원격의료 허용' 문제는 의협이 전국 순회 회원설명회를 거치며 국민의 의학적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반대로 정리했지만 아직 관련 법안 이 국회에 계류중이고,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법인)' 도입에 대해서도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KDI의 연구 결과가 달라 내년에도 찬반논란이 여전할 전망이다.

또 5월부터 해외환자 유치가 허용돼 과열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는 의료관광과 관련해서는 의료사고 발생에 대비한 의료분쟁조정법 마무리를 비롯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리고 진오비(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모임)은 낙태근절 캠페인을 벌여, 생명을 존중하는 산부인과 의사들의 직업적 양심과 국가적 과제가 된 저출산 문제가 맞물리며 의료계는 물론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기도 했다. 또 의사국시 실기시험이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에서 실시돼 국제적인 관심을 모았다.

한편 해묵은 논쟁의 소재였던 의약품 리베이트 문제에 정부가 개입하면서 올 한해 내내 잡음이 계속됐지만 '리베이트 근절'이라는 정부의 의지만 확인됐을 뿐 이를 위한 약가제도개선안이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역시 내년에도 논란의 중심에 설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의협의 새로운 한세기를 시작하는 올해는 제36대 경만호 회장 집행부가 출범했다. 또 회원 직선제에서 선거인단 간선제로 회장선출 방식을 바꾼 대의원총회의 결의가 무효라는 소송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의협 경만호 집행부 출범

3월 치러진 대한의사협회 회장선거에서 경만호 후보가 유권자 1만 8246명 중 6081명(33.3%)의 지지를 얻어 5607표(30.7%)를 얻은 주수호 당시 회장을 밀어내고 36대 의협 회장에 당선됐다. 당초 박빙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경만호 후보는 현직 프리미엄을 안고 싸운 주수호 회장을 앞서가며 개표 중반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유권자들은 안정적인 회무연속성을 주장하며 재선을 노리던 주수호 회장보다 한국의료수급체계 전반을 손봐야한다는 '체질개선론'을 주장한 '경만호 카드'를 선택했다.

5월부터 회무를 시작한 경만호 의협 회장은 회원들의 이같은 바람을 안고 한국의료시스템을 밑바닥부터 바꾸기 위한 움직임에 들어갔다. 출범 후 첫 시험대가 된 수가협상에서 최근 3년 동안 가장 높은 3%대의 수가인상률을 끌어내는 동시에 정부와 불평등 계약체계로 지적돼 온 수가협상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키로 했다.

1차 의료지원 방안도 논의 안건으로 포함시켰다. 투자개방형 의료법인·건강관리서비스 도입 등 정부의 의료선진화 방안에 대해서도 다양한 변화의 흐름을 주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인 대응의지를 보이고 있다.

4월 열린 대의원총회에서 통과된 새로운 회장선출 방식도 관심이다. 대의원들은 정관 개정을 통해 전 회원이 회장을 뽑는 직선제를 선거인단이 회장을 선출하는 간선제로 바꿨다. 이에 따라 의약분업 투쟁의 열기 속에 탄생한 '회장 직선제'는 종말을 고하게 됐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최근 선거인단에 의한 회장 간선제 연구에 들어갔으며 2011년 대의원 총회에 간선제안이 상정될 예정이다. 간선제 도입을 위한 움직임과는 별도로 46명의 민초 회원들이 간선제 전환을 결정한 정관개정 과정의 적법성을 문제삼아 결의무효 소송에 들어가 있어 소송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승원기자 choisw@kma.org  


신종플루 전세계 강타

올해 초 멕시코에서 발발한 신종인플루엔자 A(H1N1)가 전세계를 강타했다.

한국은 지난 4월 27일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12월 17일 현재 280만명이 넘는 환자가 확진판정을 받았으며, 이중 148명이 사망했다.

대한의사협회는 5월 7일 마장동 축산물 시장에서 우리돼지 시식회를 열어 축산농가와 업계의 피해를 줄이는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신종플루 예방을 위한 올바른 손씻기 운동과 마스크 착용 등 철저한 개인위생을 당부하 '대국민 권고문'을 통해 정확한 의학정보를 전달하는데 주력했다.

8월 들어 감염 환자가 2000여명을 넘어서고 사망자가 잇따라 발생하자 의협은 감염자 조기 발견 및 격리 위주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진료와 치료로 전환해야 한다며 정부당국에 '국가재난대책본부' 출범과 국공립·보건소의 역할 전환을 촉구했다.

의협은 9월에도 신종플루 임시상담소 설치·국회 정책토론회·대국민 홍보 캠페인 등을 지속적으로 펼쳐는 한편, 10월 28일 국가 재난사태 선포를 재차 촉구하고 전면적인 학교 휴업·의료기관에서의 타미플루 투약 허용 등을 권고하고 나섰다.

정부는 11월 4일 범정부 차원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발족, 한 달 동안 의료계·제약계와 총력전을 벌였다. 의료계가 신종플루 치료에 사투를 벌이는 동안 ㈜녹십자(대표 허재회)는 세계 12번째로 인플루엔자 백신 개발에 성공, 백신 주권을 확보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한편, 의협과 병협은 12월 10일 국가 지원 무료예방접종 대상에서 제외된 10만 4567명의 차상위계층에게 예방접종 본인부담금(1만 5000원)을 면제해 줄 것을 부탁했다. 신종플루라는 국가적 위기를 합심해 극복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애정을 회복해 나가기 위한 발걸음이었다.

송성철기자 songster@kma.org 


불법낙태 근절 캠페인

올 한해 젊은 산부인과 의사들의 낙태시술 거부 캠페인이 의료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를 달궜다. 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모임(이하 진오비)은 10월 19일 모든 불법 낙태 시술을 거부하겠다는 의지 표명과 함께 2010년 1월 1일부터 이뤄지는 모든 불법 낙태에 대해 사법부의 엄정한 법 집행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 음성적으로 존재하는 불법 낙태에 대해 사회 각계각층에서 문제제기가 있었으나 산부인과 의사들이 직접 대대적인 자정 노력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생명을 존중하는 산부인과 의사들의 직업적 양심과 국가적 저출산 문제가 맞물리면서 사회적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진오비는 당초 불법낙태 근절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가칭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를 표방하며 기존 개원의 단체인 대한산부인과의사회와 유사 명칭 논란에 휩싸였으나 중요한 건 운동의 성격이지 이름이 아니라는 판단하에 이후 진오비로 활동했다.

최근에는 산부인과뿐 아니라 모든 진료과목의 의사들이 참여하는 단체를 구성해 불법낙태 근절 캠페인을 보다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불법낙태 근절의 취지에는 적극 공감하면서도 낙태시술을 거부하는 의사들을 고발하겠다는 강경수단에 대해선 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산부인과 의사들만의 참여만으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에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편 태아 성감별 허용 시기를 임신 32주 이후로 규정하고 위반시 의료인을 형사처벌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나오면서 낙태죄의 예비죄인 성감별을 또 형사처벌하는 것은 불필요한 과잉입법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낙태죄 처벌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이현식기자 hslee03@kma.org 


잡음 끊이지 않은 의약품 리베이트

정초부터 시끌했던 의약품 리베이트 문제가 한 해를 뜨겁게 달궜다.

리베이트는 해묵은 논쟁의 소재이지만, 올해는 정부가 리베이트 문제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1년 내내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는 리베이트를 둘러싼 요양기관-제약회사-보건복지가족부 등 3자구도에 새로운 핵으로 부상했다.

1월 공정거래법 위반 7개 제약사(외자사 5곳·국내사 2곳) 적발, 3~4월 5개 제약사(외자사 4곳·국내사 1곳)에 대한 리베이트 3차 조사, 9월 8개 대형병원에 과징금 부과, 11월 백신 취급사 대상 가격 담합 의혹 조사 등이 지난 1년간 공정위의 활동내역이다.

그런가하면 복지부는 8월 1일부터 리베이트 근절을 목표로 새로운 약가조정기전을 도입했다. 유통질서 문란행위로 적발된 의약품에 대해 보험약가를 최대 20%까지 인하토록 한 것으로(1년내 재적발시 30% 추가 인하), 보험약가가 사실상 의약품 매출을 좌지우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약사 입장에선 치명적인 처벌이다.

복지부는 이와함께 7월 '의약품 가격 및 유통선진화TF'를 구성, 올해 안으로 약가제도개선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실거래가상환제 대신 요양기관에 약가 마진을 인정하는 새로운 유통제도를 도입하고, 제네릭 계단형 상한가 제도를 폐지하는 방향이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하지만 이번에야말로 리베이트를 뿌리뽑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구체화될 때까지는 시간이 좀더 걸릴 것 같다.

복지부가 10월말로 예정했던 약가제도개선안 발표는 한 차례 늦춰진 것으로도 모자라, 지난 14일 발표 당일에 무기한 연기되는 등 언제가 될 지 기약할 수 없게 됐다.

또 8월 이후에도 여전히 리베이트가 오고 간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고, 제약사 주최 해외 학술행사 등 리베이트 판단 기준을 둘러싼 국내사-외자사 대립 양상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정부가 리베이트를 받은 사람에게도 형사처벌까지 가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리베이트 이슈는 해를 넘겨서도 계속될 전망이다.

김은아기자 eak@kma.org 


첫 발 뗀 '의료관광'

올해 5월 1일부터 해외환자의 알선 유치 행위가 가능해지면서 정부를 비롯해 지자체, 병의원들이 새로운 시장에 대한 기대를 가득 머금고 해외환자 유치에 발벗고 나섰다.

또 해외환자 유치를 대행해 줄 사단법인 허가를 놓고 전국글로벌의료관광협회와 한국글로벌헬스케어협회 두 개 단체가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을 치열하게 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외국인 환자 유치 등록을 마친 의료기관 수는 지난 현재 1300여곳에 이르며, 이 가운데 약 80%가 개원의로 구성돼 있어 의료관광에 대해 개원가의 관심이 뜨겁다. 개원가에 질세라 대형병원들도 해외환자 유치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며,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이름있는 평가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기도 했다.

정부도 국내 의료기관들이 해외환자 유치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미국·러시아 등을 방문하면서 국내의 질 높은 의료수준을 적극 홍보하는 등 새로운 선장동력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의욕이 앞선 나머지 해외환자 유치 실적을 부풀리기는 상황이 오고야 말았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는 국내 병원이 유치한 외국인 환자 1만 6356명 중 2998명이 주한미군인 것으로 확인돼 실제로 순수한 해외환자들이 국내에서 진료를 받은 것은 수가 적었다.

해외환자 유치가 과열되다보니 일각에서는 의료관광 산업에 대해 정부·의료계·지자체·민간단체 등이 함께 재점검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또 해외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가운데 무분별하게 해외환자를 유치하기보다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거세다.

무엇보다도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이를 보완해줄 의료분쟁조정법이 마무리되지 않아 빠른 시일 내에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정환기자 leejh91@kma.org 


원외처방 약제비·임의비급여 소송

지난해 부터 의료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원외처방약제비 환수소송'과 '성모병원 임의비급여 소송'은 표면상으론 다른 사건이다. 원외처방약제비 환수소송은 요양급여기준에 위반된 원외처방 약제비용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사로부터 환수하는 것이 법적으로 타당한지 여부가 쟁점이다.

성모병원 사건은 이른바 '의학적 임의비급여'의 허용 범위에 대한 논란이 소송으로 이어진 케이스. 그러나 두 사건을 관통하는 담론적 화두가 있으니, 바로 의학적 타당성과 건강보험 기준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상위에 있느냐는 물음이 그것이다.

원외처방약제비 환수소송에서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40여개 병원은 개별 환자의 특성을 무시한 획일적인 요양급여기준은 복잡다양한 의료현실에서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성모병원 임의비급여 소송에서도 마찬가지로 현행 급여기준에만 맞춰 진료를 하면 환자의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으므로, 의학적 타당성이 최우선시돼야 한다는 것이 병원측 주장의 핵심이다. 두 사건의 판결은 크게 명암이 엇갈렸다.

원외처방약제비 소송을 제기한 서울대병원과 이원석 원장은 지난해 8월 서울서부지방법원 1심 재판에서 공단으로부터 환수된 41억여원과 1388만여원을 각각 되돌려 받으라는 승소 판결을 얻어냈다.

그러나 그로부터 정확히 1년만인 지난 8월 27일 서울고등법원 항소심은 1심 판결을 뒤엎고 공단의 환수조치 거의 전부에 대해 '합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약제비 환수가 부당하다는 주장을 하려면 개별 처방에 대한 의학적 타당성을 병원측 스스로 증명하라는 것이 고법 재판부의 입장이다.

반면 성모병원은 1심 재판에서 거의 완벽에 가까운 승리를 따냈다. 지난 10월과 11월 서울행정법원은 성모병원이 보건복지가족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진료비 환수 및 과징금 부과 취소 청구소송에서 건강보험분 115억여원, 의료급여분 53억여원의 진료비 환수액 및 과징금 부과를 모두 취소하라고 각각 주문했다.

환자를 위해 꼭 필요한 치료이며 의학적 타당성이 인정된다면 비록 불법으로 규정돼 있는 임의비급여라 할지라도 모두 부당청구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두 사건 모두 대법원 상고, 고법 항소가 진행 중이어서 논란은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이석영기자 lsy@kma.org 


원격의료·영리법인 논란

'원격의료(원격진료)' 허용 논란으로 의료계는 한여름보다 더욱 뜨거운 2009년 가을을 보내야 했다.
의료선진화방안 추진을 강조하던 정부가 원격의료 도입에 대한 의료계의 의견을 물으며 원격의료 논쟁은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제안에 의원급 의료기관만 원격의료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조건을 붙여 9월부터 회원 의견수렴에 들어갔다. 원격의료 도입으로 새로운 시장이 창출될 수 있는 가능성과 도입 초기에는 도서 지역의 만성질환자에 한해 원격진료를 하자는 안전판이 있었기 때문에 의협은 긍정적인 검토를 할만한 사안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이 도입에 반대할 경우 정부가 병원급 의료기관을 파트너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와 나날이 발전하는 원격의료기술의 흐름 속에서 의사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소외될 수 있다는 현실론은 원격의료 도입을 환영해야할 이유로도 보였다.

하지만 진료현장에서는 정부의 원격의료 도입안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컸다. 의협이 주도한 전국 회원순회 설명회에서 회원들은 원격의료의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았으며 기존의 의료전달체계를 붕괴시키고 지역에 기반을 둔 개원가가 몰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만호 의협 회장은 이같은 여론을 감안해 11월 5일에는 "원격의료라는 시대적 흐름에는 공감하나 의사와 환자간의 원격의료가 국민의 의학적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어 반대"라는 입장을 보건복지가족부에 전달했다.

비로소 원격의료 논쟁이 종지부를 찍은 셈이다. 하지만 정부는 원격의료 도입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 상정을 철회하지 않은 상태라 원격의료를 둘러싼 갈등의 불씨는 여전한 상황이다.

한편, 복지부와 기획재정부가 15일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 필요성 연구' 설명회를 개최하며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에 대해 찬반여론이 새해를 달굴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 필요성을 합동연구한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입장이 갈린데에서 보듯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 역시 원격의료 못지 않은 찬반논란을 불러 올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승원기자 choisw@kma.org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법제화

올 해는 말기 환자에게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는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내려진 역사적인 해로 남게됐다.

지난해 말 1심 법원에 이어 올 2월 고등법원, 그리고 5월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내려짐으로써 연명치료 중단의 법제화 발판이 마련됐다. 법원 판결에 따라 세브란스병원 중환자실에서 입원중인 김 모 할머니의 인공호흡기가 6 월 23일 오전 10시 22분경 제거됐다.

김 할머니는 존엄사 소송의 원고이면서 스스로 '연명치료 중단'의 첫 사례가 된 것이다. 후속 조치는 의료계와 국회의 몫으로 넘어갔다. 대한의사협회는 8월 24일 대한의학회, 대한병원협회와 공동으로 마련한 '연명치료 중지에 관한 지침'을 발표했다.

지침은 연명치료의 종류, 치료중단을 적용할 수 있는 환자의 상태, 치료중단의 절차와 요건 등을 상세히 담았다. 의협은 이같은 내용의 치침을 9월 16일 발표한 '연명치료 중지 관련 입법 가이드라인'을 통해 보다 구체화·명확화 했다. 국회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이 '존엄사법안'을, 같은 당 김세연 의원이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할 권리에 관한 법률안'이란 명칭의 법안을 각각 제출, 보건복지가족위원회에 회부됨으로써 국회 논의가 본격화됐다.

이들 법안은 모두 말기 환자 본인에게 생명유지 장치 등 의학적으로 의미가 없는 치료의 중단 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이같은 의사를 사전에 표시하는 방법과 절차 등을 담고 있다. 존엄사 법제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으나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다.

환자 본인이 직접 연명치료 중단 의사를 밝히지 못한 경우, 환자 의사의 '추정' 가능성과 범위에 대한 이견 충돌이 대표적이다. 김 할머니가 인공호흡기 제거 이후 현재까지 생존해 있다는 사실도 논란의 소지가 되고 있다.

애초 3개월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반년이 넘도록 생존함에 따라 '지속적 식물상태'를 연명치료 중단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의학적으로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법적 투쟁을 통해 존엄하게 임종할 권리를 인정받은 당사자가 이제는 존엄사 법제화에 난제를 안기고 있는 상황은 매우 역설적이다.

이석영기자 lsy@kma.org 


2010년 의원 수가 3% 인상

지난 11월 25일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열린 제 21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마라톤 회의 끝에 2010년 건강보험료를 4.9% 인상하고, 의원의 환산지수를 3.0%(65.3원), 병원(요양병원·종합병원)의 환산지수를 1.4%(64.3원) 인상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의·병협 수가 결정으로 전체 평균 수가인상률은 2.05%가 됐다.

11월 19일 수가협상 결렬 직후 건보공단 재정운영위는 협상 결렬의 책임을 물어 의·병협에 패널티를 줘야 한다며 건보공단이 마지막으로 제시한 수가인상안(의원 2.7% 이하, 병원 1.2% 이하) 이하로 수가를 결정해야 한다는 부대결의까지 하고 나섰다.

과거 건정심은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의 부대결의를 100% 수용, 수가협상을 결렬한 유형에 가차없이 패널티를 부과해 왔다. 수가계약제도 도입 이후 2005년 단 한 번을 제외하고 번번이 협상을 결렬한 의협은 매년 패널티를 감수해야 했다. 수가계약의 최대 피해자가 된 셈이다.

하지만 이번 건정심 결정은 평균 수가인상률을 1.86% 이상 줄 수 없다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의 수가인상 마지노선과 수가협상을 하지 못한 의·병협에 패널티를 줘야 한다는 부대결의를 처음으로 뒤집은 것으로 향후 수가협상에 적지 않은 변화를 예고했다.

이번 건정심에서는 "의원의 경영구조 개선을 위해 적극 협조하며, 차후 수가결정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부대조건과 함께 날로 늘어나는 약품비를 절감, 목표액(3∼8월 2000억원=병원 1112억원+의원 888억원) 이상을 절감했을 경우 차액을 수가인상과 보험재정으로 활용하되 목표액에 못미쳤을 경우에는 미달액을 수가인하에 반영하자는 의료계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의협과 병협이 자율적으로 약품비를 절감함으로써 절감액을 수가에 반영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정부 고시나 심사기준에 의해 타율적으로 약품비를 절감해야 하는 '타율 규제의 압력'이 아닌 '자율 개선'이라는 시험대가 마련된 것이다. 

 송성철기자 songster@kma.org 


의사국시 실기시험 도입

한국은 올해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의사국시 실기시험을 시행한 국가가 됐다. 필기시험뿐 아니라 실제 환자를 대하는 태도와 지식을 종합 평가하는 선진화된 시험방식이 의학교육계의 오랜 노력 끝에 도입됨으로써 아시아 각국의 부러움을 샀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은 9월 23일부터 12월 1일까지 국시원 의사실기시험센터에서 3549명을 대상으로 의사국시 실기시험을 진행했다. 실기시험은 2개센터에서 하루 세차례 시행됐으며, 응시자는 12개의 시험실을 이동하면서 과제를 수행했다. 시험문제는 CPX 6문제와 OSCE 6문제 등 12문제로 구성됐고, CPX 문제 종료 후에는 사이시험을 치렀다.

합격자는 합격선심의위원회에서 문제별 합격선에 의한 '문제조합별 총점 기준 합격선'과 '통과문제 수 기준합격선'에 모두 합격한 경우 인정된다. 합격자 발표는 내년 1월 7~8일 시행되는 필기시험 이후 필기시험 합격여부와 함께 공지된다.

이번 의사국시 실기시험은 아시아 최초로 시행된 만큼 각국에서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일본은 의대 교수와 일본의사실기시험추진위원회 관계자들이 실기시험 진행상황을 참관했다. 대만에서도 17명의 참관단이 국시원을 방문해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김건상 국시원장은 신종플루가 확산된 상태에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예비시험실을 확보하는 등 발빠른 대응에 나서 첫 의사국시 실기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한편 전문의시험에서도 실기시험 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 1월 19일 대한가정의학회는 전문의 2차 실기시험에서 CPX를 치렀다. 앞서 대한성형외과학회는 2005년 객관구조화진료시험(OSCE)을 도입했고, 대한신경과학회도 2007년부터 CPX를 실시하고 있다.

이현식기자 hslee03@km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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