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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병원 의학적 임의비급여 소송 "완승"

성모병원 의학적 임의비급여 소송 "완승"

  • 이석영 기자 lsy@kma.org
  • 승인 2009.10.29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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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과징금 및 환수액 115억원 '취소' 판결..."환자에 사전동의 구했다면 부당징수 아니다"

의료기관이 현행 요양급여기준에는 어긋나지만 환자의 치료를 위해 꼭 필요한 의료행위를 제공한 후, 그 비용을 환자에게 부담토록하는 이른바 '의학적 임의비급여'에 대해 법원이 처음으로 타당성을 인정해 관심이 집중된다.

서울행정법원 제2부(재판장 한 승)는 29일 가톨릭대 성모병원이 보건복지가족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건강보험 진료비 임의비급여 환수 및 과징금 처분 취소소송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복지부가 부과한 96억원의 과징금 처분 및 공단이 내린 19억3000여만원의 진료비 환수처분을 모두 취소한다"며 성모병원의 승소를 판결했다.

성모병원은 지난 2007년 백혈병환자 진료비(건강보험 19억 3000만원, 의료급여 8억 9000만원)를 임의비급여했다는 이유로 28억여원의 진료비 환수 및 141억여원 과징금 처분을 받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현재 건강보험과 의료급여 부분에 대한 재판이 따로 진행 중이며, 이날 선고는 건강보험 진료비에 대한 판결이다.

사건의 쟁점은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한 의약품 사용분을 환자에 부담시킨 부분 ▲별도산정이 불가한 치료재료대를 환자로부터 징수한 부분 ▲급여항목을 비급여로 바꿔 환자 본인부담금에 포함시킨 부분 ▲진료지원과 선택진료를 주진료과 의사에게 포괄위임한 부분 등이다.

"속임수나 부정한 행위 아니다"
재판부는 우선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한 약제 사용에 대해 "문제가 됐던 37개 항목 중 사후에 의사의 치료방법이 정당해 급여기준이 바뀐 12개 항목은 의학적 타당성이 인정되는 것이므로, 기준이 바뀌기 전에 사용한 약제에 대해서도 의학적 타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치료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는 절차가 없는 상태에서,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 후 사전동의를 얻어 치료했다면 사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받았다고 일률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치료재료대 사안에 대해서도 일회용 바늘을 예로 들어 "환자가 적극적으로 이 바늘의 사용의 원했으며, 진료비 환수 처분 이후에 골수천자생검에 일회용 바늘을 사용할 수 있도록 고시가 변경됐다"며 "환자의 의식수준과 처분 당시 새로운 치료재료 사용에 대한 사전 절차가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의사가 환자로부터 치료재료 비용을 징수한 것이 속임수나 부당한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선택진료에 대해서는 "비록 당시의 엄격한 형식에는 어긋날지라도 진료지원과 선택진료를 주진료과 의사에게 위임한 것을 위법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급여항목을 비급여로 환자에게 징수한 부분에 대해 "엄연히 본인부담금과 공단 청구부분이 구분돼 있는 만큼, 어떠한 경우에도 공단에 청구할 비용을 환자에게 징수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복지부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즉 공단으로부터 환수처분을 받은 것이 억울하다면 행정소송을 통해 구제받는 것이 정당한 절차며, 삭감이 두려워 막바로 환자에게 청구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판단이다.

성모병원 임의비급여소송 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가톨릭의대 김학기 교수(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사법부가 의료현장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한 결론을 내려준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판결문 내용을 면밀히 분석한 후 병원의 공식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판례 뒤집어...파장 클 듯
이번 판결은 동일한 임의비급여 소송에 대한 상급심의 판단을 뒤집는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10월 서울대병원이 심평원을 상대로 낸 5000여만원의 환불결정 취소 소송에서 심평원의 손을 들어줬다.

또 지난 7월 성모병원과 심평원 사이에 진행중인 또 다른 임의비급여 소송에서 행정법원 재판부(제14행정부)는 환급결정 받은 1억2888만여원 가운데 선택진료비를 뺀 1억2085만원의 환불은 정당하다고 판결, 사실상 병원측이 완전 패소했다.

이달 13일에는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이 복지부를 상대로 낸 임의비급여 과징금처분(12억원)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패소하기도 했다. 유사한 사건에 대한 판결 선례를 완전히 뒤집는 새로운 선고가 내려지는 것은 사법계에 흔치 않은 일이다.

특히 이날 판결은 현재 계류중안 임의비급여 유사 사건 판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2심에서 패소한 서울대병원과 N소아과의원이 심평원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대법원에 계류중이며, 성모병원이 심평원을 상대로 낸 소송 4건이 별도로 진행 중이다.

복지부 '항소냐 재처분이냐' 갈림길
재판부의 판결 내용 중 눈길을 끄는 부분은 복지부와 심평원의 진료비 환불 및 과징금 처분 전체가 위법하다는 취지는 아니라는 점이다. 즉 이번 사건에 관련된 모든 의료행위 등에 대해 환자의 사전동의, 의학적 타당성 여부를 가리는 것은 재판부에 제출된 자료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우므로, 전체를 취소하는 형식으로 판결을 내렸다는 것이다.

따라서 복지부는 재판부가 의학적 타당성을 인정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항목에 대해 새롭게 환불 및 과징금 처분을 내리던지, 재판부의 판결 자체에 불복해 항소하던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지금까지 의학적 임의비급여의 정당성을 부정해 온 복지부로서는 항소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또 한가지 주목되는 것은 재판부가 급여항목에 대한 비급여 행위를 위법하다고 판단한 부분이다. 이는 임의비급여 사건에서 성모병원측이 사회적 질타를 가장 많이 받은 사안이며, 관련된 환수액이 6억여원으로 전체 환수액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어 적지 않은 의미를 갖고 있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법원의 '위법'판결은 성모병원의 도덕성에 적지 않은 상처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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