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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무너지는 1차의료…살길이 안보인다

coverstory 무너지는 1차의료…살길이 안보인다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9.10.0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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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지난 9월 24일 오후 2시 국민건강보험공단 15층 회의실.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팀과 건보공단 수가협상팀이 2010년 수가협상을 위해 처음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수가협상 첫 회의는 상견례를 겸한 자리인 만큼 가벼운 인사말을 주고 받는 자리.

하지만 의협 수가협상팀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국면 보험부회장을 비롯해 양훈식 보험이사·유승모 보험이사·좌훈정 대변인 겸 공보이사·김일중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보건의료체계 최후의 보루인 1차 의료기관이 무너지고 있다", "이대로는 도저히 못 살겠다"며 이례적으로 첫 협상부터 강공을 폈다.

유승모 보험이사는 수가협상에 맞춰 준비한 의견서를 통해 "최근 8년 동안 2%대에 묶여 있는 살인적인 저수가와 경제 악화로 도산하는 의원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며 특단의 회생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좌훈정 대변인 겸 공보이사는 "의사들은 정부와 보험자가 미리 정한 총액가이드라인에 의한 뻔한 수가인상률에 더이상 기대를 하지 않고, 좌절하고 있다"면서 "개원가는 폭발 직전"이라고 말했다.

좌 대변인은 "올해마저 수가협상이 결렬된다면 수가계약제 자체가 무의미한 제도로 전락하고 만다"면서 "당연지정제 폐지와 건보공단 이외의 다보험자 체제 도입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7년 동안 의료수가 인상률은 2006년 3.5%를 제외하고 단 한 번도 2%선을 넘지 못하는 흉작이 계속되고 있다. 다른 요양기관에 비해 타격이 더 극심한 개원가는 경영여건이 악화되면서 부채에다 진료비 청구액 차압 등 수입줄은 막히고, 지출비용 상승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수도권보다 개원 여건이 더 열악한 지역의사회의 분위기는 더욱 심상치 않다. 부산시의사회는 오는 11월 8일 오전 10시 무너지는 동네의원을 살리고, 지역병원을 지키기 위한 캠페인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MB정부 출범 이후 대규모 옥외 행사(집회)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 경제위기로 침체 국면에 놓인 부산지역 민심이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 실패 이후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지역의료계의 불만은 부산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의협을 비롯해 병협·치협·한의협·약사회 등 각 요양기관 대표단과 건보공단 수가협상팀은 9월 셋째 주에 잇따라 1차 협상을 벌인데 이어 추석 연휴를 전후로 2차 협상을 벌이고 있다. 치협은 서둘러 2차 협상까지 마치는등 요양기관 대표단 가운데 가장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번 수가협상은 마감시한인 10월 17일까지 숨가쁘게 전개될 전망이다.

의료수가 인상률 6년 간 2%대 묶여

의료기관의 경영이 얼마나 위축되고 있는지는 <의협신문>이 지난해 말 전국 의사 7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조사대상 의사의 77.8%가 '지난해 보다 수입이 줄었다'고 응답했다.

'20% 내외로 줄었다'는 응답자가 28.4%로 가장 많았고, '10% 내외'가 25.1%, '30% 이상 감소했다'는 24.3%나 됐다. 보다 객관적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료기관 폐업률 자료를 살펴봐도 의료기관의 경영난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파악할 수 있다.

의료정책연구소가 지난해 9월 실시한 '의원 경영실태조사'에 따르면 2008년 의원의 일일 환자 수는 평균 58.8명으로 2007년 63.6명보다 4.6명이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의원의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환자수의 감소는 의원의 경영이 해를 거듭할수록 어려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심평원이 이번 정기국회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한 '의원 일평균 진료건수 구간별 현황'<표1>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상반기(1∼6월) 전체 의원 2만 5768곳 가운데 일평균 처방전 발행건수가 50건 이하인 곳이 48.2%(1만 2423곳)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2만 6040곳 의원 가운데 일평균 처방전 발행건수 50건 이하인 곳은 48.3%(1만 2597곳)로 2년 연속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상반기에 하루 평균 30건 이하의 처방전만을 발행하는 의원도 6996곳(27.1%)에 달해 개원가의 1/3이 현상유지조차 힘든 상황인 것으로 분석됐다.

하루에 평균 151건 이상의 처방전을 발행하는 의원은 3.7%(956곳)에 불과했다. 이들 의원의 상당수는 의원 한 곳에 여러명의 의사가 근무하는 공동개원이나 의사를 고용하는 의원 등으로 파악되고 있다.

51-100건의 처방전을 발행하는 의원은 37%(9535곳)를 차지했으며, 31-50건이 20.87%(5377곳), 101-150건이 11.27%(2904곳), 21-30건이 10.46%(2695곳)로 뒤를 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의료정책과 규제는 경영위기에 놓인 의원급 의료기관은 외면한 채 상대적으로 여건이 나은 의원은 차등수가제(75명 이상 환자를 진료한 경우 진료비를 삭감하는 제도)를 적용, 강제로 수가를 삭감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가족위원회 한나라당 심재천 의원실이 공개한 '의원급 의료기관 차등수가제 적용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심결총액 3조 8154억원 중 차등수가 적용금액은 447억원(1.2%)에 달한다.

진료과별 차등수가 적용금액은 이비인후과가 135억원으로 가장 많고, 내과 90억원, 소아청소년과 74억원, 일반과 51억원, 정형외과 45억원, 가정의학과 13억원 등으로 파악됐다.

지난 2001년 7월 건보재정 파탄을 막기 위해 의료공급자의 희생을 요구하며 도입한 차등수가제는 의약사의 일일 환자수를 기준으로 75명에 대해서만 수가를 온전히 지급하며, 76∼100명은 10%, 101∼150명은 25%, 151명 이상은 50%의 진찰료 및 조제료를 깍아 지급하는 제도.

경영위기인 의원은 외면하고 경영이 상대적으로 좋은 곳은 삭감하는 제도를 3조 2703억원(2009년 8월 말 현재)의 누적 흑자 상태에서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의원 일평균 처방전 50건 이하 발행 48%

경영위기의 여파는 폐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의원급 의료기관의 폐업 현황<표2>를 보면 2004년 2만 4301곳 가운데 6.55%(1593곳)가 문을 닫은데 이어 2005년 6.22%, 2006년 6.96%, 2007년 7.70%, 2008년 7.76% 등 지속적으로 폐업률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병원급도 2006년 961곳 중 11%(106곳)가, 2007년 1048곳 중 12.6%(132곳), 2008년 1193곳 중 13.2%(157곳)이 문을 닫은 것으로 집계돼 개원과 폐원이 요동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008년을 기준으로 하루 5.6곳의 의원이 경영난등을 이유로 폐업을 하고 있다는 통계는 동네의원과 동네병원의 경영상황이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최근 7년(2001∼2008년) 동안 의원급 의료기관의 평균진료비 증가율은 5.1%로 총진료비 평균증가율(10.1%)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남들 두 걸음 갈 때 한 걸음 갔다는 얘기다.

각 유형별 진료비 점유율 통계<표3>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영이 얼마나 위축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2001년 의원급의 진료비 점유율은 32.8%로 병원(31.8%)이나 약국(25.7%)보다 높았다. 하지만 2008년 의원급 진료비 점유율은 23.5%로 병원(41.6%)은 물론 약국(27.3%)보다 낮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병원과 약국이 두 걸음 걸을 때 한 걸음 밖에 떼지 못하다보니 점유율 1위에서 7년 만에 꼴찌로 주저앉은 것이다.

건당 진료비<표4> 추이를 살펴보면 의원은 2000년 2만 4871원에서 2009년 상반기 1만 8154원으로 27%(6717원)가 줄어들었다. 같은 진료를 하고도 앉아서 1/3 가량의 수입이 줄었음을 의미한다.

반면 같은 기간 요양병원은 15만 9026원에서 51만 9095원으로 무려 226%가 증가했으며, 약국은 1만 628원에서 2만 3092원으로 117.3%가, 병원은 8만 6689원에서 15만 6914원으로 81.0%가 증가했다.

종합전문요양기관은 18만 9914원에서 27만 8231원으로 46.5%가, 종합병원은 12만 4045원에서 16만 4283원으로 32.4%가 증가, 의원급을 제외하고 모두 건당진료비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러한 외래진료비 점유율 통계는 외래환자가 동네의원에서 대형병원으로 이동하면서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되고 있음을 반증한다. 의원급에서 치료해야 할 환자가 종합병원으로 이동하게 되면 그만큼 진료비 상승과 건강보험 지출을 늘려야 한다.

고비용 구조가 장기적으로 계속될 경우 건강보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마련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의원급의 진료비 비중이 줄어드는 문제에 대해 보건당국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대책을 고심 중이다.

박하정 보건복지가족부 의료정책실장은 지난 8월 27일 국민건강보험공단 대강당에서 열린 제3기 '건강과 의료 고위자 과정' 입학식 특강을 통해 "2003년과 2008년 요양기관 종별 지출구조를 분석한 결과, 의원급의 급여비 비중은 줄어든 반면, 종합병원의 비중이 늘어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건강보험급여비 지출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의원 건당진료비 2000년 비해 27% 줄어

의원급 의료기관이 위축되고, 1차의료가 흔들리면서 의료전달체계가 붕괴 국면으로 접어든 배경에는 국민이 내는 의료비가 기본적으로 OECD국가에 비해 적다는데 있다. GDP 대비 국민 의료비 지출비율은 한국이 6.4%이고, OECD 평균은 9.1%다.

OECD국가 평균 이하의 의료비를 내고, OECD 평균 이상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배경에는 의료공급자에 대한 지출을 최대한 억제했기 때문이다.

현행 '저부담-저보험료-저급여' 구조에서 '적정부담-적정보험료-적정급여' 구조로의 획기적인 전환이 이뤄지지 않는한 OECD 평균을 밑도는 3저 구조가 계속될 전망이다.

의료전달체계를 뒤흔드는 결정적인 요인 가운데 하나가 외래진료 중심의 의원과 입원진료 중심의 병원의 역할이 구분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심평원의 '요양기관종별 외래진료비 상대 점유 비율'<표5> 자료에 따르면 2001년 외래 총진료비(7조 1119억원) 가운데 의원이 74.6%를 차지했으나 2008년 60.0%로 점유 비율이 14.6%포인트 줄어들었다.

반면 같은 기간 종합전문요양기관은 9.9%에서 15.7%로, 종합병원은 10.2%에서 15.9%로, 병원은 5.3%에서 8.3%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의원에서 충분히 진료가 가능한 외래환자가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몰리자 병원의 외래진료비 점유율이 상승하면서 의료전달체계의 붕괴가 함께 진행되고 있다.

1차 의료와 의료전달체계의 붕괴 문제에 대해 임금자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의원급의 환자의뢰에 상응하는 병원급의 되의뢰제도를 마련해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지 않으면 1차의료가 붕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1차의료가 붕괴되면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이 고비용-저효율 시스템이 될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온전히 수요자인 환자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임 연구위원은 "대형병원은 입원 위주로 의원급은 외래위주로 제도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며 "무질서한 의료전달체계를 정립하고, 저수가 정책과 규제를 철폐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1차 의료 의사의 상당수가 전문의인 만큼 의원급내에서도 의료전달체계를 만드는 방안도 연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총진료비를 적절하게 나누지 못한 '분배의 실패'도 의료전달체계를 뒤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04년 1조 6000억원의 건강보험 흑자를 기록하자 2005∼2008년 3조 2000억원이 소요되는 보장성 확대계획을 발표했으며, 2005년 1조 2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하자 2006∼2008년 1조 7000억원을 투입해야 하는 보장성 확대정책을 실행에 옮겼다.

아울러 지난 2009년 6월에는 2008년 건강보험 당기수지가 1조 4000억원의 흑자(정부지원 포함)로 나타나자 5년간(2009∼2013년) 3조 1000억원이 소요되는 보장성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2004년 이후 현재까지 시행된 36개 보장성 강화 정책은 암을 비롯한 고액중증질환 보장성 강화·장기이식수술 급여 전환·희귀난치질환 확대 등 대부분이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의 입원 진료 및 외래진료와 관련된 항목이 대부분이다.

의원급 의료기관에 해당하는 보장성 항목이 없다보니 자연히 진료비 비중이 의원에서 병원으로 옮겨간 것이다. 오히려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2007년 8월 외래환자에 대한 본인부담 정률제 도입에 따라 감기등 경증질환의 본인부담금이 인상되면서 환자들의 방문 횟수가 줄어들고, 진료비 비중이 더 낮아지는 역풍을 맞고 있다.

2010∼2013년까지 보장성 확대 항목도 MRI보험급여 확대·심장질환·뇌혈관 질환 본인부담 경감·항암제 및 희귀난치 치료제 급여기준 확대 등 종합병원 이상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영위기를 부채질 하고 있다.

보장성 강화 종합병원급 집중 '분배 실패'

올해 수가협상도 올해 보험료 동결이라는 틀 속에 내년도 건보재정 확보 문제가 겹치면서 난항이 예상된다.

건보공단은 지난 8월 25일 열린 공급자단체와의 간담회에서 "올해 건강보험료 동결과 근로자의 임금 감소로 재정운영에 어려움이 많다"며 한 발을 뺐다.

이에 대해 박상근 병협 보험위원장은 "재정운영위원회가 가이드라인을 정해놓고 협상하는 것은 동등한 관계에서 협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계약의 기본인 동등성 문제를 제기했다.

마경화 치협 보험이사도 "보장성 강화에 투입되는 재정을 수가와 연계해서는 안된다"며 건보공단의 재정운용 계획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하고 나섰다.

지난 9월 16일 열린 의약단체장과 건보공단과의 간담회에서도 '수가 억제' 분위기가 감지됐다. 간담회에 참석한 정형근 공단이사장은 "올해 수가협상이 잘 마무리 되면 내년에 수가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할 수 있도록 논의하자"며 우회 전략을 폈다.

공급자단체는 내년 수가협상도 건보공단 산하 재정운영위가 정해 놓은 가이드라인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건보공단은 내년에 2조 7000억원의 당기적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내용을 재정운영위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져 '수가 억제'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재정운영위는 국민건강보험법 31조에 따라 요양급여비용의 계약 및 보험료의 결손처분 등 보험재정과 관련된 사항을 심의·의결하기 위한 법적 기구. 현재 재정운영위에는 한국노총·민주노총·전경련·경총 등 직장가입자대표 10인, 농민연합·한국음식업중앙회·참여연대·경실련 등 지역가입자대표 10인, 복지부·기획재정부·건보공단·심평원·진흥원·한국은행 등 공익대표 10인 등 30명이 참여하고 있다.

'저부담-저보험료-저급여' 구조를 '적정부담-적정보험료-적정급여'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논리를 설득하기 어려운 인적구조를 갖고 있다.

수가계약 당사자인 공단이사장은 재량권이 없이 재정운영위의 결정대로 따라야 하는 처지다. 공단 이사장이 의료공급자 대표와 수가계약을 체결할 때 재정운영위의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하고 있기 때문. 수가인상이 낙타가 바늘 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적정수가 하늘에 별따기

수가인상을 위해서는 건강보험 재정을 최대한 확충하고 보험재정의 누수를 막는 길 외엔 방법이 없다.

건강보험 재정 확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강보험료 인상의 키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쥐고 있는 만큼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정부 측 참여인사를 비롯한 공익대표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 재정 확충을 위한 또 다른 방안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명시된 국고지원금 14%와 국민건강증진기금 6%를 제대로 받아내는 것이다.

법령에 명시된 국고지원금 20% 지원은 단 한해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 2006년 법정지원액은 4조 922억원이었지만 실제 지원액은 3조 8362억원으로 6798억원이 덜 들어왔다.

2007년에도 5788억원이, 2008년에도 8615억원의 재정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예상수입액과 실제수입액의 차액을 다음해 국가예산에 반영해 사후정산하는 내용을 담은 민주당 양승조·한나라당 원희목 의원의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어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

하지만 국민건강증진기금 지원을 규정한 국민건강증진법의 시효가 2011년 12월 31일 만료될 예정이어서 새로운 지원법령을 만들지 않는한 한해에 1조원 이상의 재원이 사라질 전망이다. 법령 개정이 시급한 실정이다.

아울러 병원내 처방과 병원외 처방에 따라 현격한 차이가 나는 의약품 관리료·조제복약지도료·약국관리료·조제기본료·복약지도료 등 약국급여비의 문제에 대해서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똑 같은 행위를 놓고 원외처방에 약국급여비를 더 지급하는 문제는 형평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법정 국고지원금·담배부담금 제대로 받아내야

내년도 수가 조정이 어느 선에서 이뤄질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최악의 경우 올해처럼 수가계약 결렬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수가계약의 기준점을 공무원 보수 또는 물가상승률과 연계하는 방안도 모색할 수 있다<표6>.

공무원 보수는 2000년 9.7% 인상에 이어 2001년 7.9%, 2002년 7.8%, 2003년 6.5%로 평균 8%대 인상률을 기록했으며, 지난 2004년 3.9%, 2005년 1.3%, 2006년 2.0%, 2007년 2.5%, 2008년 2.5% 등 평균 2.9%대를 유지했다.

2009년 이어 2010년에도 동결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지만 호봉승급분(1.6%)은 매년 반영되고 있다.

2001∼2008년까지 최근 8년 동안 물가상승률은 평균 3.28%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최근 9년 동안 평균 건강보험수가 인상률은 2.53%로 공무원 보수 인상률(3.44%)에 비해 0.91%포인트, 물가상승률(3.28%)에 비해 0.75%포인트 낮은 수준. 평균 건강보험수가 인상률을 공무원 보수 인상률과 같은 수준으로 조정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9.1%의 건강보험수가를 인상해야 하며, 물가상승률 수준에 맞춘다면 7.5%의 수가인상을 해야 한다.

2003년 건보공단이 실시한 신상대가치 연구결과에서 의원의 원가보존율이 73.9%라고 밝힌 적이 있다. 원가보존율을 반영할 경우에는 두 자릿수 수가인상을 해야 겨우 원가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회원들의 기대는 높고, 건보공단의 수가인상은 구조적으로 막혀 있는 상태다. 1차의료의 몰락을 외면하는 일방통행식 수가계약제가 해마다 되풀이 되고 있다. 꽉 막혀버린 수가계약 구조 속에서 국민건강의 최일선에 선 1차의료가 붕괴되고 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수가계약의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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