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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 검사식 의료광고심사 능사 아니다"

"숙제 검사식 의료광고심사 능사 아니다"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09.08.0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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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취임 100일 맞은 김록권 의료광고심의위원장

▲ ⓒ의협신문 김선경

김록권 의료광고심의위원회 위원장은 '위원장'보다 '사령관' 혹은 '장군'이란 타이틀이 더 어울려 보인다.

2006년 의무사령관으로 임명된 후 한국군의 의무 체계를 뜯어 고치는 임무를 맡아 고군분투했던 그였다.

국방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을 포함해 현재 얘기되는 군의료 관련 개선안은 김록권 위원장이 현역에 있을 때 나온 개혁안의 '재탕'이라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의무 분과에서 처음으로 별을 세개씩이나 다는 영광을 누렸지만 보수적이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군 조직을 개혁하느라 적지않은 고생을 했다.

특히 사단급 의무 대대를 의무사령부 휘하로 일원화하는 군의료개혁안을 실현하지 못하고 예편했을 때 안타까움이 꽤 컸다고 알려져 있다.

김록권 위원장은 그때를 "손발이 꽁꽁 묶여있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답답한 시기"로 기억한다.

그런 그가 예편 후 의료광고심의위원장이 돼서 의료계로 돌아왔다. 사실 김록권 위원장의 복귀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의무사령관으로 재직할 때부터 예편 후 늘 의료계로 돌아갈 것이라고 공언했던 터였다.

그래서 그런지 김록권 위원장은 의료계와 의료 현장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늘 흥미있어 했다. 마치 공공기업에 민간 기업의 효율성을 이식하듯 군병원도 민간 병원과의 교류를 활성화해야지 효율성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2007년 군진의학회 사상 처음으로 영리법인에 대한 특강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의지였다. 1990년에는 보건대학원에서 의료경영학을 공부하기도 했다.

고립된 군의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나날이 발전하는 민간 의료시스템과 교류를 해야한다는 신념이기도 했지만 의료계로 돌아갈 때를 준비했던 자세이기도 했다.

장군은 지나가는 자리일 뿐...손수 장보며 헤택 멀리했다

의사이지 군인이었던 그에게 스스로의 정체성을 물어봤다. 김록권 위원장은 뜻밖에 스스로를 군인도 의사도 아닌 CEO라고 말했다. 사령관은 군 의무조직의 CEO로서 역할을 한 것이고 위원장 역시 광고심의위원회의 CEO로서 맡은 일을 밀고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의 CEO로서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사령관으로 재직할 때부터 김록권 위원장은 '아래로 부터의 의사전달 체계'를 중시하는 말을 자주했다. 일반적으로 군의 전형적인 의사전달 체계는 '위에서부터 아래'다. 왜 아래로부터의 의사전달 체계를 중시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조직의 성격을 파악해 운영방식을 결정해야 한다. 야전부대라면 일반적인 군의사전달 체계인 '위에서 아래가 맞다' 하지만 난 8개 군병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의무사령관이다. 의무사령부 조직의 운영에는 '아래로 부터의 의사전달 체계'가 더 어울린다."

그때 그때 가장 효율적인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는 유연한 발상이었다. '까라면 까야하는 군'에서 복무해 본 사람이라면 김록권 위원장의 말이 군에서 평생을 보냈던 3성 장군 출신이 쉽게 할 수 없는 말이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오랜 군대 생활에도 불구하고 늘 세상의 변화에 민감했던 이유에 대해 김록권 위원장은 자신만의 독특한 생각을 털어놨다.

"서울지구병원장으로 잘나가다 5년 여간 좌천 아닌 좌천을 겪으며 야인 생활을 한 적이 있었다. 그당시 옷벗을 생각까지 했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장군이 됐다. 장군은 내가 잘해서 단게 아니라 주어진 선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별이 하나에서 두개로 또 세개로 늘어갔지만 늘 '지나가는 자리'라고 생각하고 "장군에게 주어지는 모든 편의에 길들여지지 않으려고 얘썼다"고 회고했다.

"일과가 끝나면 운전부터 장보는 일까지 가능하면 손수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제법 무거울 법한 전직 '3성 장군'이란 타이틀에 갇혀있지 않고 자유로워 보였다. 

▲ ⓒ의협신문 김선경

"예편 후 앞다투어 모셔갈 줄 알았다"

의료광고심의위원회의 운영방안에 대해서도 뚜렷한 자신의 견해를 드러냈다. 김록권 위원장은 심의위원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심의'가 아니라 '회원서비스'이자 '질 관리'라고 강조했다.

"숙제 검사하듯 의료광고를 이리치고 저리치는 것은 심의위원회의 역할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의료광고가 순기능을 하도록 유도하고 관리하는 것이 목적이다."

광고주가 대부분 의사 회원인 만큼 회원서비스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광고주와 국민 모두 올바른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는 것이 위원회의 역할이란 생각이다.

그런 면에서 의료광고의 문구는 보다 유연하게 쓸 수 있도록 하면서 과대·허위 문구를 사용하거나 심의를 거치지 않은 광고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주는 전략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심의를 받지 않은 의료 광고를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심의위원회의 심의 기능만 강화하고 자칫 모니터링 시스템을 간과할 경우 법을 지켜 심의를 받는 광고주가 심의를 받지 않고 불법으로 광고를 내는 광고주보다 불이익을 받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취임 이후 심의위원회는 모니터링을 강화한 결과, 세 달만에 38건의 심의를 받지 않은 의료광고를 적발했다.

심의를 받은 광고들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의료광고의 가이드라인을 잡아가는 등 체계적인 심의행정을 위한 시스템도 확립해 나갈 계획이다.

예편 후 몇곳의 민간 조직운영에 관여해 보며 군과는 달리 과정보다 결과에 매달리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는 그는 "결과만큼 과정이 중요하다는 원칙을 갖고 심의위원회를 운영해 볼 작정"이라고 말했다.

김록권 위원장은 "예편 후 CEO로서 준비된 자신을 의료계에서 앞다투어 모셔갈 줄 알았다"고 말했다. 원했던 보건의료 공공기관 단체장에 뽑히지 못했던 섭섭함이 묻어 났다.

"모든 것이 때가 있다. 때가 지나갔으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기회가 아직 많이 남아있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선문답식 대답을 했다.

CEO의 가장 중요한 능력을 한가지만 꼽아달라는 부탁에 그는 '직관력'이라고 말했다. 문제의 본질을 직관적으로 파악해 난제를 돌파하는 능력과 모래 속에서 진주와 유리알을 가리듯 능력있는 사람들을 가려내고 키울 줄 아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김록권 위원장은 인생에서 경륜과 추진력 등이 절묘하게 버무려있는 절정기라 할 수 있는 50대 중반이다.

CEO '김록권'의 행보가 의료광고심의위원장을 넘어 어디까지 이어질지? 또 김록권식 경영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하는 의료계 사람들에게 김록권 위원장은 아직 보여줄 것이 많이 남아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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