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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법치주의를 바랍니다

진정한 법치주의를 바랍니다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9.07.30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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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석만(국립서울병원 정신과 R3)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토요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을 찾았습니다. 용산 참사 6개월이 지나도록 책임자 사과는 고사하고 사건의 진상마저 밝혀지지 않은 갑갑한 현실을 바꾸고자 삼보일배 행렬에 동참했습니다. 200명 남짓한 사람들이 모여 장대비를 맞으며 삼보일배를 시작했습니다.

세 번 걸어서 한 번 절하는 느린 속도로 인도를 이용해 광화문 방향으로 나아갔습니다. 삼보일배 행렬이 프레스센터 앞에 이르자, 한참 동안 구경하던 전경들이 인도로 올라와 막아서더니 곧 한 사람도 오가지 못하게 포위했습니다.

앞에서는 "불법 집회이니 해산하라"는 경고 방송을 하는데, 뒤에서는 한 사람도 빠져 나가지 못하게 막고 있었습니다. 해산을 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구호를 외치지도 않았고, 도로를 막아서지도 않았습니다.

집시법을 아무리 뒤져봐도 인도 통행을 방해하지 않은 채 조용히 진행되는 삼보일배를 불법집회로 규정할 근거는 없습니다. 경찰에게 이것이 왜 불법인가를 물었지만, "우리는 업무지시를 이행할 뿐"이라는 이해 못할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결국 참여자들을 연행할 근거를 찾지 못한 경찰은 포위를 풀어주었습니다. 참 슬펐습니다. 군사독재로부터 20년이나 지나왔건만, 오늘날 우리 사회의 법치주의 수준은 딱 여기까지입니다.

요즘 들어 정부와 대통령이 '법치주의'란 말을 자주 합니다만, 의미를 모르고 잘못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사전에 따르면, 법치주의란 "행정은 의회에서 제정한 법률에 의거하여 행하여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힘 없는 국민들이 법을 잘 지켜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권력자가 자신의 입맛대로 행정적 권한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용산참사를 돌아봅시다. 위험한 무기로 무장한 채 망루에 오른 철거민들은 분명 법을 위반했습니다.

하지만, 범법자들에게도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 있고, 그들을 체포할 때 준수해야 할 적법한 절차들이 있습니다.

진정한 법치주의 국가라면 범법자들을 함부러 다루지 말고 정해진 법적 절차에 따라야 합니다. 그런데 법치주의를 외치는 사람들은 경찰 진압 과정에서 6명이나 불에 타 죽은 참사를 두고 철거민들의 불법행위만 비난하면서, 경찰 권력이 법에 따라 집행되었는지는 따져 묻지 않습니다.

사건을 조사한 검찰은 법원의 공개 결정에도 불구하고, 3천 페이지에 달하는 수사시록을 은폐하여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법치주의가 아니라 인치주의에 더 가까운 통치방식입니다. 국회에서도 우리나라가 법치주의 국가 맞나 의심할 만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일사부재의의 원칙을 무시한 채 재투표라는 해괴한 방법을 동원해 미디어법을 통과시키는 것을 보니, 법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법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에 두려움마저 느껴졌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쓰여져 있습니다. 부디 헌법정신에 입각한 제대로 된 법치주의가 실현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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