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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9 06:00 (월)
"더 이상 '존엄사'를 말하지 말라"

"더 이상 '존엄사'를 말하지 말라"

  • 김은아 기자 eak@kma.org
  • 승인 2009.07.12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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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전제한 표현 '부적절'…안락사 의미 포함될 수 있어 혼란 가중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자연사' 등 행위 중심·환자 중심 용어 물망

▲ 10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열린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 사회적 합의를 위한 토론회'.ⓒ의협신문 김선경
20여일 전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김 할머니의 사례 이후 '존엄사'란 단어를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존엄사'는 잘못된 표현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 또는 '자연사' 등 행위 중심, 환자 중심적인 표현으로 관련 용어를 통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10일 주최한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 사회적 합의를 위한 토론회'에서는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의 개념 및 관련 용어의 통일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노태헌 대법원 재판연구관은 "용어를 객관적으로 정의하고 용어 사용에 관한 혼선을 줄이는 것은 향후 말기환자의 치료 선택권과 관련된 논의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면서 "'존엄사'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마치 '사망'을 결과로 의도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노 연구관은 대법원 판결문에서 '존엄사'라는 표현은 찾아볼 수 없으며, '연명치료 보류 또는 중단', '진료행위의 중단요구'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노 연구관은 "존엄사·안락사 등의 용어는 사망이라는 결과를 상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치료의 유보 또는 중지' 등 행위에 대한 표현과는 관점이 다르다"며 "현재의 의료 상황에서 행위를 통해 어떤 결과를 정확하게 예견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행위'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가 선행돼야 한다. 대법원 판결에서 실시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혼선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홍영선 가톨릭의대 교수(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역시 '존엄사'란 표현이 등장하게 된 역사적 배경을 이유로  "존엄사라는 용어는 원래 '말기 환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하면서 임종하도록 돕는 것'이지만, 용어를 처음 사용한 집단은 '존엄적 안락사'를 의미하는 표현으로 사용해 진의를 이해하는데 혼란스럽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할머니의 사례처럼 호전을 기대할 수 없어 의학적으로 무의미하다고 판단되는 인위적인 신체 침해를 제거하는 행위를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으로 표현할 것인지, 아니면 '자연사'로 표현할 것인지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렸다.

진교훈 서울대 명예교수(윤리학)는 "'자연'이 의미가 매우 다양해 '자연사'란 표현은 학문적으로 개념정의가 난해하며,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어려워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을 편 반면, 이경권 의사 겸 변호사는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이란 표현은 일반화와 사회적 수용성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으며, 이를 판단하는 주체가 모호하다"며 환자 입장에서 자연스러운 죽음을 의미하는 '자연사'가 좀더 적절하다고 제안했다.

이날 토론을 진행한 허대석 원장은 "토론에서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통일된 용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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