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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의·중의에서 대의의 영역에 진입했죠"

"소의·중의에서 대의의 영역에 진입했죠"

  • 김영숙 기자 kimys@kma.org
  • 승인 2009.07.06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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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수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총재

"젊은 시절 꿈꾸던 일이 현실이 됐습니다."

국제보건의료재단 한광수 총재는  해군 복무 시절 군함을 타고 아프리카에 갔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회  일을 하면서는 2번 북한 방문 기회가 있었다. 아태군진의학회와 항공의학회의 한국대표로 여러 차례 외국을 방문하면서 도와야 할 나라들이 많다고 생각했다.

칠순 나이. 늦었지만 '질병없는 세상, 건강한 지구촌'을 꿈꾸는 국제보건의료재단(이하 재단)의 총재가 돼 젊은 시절의 꿈을 현실화할 수 있게 됐다.

"생애 어떤 일보다 인간답고, 의사다운 일"이라고 이 일을 정의한 그의 감회와 보람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과거 군생활과 의사사회에서 쌓아온 경험과 재단의 업무는 다릅니다. 게다가 사업의 종류도 많아 조직을 이해하고 파악하는데 어렵네요. 공부를 많이 하고 하루빨리 업무를 파악해야겠다는 조급증이 듭니다."

평소 성격대로 한 총재는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총재직이 비상근 직임에도 한 총재는 6월 15일 취임 이후 재단에 매일 출근해 업무파악과 사업 구상에 오전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젊은 시절 꿈꾸던 일 실현…"인간답고 의사다운 일"

▲ 한광수(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총재) 김선경기자 photo@kma.org

"올 8월이면 재단이 창립 3주년을 맞습니다. 지난 3년이 재단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미래를 향한 초석을 놓는 시기였다면 앞으로는 질병없는 세상, 건강한 지구촌을 향한 도약의 시간이 되도록 해야죠."

국제보건의료재단은 복지부 산하 특별재단인 기타 공공기관에 속한다. 285개 공공기관 중 하나로 개발도상국 및 북한·외국인근로자·재외동포 보건의료지원사업·긴급구조사업·이종욱기념사업·의료기기지원사업 등 한국을 대표하는 보건의료 전문지원기관이다.

지난 2년간 사업실적을 보면 북한 지원 비율이 2007년 53.2%, 2008년 3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이나 북한의 북핵 실험 등으로 북한 지원 사업은 올해 들어 다소 침체 상태다.

"재단의 해외원조 기조가 북한을 더 돕자는 것은 아닙니다. IMF 규정 상 북한 역시 개발도상국의 범주에 들어가 있습니다. 인적·물적 교류는 안되고 있지만 전면중단 상태는 아닙니다. 6월 중순 베이징에서 한미약품 후원으로 의약품 기술 지원 워크숍을 했습니다.

이런 사태는 북한만 해당되지 않습니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나라마다 인식의 수준과 상황이 다르다보니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봅니다."

한 총재는 초등 5학년때 6·25전쟁을 겪었다. 당시만 해도 한국은 원조를 받는게 당연한 '지극히 가난한 나라'였다. 원조물자를 직접 목격하던 그가 한국이 이제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해 지구촌 사람들의 건강증진에 나서고 있으니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몇년전만 해도 한국은 (받기만 하고 주지 않는) 깍쟁이 나라라는 인상이 짙었지요. 아직도 OECD 국가 가운데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공적개발원조)가 낮지만 빠른 속도로 증가시켜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입니다. 정부나 국민이나 이제는 돌려줄 때가 됐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북한 보건의료지원 주춤…어떤 나라든 예측가능한 일

한 총재는 정부·민간의 공감대를 토대로 해외 보건의료지원에 관한 한 재단이 주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해외 보건의료업무도 장기적으로는 재단이 맡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재단은 조직이나 사업의 특성상 정부기구와의 유기적 관계가 절대적인 조직이다. 예산만 해도 사회공동모금회 지원금·건강증진기금·정부지원금이 들어오고, 업무적으로도 기획재정부·통일부·복지부·외교부·노동부 등과 씨줄날줄처럼 엮여있다.

이런 특성상 한 총재는 "정부 해당 부서의 인력이 재단의 당연직 이사로 참여하고 있으며, 정부 기관과의 관계를 주도적으로 아우를 책임을 맡고 있다"고 밝혔다.

재단의 사업은 초기엔 '물적 지원'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인적 교류' 및 '교육'으로 확대되고 있다. 6월 23일 경기도 양주시에 위치한 재단 의료기기지원센터에 개발도상국 보건의료인력을 위한 교육장이 마련됐고, 또 재단의 초청으로 우즈베키스탄 의사들이 국내 대학에서 교육받고 있다.

"우리 의사들이 현지에 들어가 직접 수술해주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한국에서 교육받고 현지에 돌아가 자국민을 직접 수술하고, 또 후진을 양성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더 큰 혜택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물적 지원에서 인적 교류와 교육으로 자체 역량 키우는데 주력

2004년 재단의 전신인 '국제보건의료발전재단'이라는 씨앗이 땅에 떨어져, 국제보건의료재단이란 견실한 나무로 성장하기까지 한국 최초 국제기구 수장인 이종욱 박사(전 WHO 사무총장)을 빼놓을 수 없다.

이박사의 WHO 사무총장 피선을 계기로 보건의료해외원조기구 발족 논의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이종욱 박사의 업적과 인류애의 정신을 계승하고, 그의 비전을 이어받을 제2·제3의 이종욱을 키워내는 일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올해는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로 국민장을 치르면서 2주기 사진전이 무산됐습니다. 지난 5월엔 WHO와 공동 제정한 이종욱 공공보건기념상 시상(그루지아 에이즈 예방연맹)이 처음 있었습니다.

추모·기념사업을 지속하고, 재단 내 이종욱 자료실 공간이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금 자료도 멸실될 위험에 있어 기념관 건립이 시급합니다."

재단과 보건의료인들과의 관계는 실과 바늘과 같다. 지난해 1월 재단은 대한의사협회와 국제보건의료봉사단을 발족한 바 있다. 보건의료 인재풀 확보를 통한 조직적·체계적인 지원을 하기 위한 취지다.

의협 뿐 아니라 간협·치협 등 보건의료단체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긴급재난구호나 다문화가족 의료봉사활동 등에 보건의료인 자원봉사자를 수시 확보하고 있는 이유다.

"처음부터 봉사를 목적으로 의사가 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의사란 직업의 특성상 자연스럽게 봉사를 하게 되는 직업입니다. 병만 고치는 의사를 소의(小醫)라고 하고, 국가를 위한 의사를 대의(大醫)라고들 하지요.

재단과의 인연으로 '대의'의 영역에 진입한 것 같습니다. 의사출신 총재의 임명으로 동료의사들에게 재단을 알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의사 및 보건의료인들이 관심을 갖고 물심으로 도와주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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