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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영리법인과 의료관광 어떤 관계인가 ?

시론 영리법인과 의료관광 어떤 관계인가 ?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9.06.1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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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근(부산광역시의사회장, 부산의료관광포럼 회장)

세계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의료관광산업이 미래서비스산업의 신성장동력으로 떠올랐다. 전 세계적으로 150조원이 건강관리 비용으로 사용되고 있고, 싱가포르는 매년 100만명, 태국은 200만의 의료관광객 유치를 위해 범국가적으로 나서고 있다.

IT강국이면서 신흥 시장국가로 부상하고 있는 인도도 의료관광을 통한 수익을 연간 20억 달러로 잡고 있을 정도로 세계 각국에서는 의료관광을 이제 고부가가치와 고용효과를 극대화하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와 같은 블루요션산업으로 인식하고 국가의 주요 성장산업으로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5위의 의료기술에다 세계 최고의 IT기술을 바탕으로 최첨단 의료기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의료관광산업은 걸음마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0년 동안 의료 활성화를 억제하는 국가의 의료평등화 정책에다 의료 사회주의로 인해 의료의 산업화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의료관광을 선도해야 할 대학병원 등 대형 종합병원은 내국인 진료만으로도 의료진의 손길이 쉴 틈이 없는데, 굳이 의료수가 차이도 별로 없고 진료에 시간만 많이 걸리는 외국인 환자를 돌볼 이유가 없는 것이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우리나라 의료보험제도로 인한 낮은 수가 탓에 짧은 시간동안 가급적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하기 때문에 외국인 환자는 통역 등의 어려움 탓에 도리어 진료시간만 앗아가는 불편한 존재라는 인식이 강했다.

세계적인 경제 불황의 여파로 현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이 변하기 시작했다. 높은 수준의 우리 의료를 산업화해서 국가 이익을 극대화하자는 취지에서다. 산업화를 위한 현 정부의 대표적인 의료선진화 정책은 의료관광 활성화와 영리의료법인의 허용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중에서 최근 논란의 중심에 있는 사안이 영리의료법인 허용 문제이다.

정부가 영리의료법인을 허용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투자가 제대로 안돼 의료 수준이 낙후돼 있다는 것이다. 의료인들이 경영하는 현재의 비영리법인 체계에서는 투자에 대한 인식이 크게 부족해 의료 선진화의 걸림돌이 되고 의료관광의 활성화를 방해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따라서 병원에서도 주식회사처럼 채권 등을 발행하거나 MSO(병원경영지원회사) 설립 등의 방법으로 전문 경영인과 투자를 유치해서 병원을 현대화하고 경쟁력을 갖춘 다음 외국의 환자들을 국내로 유치하자는 단순한 생각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리의료법인이 과연 의료관광이나 의료선진화의 해법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데는 의료인으로서 그 후유증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의료는 지금까지 영리의료법인 없이도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성장해 왔다. 특히 의사들은 국가의 의료복지정책에도 크게 이바지해, 현재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건강보험 제도를 정착시키는데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도 있다.

온갖 방법으로 의사들의 소신진료를 통제하고, 의사들에게만 3중 처벌이 가능한 악법을 만들어도 우리 의료계는 국가의 보건의료 정책에 가능한 한 협력자의 역할에 충실했다.

진료 수가를 원가의 70% 수준으로 억제해도 의사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우리나라의 의료기술과 의학 수준은 세계 5위권 안에 들어있다. 의료선진화는 이미 한국의 뛰어난 의사들에 의해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한국은 영리법인이 없었어도 세계 최고의 의료기술국으로 성장했고, 국민은 세계 최고의 의료보험제도를 통해 값싸게 질 좋은 의료혜택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외국에서 살아본 사람은 한국의 의료수준이 세계 최고인 것을 잘 알고 있다. 재외동포들이 고국에 오면 가장 먼저 종합검진을 받고 각종 치료를 받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만약 정부가 잘못 판단해서 영리의료법인이 허용된다면 우리 국민이 부담해야 할 의료비용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것이다. 물론 재벌병원에 가서 값비싼 진료를 감당할 수 있는 부유층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현재도 우리나라에는 재벌에서 운영하는 몇 개의 의료기관에서 건강검진은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특히 대중교통의 발달로 이들 재벌병원들은 해마다 병상수를 늘려 지방의 환자들을 흡수하는 거대한 블랙홀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또다시 영리법인을 허용한다면 지방의료는 공동화현상에 빠져들 것이 자명하다. 곳곳에서 영리법인을 통한 투자재원 조달과 영리목적의 병원이 우후죽순으로 생김으로써 의료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 뻔하다.

어느 누가 아픈 제 몸을 값싼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으려고 하겠는가? 빚을 내어서라도 값비싼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으려고 할 것이다. 일정시간이 지나면 부유층이나 서민이나 관계없이 모두가 투자를 많이 한 영리의료법인의 값비싼 의료를 선택하게 된다.

사람들은 진료의 본질과 관계없는 부대서비스를 최대한 해주는 고가의 병원으로 이동하게 되고, 의료비는 절대적으로 상승하게 될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재벌병원은 환자수가 많아지므로 병동수를 늘리면서 더 비대해진다. 환자의 절대 수는 정해져 있으니, 지방의 병원이나 서울의 중소병원은 투자자가 없어 결국 문을 닫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경쟁력을 갖춘 미국의 거대 의료기기 회사나 다국적 제약회사가 영리병원 개설을 통해서 한국의 의료를 장악하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국의 의사들은 재벌병원과 외국계 병원에 고용자로서 전락하고 국부의 유출이 일어날 것은 뻔한 일이다.

백번 양보해서 영리법인 도입으로 재벌병원이 한국의 의료를 주도한다면 이 병원들이 외국 환자들을 유치할 것인가? 국내 환자들만 상대해도 진료실이 넘치고 입원실이 늘 만원상태인데, 영리를 목적으로 병원들이 수익이 별로 크지 않은 외국인 환자들을 유치할 것인가?

결국 영리병원 도입으로 정부는 개인의 의료비 지출만 올리고 외국 거대 의료기기 회사와 재벌회사, 다국적 제약회사에 병원의 주도권을 넘겨주고, 서민들은 비싼 의료비 지출로 의료 양극화와 함께 미국처럼 개인파산의 40%를 점하는 의료파산으로 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의료인들은 생명을 살리는 일이 아니라 돈을 버는 직업자로서 사명의식이 떨어지고 국민은 과다한 의료비 지출로 민심은 이반되고 국가이익은 없고 국민손해만 있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의료관광을 통해서 국부를 쌓기 위해서는 국가가 영리법인의 단순도입이 아니라 재외동포를 데려오기 위한 제도적 장치마련과 의료계의 자율성 확대를 통해서 의료를 활성화해야 한다.

또 의사들이 외국환자를 진료하다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한 법률 지원시스템을 제공하고 최고의 의료기술과 의료관광을 접목시킬 중개자를 육성하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동남아시아나 중국 등 의료취약지역에 의료봉사를 가 보면 한국의 의료수준이 얼마나 앞서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의료봉사를 통해 국가 간 의료 교류와 함께 신뢰를 쌓도록 해야 한다.

정부와 대한의사협회, 국제적 민간의료봉사단체가 공동협력자로서 각자의 역할을 감당하면서 한국의 선진의료기술을 지속적으로 아시아지역에 알릴 필요가 있다.

IT 정보기술을 이용해 타국의 의료기관과 원격진료를 하면 환자가 귀국 후에도 수술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고 합병증 발생시 보험처리 등 조직적인 대응체계 구축을 정부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제 대한의사협회도 정부와 뜻을 같이하여 의료관광 활성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의료관광산업은 그야말로 블루오션이다. 이제는 아시아 최고의 의료관광국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의료계가 적극 나서야 할 때이다.

그러나 영리병원과 같은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국가적 손실은 의료의 복잡성과 미래 예측성을 가장 잘 아는 의료계가 나서서 적극 막아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의협신문의 입장이나 편집 방침과 같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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