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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회장 선거 어떻게 민의를 담보할 것인가?

'의협 회장 선거 어떻게 민의를 담보할 것인가?

  • 정리=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9.05.29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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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좌담회

4월 26일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선거인단에 의한 간선제 안이 통과되면서 직선제를 옹호하는 회원들을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플라자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으며, 대의원회의 간선제 통과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는 회원들이 모여 '선거권찾기 의사모임' 커뮤니티가 구성됐다. 대의원회 결정에 대한 일부 회원들의 반발은 원론적으론 직선제 폐기로 인한 것이지만 간선제 방식의 선거구조가 풀뿌리 의사회원의 민의를 어떻게 담보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에서 나온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의협신문>은 이번 긴급 좌담회를 통해 어떻게 간선제와 직선제의 장점을 살려 회원들의 민의를 최대한 반영할 것인지, 또 어떻게 투명하고 깨끗한 선거방식을 만들어 갈 것인지에 대해 의료계 오피니언 리더들의 의견을 들었다. 좌담회는 지난 5월 21일 오후 7~9시 의협 인근 라쎄나 레스토랑에서 열렸다.
<편집자 주>

간선제 통과 이후 과제와 전망

사회(좌훈정 의협 공보이사 겸 대변인):제61차 정기 대의원총회에 앞서 열린 제36대 회장 선거는 직선제의 단점이 많이 드러난 선거였다. 우편투표의 문제점 때문에 기표소 투표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대리 투표 등의 의혹도 나왔다. 이처럼 직선제로 인한 문제가 극대화 되는 시점에서 대의원 총회에서 선거인단에 의해 회장을 선출하는 간선제 개정안이 제출됐고, 통과됐다.

직선제와 간선제를 놓고 회원들 사이에 이견이 충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회원들이 생각하는 여망과 민의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를 듣기 위해 좌담회를 마련했다. 당초 좌담회에 참석키로 했던 김태화 서울특별시의사회 정책이사(중앙대병원 전공의)는 개인 사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 여러분의 양해를 구한다.

김건상:직선제나 간선제 모두 나름의 장점이 있기 때문에 어떤 제도가 더 좋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회원들이 원하고, 그 시대가 요구하는 회장을 선출할 수만 있으면 직선이건 간선이건 관계가 없다.

의과대학 신증설이 남발되고, 해마다 배출되는 의사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의사의 연령별 분포도가 넓은 바닥에 첨탑을 세워놓은 기형적인 모습을 보이게 됐다. 대의원의 구성을 인구에 비례해서 선출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대의원 구성은 주로 기득권층의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다가 대의원회의 운영이 인구 구성이 두터운 젊은 층을 대변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들이 있어 왔다.

이렇듯 회장을 선출하는 대의원회의 대표성과 기능에 문제점이 있다는 인식은 직선제로 전환을 초래 한 것이라 분석할 수 있다.

하지만 직선제를 해 보니 옛날 간선제 보다 더 많은 어려움이 나타났다.

먼저 직선제로 인해 돈을 많이 들어야 했다. 회장이 돈을 쌓아놓고 있다가 봉사하러 나온 사람도 아닌데 많은 돈을 써야 했다. 회원을 위해 일해 보겠다는 뜻이 있어 봉사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 돈 때문에 아예 못나온다는 것은 의료계의 손해 아닌가.

또 하나는 10만 회원 중에 투표에 참여할 때 후보를 제대로 알고 참여하는 회원이 몇 %나 될까하는 문제다. 누구는 어떻다더라는 식의 제한적인 정보만 갖고 하는 투표는 의협을 위한 올바른 선택은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전공의나 교수들은 누구를 뽑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얘기한다.

이렇다보니 분별력을 갖고 좋은 회장을 뽑을 수 없다.

또 하나는 우편투표를 하다 보니 선거기간이 길어지고, 선거운동을 하는 기간 동안 네거티브가 나온다. 의협이 하나로 모아서 좋은 단체정치를 해야 하는데 네거티브로 인한 갈등이 일어났다. 직선제가 좋긴 하지만 이건 곤란하다 싶었다. 그래서 의학회가 나서서 간선제 정관 개정안을 낸 것이다.

대의원들이 회원을 잘 대변하지 못해서 직선제로 갔는데 대의원 투표만으로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최고 의결기관인 대의원회를 존중하되 민의를 잘 반영할 수 있는 구조가 무엇인지 고심하다가 250~350명의 선거인단을 뽑는 안을 낸 것이다. 의학회 안은 고정된 것은 아니다.

조행식:제 개인적인 입장은 단호히 직선제다.

개인적으로는 선거인단을 구성할 때 면허번호를 매번 추첨해서 이번에는 끝자리가 1번, 6번이 선거에 참여하도록 해서 전체 회원이 하는 것처럼 모집단을 축소하는 선거인단을 생각해 봤다.

하지만 대의원 선출자체가 회원들이 보기에 민주적이지 못하고, 연령 배분이 안 된 것처럼 선거인단도 각 시도회장의 의지에 의해 뽑히는 문제가 발생할 것 아닌가하는 우려가 있다.

민주적이고 못하고 연령배분도 안됐기 때문에 직선제로 갔는데 현재의 대의원회를 보면 문제 해소가 안됐다고 본다. 그 문제가 해소됐다면 간선제로 가도 회원들이 크게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회원들은 직선제 선거로 인한 비용문제도 나름 해결할 수 방법이 있을 것 같고, 회장을 정말 알고 뽑는냐 하는 문제도 선거방법을 개선하면 찾을 수 있을 것 같고, 우편투표를 해서 나타나는 방법론 상의 문제점을 개선해서 직선제를 발전시킬 여지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어느 날 간선제로 넘어갔다고 보는 것이다.

권오주:옛날 회장들도 칭찬을 듣기보다 욕을 많이 들었는데 직선제 이후에는 그 비난의 강도가 훨씬 높아졌다. 그 원인은 간선제에서는 나를 대신해 다른 누군가가 후보를 찍었지만 직선제에서는 자신이 직접 찍기 때문에 내가 안 찍은 회장 후보에 대해서는 원천적으로 부정적인 요인이 많다.

경만호 회장이 당선됐지만 반대도 약 2/3정도 된다. 경 회장을 안 찍은 회원들은 의협회장이 되었으니까 밀어줘야 한다가 아니라 내가 안 찍었으니까 혹 부정적으로 생각될 가능성이 크다. 간선제였더라면 다소 그러한 점에서는 덜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지금 세계가 어떻게 변하고 있나.

대체로 어느 나라나 의료계의 어려움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어떻게 방어할지 그러한 것들에 시야를 두어야 한다. 앞으로 훨씬 더 어려워지는 의료계를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집행부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김건상:지금 대의원처럼 선거인단을 뽑아서는 안 된다. 연구를 하면 좋은 방법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조행식:회장 선거제도와 관련해서 지난번에 정관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김동익 위원장이 맡으셔서 거의 1년 동안 준비를 했지만 선거제도 변화에 대한 부담 때문에 법정관 소위에서 통과하지 못한 적이 있다.

대의원회 결의에 의해 1년 동안 특별위원회를 만들어서 정관개정을 노력했던 것도 통과가 안됐는데 이번에는 이러한 준비 과정도 없이 선거관련 조항이 통과됐다. 좀 더 많은 직역과 지역 대표를 참여시켜 더 많은 노력과 공을 들여서 우리에게 맞는 것을 찾아봐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참 많다.

간선제를 발의한 쪽에서도 이렇게 통과될 줄 몰랐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사실은 무책임하게 준비 없이 통과된 것이다.

김건상:지난 61차 정기대의원 총회에서는 '회장은 회원의 보통·직접·비밀·선거로 선출한다'는 정관이 '회장은 선거관리규정에서 정한 선거인단에서 선출한다'로 통과된 것이다.

총회에서 대의원 250명+선거인단 350명을 구성하자는 것은 의학회의 안이었고, 선거인단을 어떤 형태로 구성할 것인지는 앞으로 논의해야 한다.

어차피 간선제로 갔으니까 각계각층이 많이 참여하는 방안을 대의원회에서 토의와 논의를 거쳐 어느 안이 회원들의 민의를 잘 반영할 수 있을 것인지 공감대를 형성하고, 회원들에게 공개해서 공청회도 거쳐야 한다.

사실 간선제 정관 개정안을 발의한 쪽에서도 통과될 것이라는 예상을 하지 못했고, 무조건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지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다만 의학회는 의협의 일원으로서 대의원들이 의협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자는 차원에서 안을 낸 것이고, 통과가 됐다. 지금부터 더 중요한 과정이 남아 있다.

권오주:선거인단 구성을 비롯하여 이에 관련되는 세부상황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서는 대의원회 의장단과 집행부가 공동으로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회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본다. 과거 의학협회에서 의사협회로 그 명칭을 바꾸는데 10년이 걸렸다.

조행식:총회에서 의결된 내용은 대의원회와 선거인단을 합친 것이어서 민의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특별위원회는 간선제의 틀 안에서만 논의하도록 돼 있지 직선제는 논의할 수 없기 때문에 근원적으로 회원들의 민의를 반영하기 어렵지 않나.

김건상:대의원들이 마음에 들건 안 들건 대의원 총회는 자타가 공인하는 정관상의 최고의결기관이다. 대의원 총회에서 의협 예산이 확정됐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런데 선거제도에 대해서만 의견이 갈리는 것은 민주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해진 절차에 의해 결정된 것을 존중해야 한다. 박탈감이나 상실감을 겪은 회원들이 위로를 받을 수 있도록 더 나은 방법과 좋은 제도를 도출해 내는 것이 합리적이다. 원점으로 돌려야 한다는 것은 의사 사회를 위해서 옳은 방향이 아니다.

조행식:대의원회 결정이 정당하다라고 얘기하지만 과정상에 하자가 있고, 적법성이 결여됐다는 주장도 있다. 감사를 받지 않은 회계부분을 대의원회가 인준했기 때문에 결산 통과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의견도 있다. 이게 그대로 보건복지가족부로 보고된다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예산이나 이런 것들은 직접적으로 내 권리를 뺏어간다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투표권을 뺏어간다고 하니까 대의원회 결정에 하자가 없었을까라며 여러 사람이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있다. 어떤 회원은 의결에 참석한 시도의사회 대의원들에게 일일이 연락해서 당시에 156명밖에 없었다는 주장을 한다.

의결정족수는 맞았는지, 재석대의원수는 맞았는지를 비롯해 거수로 결정을 한 것도 그렇고, 부정 대의원이 있었다는 논란도 있다.

이런 의혹에 대해 대의원회 총회와 의장단에서 적극적으로 해명을 하던지, 의혹에 대해 조사해서 밝혀주겠다든지 능동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함구로 일관하니까 비난이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민의를 수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면 회원들의 의혹 제기에 대해 사실을 입증하던지 해명을 하던지 입장표명을 할 필요가 있다. 시간을 끌어 가라앉기를 기다린다고 해도 대의원 총회 결정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목소리는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영향력 있는 분들께서 이런 문제가 있음을 의장에게 건의하고, 집행부에게 말씀해 주셨으면 한다.

사회:오늘 좌담회의 주제는 '민의를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이다. 대의원 총회 결정과정에 대한 설명이나, 법률적 절차에 대해 회원들이 궁금해 하는 점을 이해시켜야 제기되는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렇게 해야 대의원 총회 결정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고, 문제가 불거졌을 때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기초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김건상:대의원 의장단에서 잘 살펴서 후속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 대의원 총회 결정과정에 대한 의혹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된다면 의혹이 없어질 수 있도록 액션도 있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선거인단을 구성할 때 직선제에서 얻을 수 있었던 여러 가지 장점을 다 수용하는 훌륭한 제도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조행식:선거인단을 어떻게 잘 꾸리냐에 따라 직선제 못지않은 좋은 제도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 전에 회원들에게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없었기 때문에 문제다. 현재 특별위원회 구성은 직선제에 대한 민의는 반영하지 못한다. 간선제에 회원들이 잘 참여할 수 있게 하려면 그 전 단계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게 미흡하니까 혼란이 있는 것이다.

사회:회원들의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은?

조행식:의장이 출석대의원들을 다시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문제는 있지만.

김건상:대의원회에서 안건처리 과정에 하자가 없었음을 못을 박을 필요가 있다. 보조위원들이 카운트하고, 모자라서 기다리고, 다시 성원보고를 받은 과정에는 하자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총회에 안 온 회원들이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 "하자가 있을 것이다", "있었다더라", "있었다"는 식으로 발전했다. 의장이 의도를 갖고 한 것은 아닌데 플라자에 들어가 보면 ×××라든지, 약 먹었냐는 표현을 한다.

인격 문제다. 시간 내고 신경 써서 의료계를 위해 애쓰겠다고 나섰는데 그렇게 매도해서야 되겠나. 우리 의사 사회에서 이런 것은 문제다. 자신이 어떤 상태에 있냐에 따라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홍역을 앓는 과정은 필요하겠지만 극한 대립으로 양쪽이 모두 피해를 봐서는 곤란하다.

인격을 모독하고, 의견이 다르면 틀렸다며 등을 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하지만 다수의 회원이 대의원 총회 결정과정에 궁금해 한다면 해명할 필요는 있다.

권오주:지난 3년 동안 대의원회가 다소 매끄럽지 못했던 것이 이번 총회에서는 새 의장단이 매끄럽게 회의를 진행한 것은 사실이다. 아마도 그러한 정서의 변화 때문에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회의가 진행된 것 같다.

앞에서 언급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선거인단 선거로 변환한다고 하여도 그 과정도 직선제를 하는 것만큼 복잡하리라 본다. 보다 포괄적으로 중의를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선거인단을 구성하려면 사전에 회원들에게 알려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여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대의원회의 위상을 더 이상 존중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총회 안건 처리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김건상:특별위원회 안에 서브 그룹을 만들어 각각 다른 안을 논의하도록 한 후 특별위원회에서 걸러서 도출된 안을 갖고 공청회를 여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의료계의 최종적인 의사를 결정하는 곳은 대의원총회 밖에 없지 않나.

조행식:현재 상황은 많은 회원들의 분위기가 법률적으로 갈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게 되기 전에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대의원회가 회원들의 선거권을 없애고 간선제로 간 것이 무효라는 판례가 있다고 한다. 처음에 대의원 숫자를 파악할 때 158명이어서 의결정족수에 4명이 모자랐는데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있다. 차기임원이 표결에 참여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권오주:현재 거론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만들 수는 있겠지만 회원들이 조사위원회를 만들어 최고 의결기관인 대의원회를 감시한다고 하면 앞으로 위계질서가 엉망이 될 것이다. 여하튼 대의원회는 그 권위를 인정하여야 한다.

이번의 회기 교차 시점이 4월 30일인데 그 전환시점에 관한 규정이 명확치 않아 앞으로 세부규정을 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조행식:임원의 임기는 5월 1일이므로 4월 26일 대의원 총회에 차기임원이 참여하는 것은 문제가 안 되겠지만 도의적인 문제라고 본다. 반대는 왜 안 세었느냐, 정족수가 맞나, 부적격대의원은 없느냐 등 나열하는 모든 꼬투리들을 그대로 둬선 안 된다.

사회:임원의 회기는 정관상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다만 도의적인 문제에 대해 '집행부가 책임을 지라'고 하는 요구는 무리가 있다. 집행부에 참여한 임원중에는 직선제를 반대한 분도 있고, 찬성한 분도 있었다. 이런 것들을 강제하지 않은 것도 민주적 원칙이다. 집행부의 역할을 강조하는데 사실 집행부가 별로 할 것이 없다. 찬반 투표로 물어볼 수도 없다.

근본적으로 회원들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 회원 전체의 찬반을 묻는다든지 하는 것들에 대한 정관이 미비한 점이 있다. 회원들 중에서는 회원 대다수가 직선제를 원하면 내년 정기 대의원총회에 집행부가 직선제안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다만, 집행부가 할 수 있는 일은 회원들의 뜻을 다각적으로 물어서 과연 어떤 것이 바람직한 방법인지 연구는 할 수 있을 것이다. 특별위원회가 설치됐을 때 회원들이 원하는 방식을 만들어 갈 수도 있다. 결정과정에 대한 회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설명을 적극적으로 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집행부도 동의한 부분이다.

조행식:간선제가 통과돼 회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지난 대의원총회에서 경만호 회장이 간선제 안이 이번 대의원 총회에서 표결되면 부담이 많으므로 근본적으로 팀을 구성해서 좋은 안을 만들 테니 집행부에 맡겨달라는 호소를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권오주:간선제라는 돌발적인 사건이 없었다면 이번 대의원 총회 결정은 그대로 넘어갔을 것이다. 법률적으로는 하자가 없다고 본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이번 회기에는 이에 관한 특별위원회를 만들어서 내년 회기에 간선제 안을 처리했더라면 이런 혼란이 오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사회:새 집행부가 취임해 시작도 하기 전에 회장선출 방식이 바뀌어서 당혹스러운 게 사실이다. 경 회장도 총회 때 당황했다.

권오주:선거인단 선거는 현재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시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미국식 방식이 우리의 풍토에 적용이 될 수 있는지는 좀 더 연구를 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한 회원들의 여론 수렴도 필요하다.

김건상:여러 나라에서 선거인단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스터디 그룹을 몇 개 만들어 몇 개월 여유를 주고 미국식으로 할 것인지, 인구비례로 할 것인지 장단점을 토론해야 한다. 사람의 머리로 생각한 안이 현실에 적용했을 때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장단점은 어떤지 모른다.

개인 의견이지만 직선제는 실험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직선제를 통해서는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여러 가지 부작용이 증폭되면 됐지 원만하게 해결하는 것은 요원하며, 불가능하다.

의학회 입장에서는 대의원만으로 선거인단을 구성하는 것은 회원들의 정서에 안 맞고, 최고 의결기관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도 의협을 위해 좋은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최소한 대의원 수보다 많은 일반회원이 선거인단에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다.

선거인단을 구성할 때 직선제에 대한 아쉬움과 상실감을 가진 분들이 많이 참여해서 직선제의 장점에 맞먹는 안을 만들고, 민의를 반영해 부작용을 줄이는 좋은 제도를 도출해 주길 바란다.

의학회가 정관개정안 상정을 집행부 교체시기로 잡은 것은 선거인단을 논의하는데 1년 반이 걸리고, 내년 총회에 상정하면 3년이 또 늦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사회:이번 정관 개정안에 대해 일부 회원들은 법정으로 간다는 말도 있다. 불행한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내부에서 해결해야 한다. 어떤 식으로 해결해야 할까.

권오주:현재의 상황으로는 의장단이나 집행부에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앞에서 거론한 바와 같이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보고서를 만들어 다음 대의원 총회에 제출하는 것이 차선책이다.

김건상:이 문제를 법적으로 가게 되면 해결은 깨끗하게 될지 몰라도 남아야 하지 않을 상처가 남게 될 것이다. 그 과정이 99%는 누워서 침 뱉기일 가능성이 많다. 특별위원회에서 오픈해서 토론할 때 따질 건 따져서 의견을 수렴했으면 한다. 복수의협도 아니고 하나의 의협 이다.

자기가 속한 단체가 타 전문가 단체에 비해서 누워서 침을 뱉거나 헐뜯는 단체라면 우리의 위상에도 문제가 있다. 의견을 수렴해서 합리적인 제도를 합리적으로 운영해서 변호사회나 다른 전문가 집단보다 낫다는 얘기를 들었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다.

사회:선거제도 뿐 아니라 대의원회의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의원회 구성이 민의를 충분히 담아내기에는 미흡하다는 의견과 과거에 대의원 선출을 직선으로 하면 간선제를 받겠다는 얘기도 있다. 만약 민의를 반영할 수 있는 대의원이 뽑히는 구조라면 대의원만의 간선제도 가능할 것 같은데.

조행식:플라자 여론은 선거 제도만 보는 것은 아니고 대의원제 자체도 개혁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다. 행동력이 실천되면 큰 혼란이 올 수 있다. 간선제가 통과됐으니 회비를 안내겠다는 회원도 있다. 회원들의 관심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좀 더 책임을 맡은 원로들과 리더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권오주:원천적으로 대의원회를 바꿀게 많다. 대의원 총회에 상정되는 안건은 시군구 의사회와 각 시도를 거쳐 올라온 안건만을 다루게 되어 있다.

구의사회에서 건의한 안건 대부분은 의료계 전체를 포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심평원이나 공단에서 지적을 받으면 시정해 달라고 하는 정도의 아주 작은 지엽적인 것들이 많다. 이중에서 의협 집행부가 비중을 갖고 추진할 수 있는 안건이 몇 가지나 될까.

보건복지가족부가 정책 파트너로서 다뤄볼 만한 안건이 별로 없다. 일본의사회 총회는 의료 전반에 걸쳐 비중이 높은 프로젝트를 다룬다. 지금과 같은 1970~1980년대식 대의원 총회 논의 구조는 근본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의사회 대의원을 보면 각 구의사회장들이 당연직 대의원으로 들어와 있고, 서울시의사회 집행부와 의장단도 있다.

원래는 집행부가 들어가서는 안 되지만 그래도 의료계와 의협의 움직임을 알아야 임원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고, 회원들에게 얘기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당연히 참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구의사회장은 직접선거로 당선되었는데 그러한 구회장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은 문제다.

대의원회는 의협의 의료정책을 다루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선거는 부차적인 것임에도 선거에만 온통 정신이 쏠려있다. 따라서 선거와 대의원을 분리했으면 좋겠다. 선거인단에 대의원을 부수적으로 넣는 것도 가능하다. 현재의 구도가 대의원회의 역할도 잘 하지 못하고, 선거도 말썽이라면 문제다.

김건상:정치판 선거에서도 한심한 게 있지만 그래도 정당이 있어서 주의주장을 조직화한다.

그런데 의협 선거는 후보시절 격한 관계가 되고, 선거가 끝난 후에는 등을 돌린다. 의료계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후보들은 평소에 알릴 기회가 없다보니 상대방을 깎아내리려는 경향이 있다.

선거인단제도가 되면 후보들이 토론을 집중할 것이고, 상대방의 공약이 좋다면 집권을 했을 때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선거인단제도는 후보들이 등을 돌리고, 원수가 되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선거를 통해 정책들을 충분히 논의해야지 인간 대 인간으로 못할 소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선출단이 좀 작아지면 선거를 덜 과열시킬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도 있다.

사회:지난 5번 동안의 직선제 동안 32대 한 번만 전 회원에게 투표권을 줬고, 나머지 4번은 회비납부를 하지 않으면 투표권을 안줘서 반쪽짜리 선거라는 지적도 받았다. 간선으로 바뀌는 상황에서 회비를 납부한 회원만 선거인단에 출마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 대의원들 회비 납부와 연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조행식:특별위원회에서 선거인단을 구성할 때 고민할 문제다. 선거권과 연계할 때도 회비 납부율이 증가하지 않았다.

권오주:1980년대 때부터도 회비를 받기위해 독촉하는 방법으로 신문에 명단을 싣기도 하고, 공문서나 신문을 보내지 않고, 선거권도 제한한 바 있다. 그렇지만 결국에는 내는 사람은 내고, 안내는 사람은 안낸다.

일본은 회비를 낼 때 의료사고에 대한 피해보상보험 등이 있어서 회원들에게 혜택을 주는 방법으로 회비를 낸 사람에 대한 메리트가 있다. 대체로 외국에서는 회비를 내게 되면 이득이 있기 때문에 회비를 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김건상:모든 회원이 회비를 다 내도 의협의 재정이 넉넉하지 않다고 한다. 회비를 안내면 심각한 상태로 갈수도 있다.

회원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면 권리도 없는 것은 당연하지만 의협이 일이나 선거와 연계해 회비를 걷는 것은 바람직하다 않다. 회비를 선거권과 연계하는 것은 거론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창피한 일이다.

국민이 세금 안냈다고 선거권 안주냐는 얘기를 의사 사회에 적용해선 안 된다.

의사 사회는 일반 국민과는 달리 폐쇄된 사회이고 일정한 자격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곳이다. 의협회비는 솔선해서 다 내고, 의협은 회원에게 최대한 줄 수 있는 것을 주는 구도가 바람직하다.

사회:민감한 시기에 민감한 주제를 다루는 것 아닌가 하는 지적을 받았다. 이런 때 일수록 적극적으로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를 잘 알아야 해결책도 생긴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한다.

김건상:의협 회원 한 분 한분은 모두 훌륭하신 분들이다.

그러나 나도 훌륭하지만 다른 회원도 나만큼 훌륭하다는 부류와 나만 훌륭하다는 부류가 있는 것 같다. 의협 회원들이 자신만큼 다른 회원들도 훌륭하다는 사실을 알면 서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심을 갖고 결정한 것이 아니라면 흔쾌히 승복했으면 한다. 자신이 아닌 훌륭한 남이 결정한 것을 인정하면 반목과 갈등은 없어질 것이다.

결정적 하자는 모르지만 내가 마음에 안 드니까 밝혀야 한다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의사사회를 위한 길이고, 의사 사회를 지키는 일이다.

권오주:일선 회원들은 내가 겪었던 부정적인 점을 호소를 하는데 이러한 것을 도출하여 공감대를 형성하고 제도를 개선해 현실화하려면 몇 년이 걸린다. 따라서 그것이 결실이 되었다 해도 그 때가 되면 결국 구문이 된다. 미술작품을 감상하려면 그 배경을 알아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협회는 sight가 아니라 vision이 필요하고 발전할 수 있지 그 단면만을 보아서는 발전할 수 없다.

일본의사회가 <15년 이후의 의료의 비전>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이 책은 일본의사회장이 30~40대 젊은 회원들과 만나 대화하고, 15년 후에 일본 의료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담아낸 것이다. 15년 후의 미래의 변화를 예상하고 정책을 내놓는 안목이 우리도 필요하다.

조행식:오늘 좌담회는 수적으로나 다방면에서 열세였다. 대의원들께서 대의를 위해 결정했듯이 회원들도 순수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회원들의 목소리를 무시하지 말고, 거기에 담긴 의미를 적극적으로 듣는 것이 회원의 단결과 협회의 발전을 위해 빠르고 효과적인 길이라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

목소리를 내는 회원들이 불순분자도 아니고, 폭력적 언어를 쓰지만 폭도들도 아니다. 다들 점잖은 의사회원들이다. 하고자 하는 얘기에 어른들이 진심으로 귀 기울여 주기를 지도자들께 부탁드린다.

이런 갈등과 논란을 통해 어떤 형태로는 대승적으로 의사협회의 미래와 회원들의 이익을 위해 좋은 방향으로 매듭지어져야 한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는 것이 바람직한가가 키가 될 것이다. 회원들이 목소리가 시간이 지나면 조용해 질 것이라거나 일시적인 분노로 오산하지 말아 줬으면 한다.

사회:의협 회원들과 대의원·집행부 모두가 이 문제에 대해 걱정하고 고통을 받고 있다. 대화를 통해 문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어렵게 이번 좌담회를 마련했다. 대립보다는 의협이라는 울타리에서 대승적인 결과를 도출해 내야 할 것이다.

어려운 자리에 참석하셔서 귀한 말씀을 해 주신데 대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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