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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

시론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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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4.2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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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부금기약제 수정고시의 의미와 올바른 방향

▲ 전철수(대한의사협회 보험부회장)

정책적 실익의 중요성

2008년 국정감사에서 임신 중의 약제사용과 관련한 논란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임신과 관련이 있는 약제의 의학적인 위해성이 X, D, C, B, A등급으로 이미 구분돼 있고, 위해성이 있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우려되는 대부분의 처방의약품들은 의학적으로 안전하고 적정하게 그리고 주의 깊게 처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X등급은 임신 중의 사용이 아니라 배란유도제로 임신 전에 사용한다는 사실을 비롯해 옥시토신의 경우 분만유도로 사용하는 것이며, D, C, B, A등급이라고 하더라도 위해성보다 효용성이 더 높고, 반드시 사용해야만 하는 필요성이 큰 경우 사용할 수 있다는 의학적 근거와 타당성을 설명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전문가의 자율에만 의존하기 보다는 사회적으로 제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임신 중의 금기약물을 지정하고, 보건복지가족부는 급여기준을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의료법·약제비 환수법안 등 중대한 법안을 다루고 있는 상황이었고, 의료계로서는 정치권의 협력이 절실했다. 의협은 일부 급여기준을 놓고 정치권과 지나친 대립만으로는 실익이 적다고 판단, 극한적인 대립보다는 제도를 수용하면서 합리성 있게 조율을 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이란 "덕이 있는 자 외롭지 않고 반드시 따르는 이웃이 있다"는 논어의 글이다. 임부금기 관련 급여기준의 도입 시점에서 그 정치적 의미를 새겨보고자 한다.

제도화의 올바른 방향

임부 금기약을 제도화 하는 과정에서 복지부·심평원 등은 모든 가임여성의 임신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의협은 수 많은 대책회의를 통해 의학적인 현실과 임상진료 과정에서 일일이 임신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점을 하나씩 제기해 나갔다.

올바른 제도란 국민편익의 존중과 위해가능성의 최소화 간의 합리적인 조율, 또 전문가의 자율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진료에 적극적인 도움이 될 수 있어야 점을 강조했다.

1등급:근거제시 요구, 2등급:정보만 제공

의협은 복지부 보험약제과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1등급(X등급) 약제를 처방하는 경우에만 임신여부를 확인하고, 의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것으로 의견을 좁혔다.

2등급(D, C등급 중) 약제는 전산프로그램 상에서 알려만 주는 것으로 정리, 전문가가 자율적으로 진료에 참조하되, 청구프로그램에서 약제의 색깔이 변경되도록 했다. 그러나 실무협의 과정에서 개별 병의원이 약제 이름에 색깔을 넣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화 하는 문제를 논의하지 못한 채 심평원과 프로그램 업체의 협의에 따라 팝업창으로 실행되는 오류가 발생했다.

이 부분은 즉각 보험약제과와 협의해 점멸방식으로 다시 조정하도록 협의, 프로그램업체에 수정 권고가 나간 상태다.

임부금기 수정 고시의 현 단계 의미

1등급의 약제에 대해서는 근거를 제시하고 사용하도록 제도화 되었으나, 이들 약제들은 대부분 배란유도제인 호르몬제와 스타틴 계열의 고지혈증약, 분만시 사용하는 옥시토신이 대표적인 약제들로 임신과 관련이 없이 사용하는 약제에 대해서는 급여기준을 정리해 팝업창 조차 뜨지 않게 조정하는 것으로 협의했으며, 기술적인 문제로 협의 중에 있다.

이들 호르몬제들은 배란유도제로 임신을 시키기 위한 것이거나, 갱년기에 사용하는 호르몬제여서 당연히 임신의 위해성이 없는 것이고, 옥시토신은 임신 중이라도 분만을 목적으로 사용하기에 당연히 문제가 안 되는 것이어서 급여기준에서 예외조항으로 프로그램화 한다면 1등급의 약제들 중 배란유도제·갱년기 호르몬제·분만촉진제 등을 뺀 나머지는 사실상 얼마 되지 않아 실제 진료를 할 때는 불편함이 없도록 조치가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남은 스타틴 계열의 약제들은 심혈관계에 심각한 이상이 있지 않은 한 임신 중 위해성을 감수하며 사용할 이유가 없고, 기타의 다른 약제들도 사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정보인식의 편의성과 팝업창의 불편을 개선한다면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 1등급 약제들에 대한 이러한 제도적 조치들은 차후 의료분쟁이 발생했을 때 환자에 대한 주의의무를 적절히 이행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불리한 것만은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이들 1등급 약제들에 대해서는 급여기준상 반드시 임신여부를 확인하도록 돼 있다.

임신여부의 정확한 판단이야 의학적으로 평가해야 할 사안이지만, 환자의 답변을 기재하는 것만으로도 급여기준을 충족, 사후관리 대상이 되지 않도록 협의 중에 있다. 상세한 사항은 조만간 복지부에서 임부금기약제 관련 Q&A의 형태로 제시할 예정이다.

2등급의 약제는 처방을 할 때 단순히 주의약품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전문가의 판단을 쉽게 하면서도, 의사의 전문가적 자율성을 존중하는 형태로 협의함으로써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했다.

이러한 등급 설정은 급여기준상 한정된 약제들에 대한 것이어서 등급에 포함되지 않은 약제라 해서 의학적으로 안전성이 담보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임부금기 등급외 약제에 대한 주의의무·설명의무는 여전히 주의해야 한다.

임부금기 급여기준 수정고시는 정치권의 요청에 의해 제도화 했으나, 초기 고시(안)들을 획기적으로 조정해 현실적으로 임상진료에 큰 불편이 없도록 정책적 협의가 이뤄졌다. 결국 상당한 정도로 합리성 있게 조율된 사안으로 평가할 수 있다.

DUR 프로그램 고시와 금지약제 급여기준 고시의 차이

의약품처방조제지원시스템(DUR) 프로그램의 사용은 청구소프트웨어에 관한 고시이다. 즉 보험청구 프로그램을 사용한다면 정부가 마련한 DUR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의료기관은 병용금기·연령금기 등 의약품 안전에 관한 사항의 문제에 대해 처방할 때 근거를 제시하고, 이를 24시간 내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원내조제의 경우만). 반면 청구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는 기관에 대해서는 법적인 의무가 없다.

그러나 병용금기·연령금기·임부금기 관련 급여기준 고시는 전산프로그램을 사용하거나 사용하지 않거나 보험청구를 하는 모든 처방에 대해 심사삭감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병용금기·연령금기·임부금기 관련 급여기준 고시는 대단히 문제가 많다.

국민건강의 차원에서 이러한 약제들을 사용할 때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이러한 세부 사항들을 일일이 기억해 전산적인 도움이 없이 오직 아날로그적인 노력만으로 완전한 주의를 기울이도록 요구하는 것은 인간의 능력을 벗어나는 부당한 요구가 아닐 수 없다(특히 병용금기 부분).

DUR이 진료비청구에 관한 규정이 아니라 이와는 상관없는 진료업무에 대한 규정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듯이, 이러한 약제에 관한 급여기준 역시 비록 전문가라 하더라도 인간의 능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한 주의의무를 요구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지도록 규율한다는 것은 부당한 규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약제금기관련 급여기준들은 청구소프트웨어 사용자에만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이러한 문제점을 제기한 상태이고, 복지부와 더 협의를 해 나가야 할 사항이다. DUR의 강제적 시행과 관련해서는 헌법소원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법적 다툼은 정부와 극한 대립을 의미하기보다는 의학적 논리가 소통되지 않는 영역에 대해 분명한 판단을 확인하는 긴장구조로서 의미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현실적인 소통의 긴밀함을 형성해 실질적인 제도개선을 해 내야 할 것이다.

올바른 방향을 위하여

의료서비스를 수행하는데 있어 전산적 장치와 각종 프로그램들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있어 매우 유용한 수단이다. 이를 위해 의료계에서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 전자진료기록부와 각종 소프트웨어들을 개발해 의료의 질을 향상시켜 왔다.

그러나 정부의 성급한 책임감은 의료서비스의 전산적 질 향상을 DUR이라는 이름으로 부당한 강제와 규제를 통해 왜곡하고 있다. 이제라도 정부는 억압과 강제적 규제에서 벗어나 전문가의 자율성을 신장하는 가운데 시스템이 합리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병용금기·연령금기·임부금기 기준들을 고시하는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임상진료의 현실에서 어떻게 하면 의사가 편리하게 올바른 정보에 접근하도록 지원할 것인지의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해결의 실마리는 쉽게 보일 것이다.

미국 PBM의 시스템은 매우 단순하다. 의사의 처방에 대해 약사가 PBM에 문의해 다시 의사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의사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전산시스템을 의료계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처방 당시에 의사의 진료를 지원한다면 더욱 효율적인 시스템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에 대해 정부가 새로운 관점을 갖는다면 올바른 방향으로의 발전은 매우 분명한 현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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