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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7 13:15 (토)
선택과 필수 사이

선택과 필수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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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4.2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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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소라(노보노디스크 메디컬디렉터)

"시간 되시면 상의 좀 드리고 싶습니다."

제약업계의 후배들에게 종종 듣는 소리다. 유능하고 경험 많으신 분들이 상당수 있음에도, 내게 연락하는 이유는 본인들이 처해 있는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리라.

"선생님도 저희들과 같이 실무부터 일을 시작하셔서 어려움을 이해하실 거예요"란 말을 꺼내면서 얘기가 무르익을 즈음에는 "저도 언젠가는 메디칼디렉터를 하기는 해야 할 것 같은데 언제쯤이나 가능할까요?" 하기 마련이다.

장래에 대한 걱정으로 조바심을 보이는 후배들을 보면 예전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 10년 전 우연한 기회에 지인의 소개로 그 당시 굴지의 다국적 제약사 학술정보팀의 신출내기 팀장으로 제약회사에 첫발을 내딛었다.

그 때만해도 의사들은 제약회사에 주로 임원급으로 소위 영접을 받으며 입사하시는 경우가 많았기에, 30대 초반의 신출내기 팀장이 회사 동료나 부하 직원에게 낯설게 느껴졌던 것 같다.

처음 6개월간은 회사라는 새로운 환경에 대한 문화적 충격과 정체성의 혼란으로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지"라는 자세로 기본적인 업무를 이해하기 위해 악착같이 자료를 찾고, 상사·선배·동료들에게 질문 공세를 폈다.

시간이 흘러 조금씩 회사 돌아가는 상황이 이해되기 시작했고, 이유없이 경계심을 보이거나 은근히 무시하던 직원들도 나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이 때 나름 기뻤는지, '급성 거부 반응 해제'라는 명목으로 주변 분들에게 한턱 냈던 기억이 난다.

첫 회사에서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인 후에 좋은 기회가 있어 다른 회사로 옮겨 메디컬어드바이저로 근무를 했는데, 이때 익힌 임상시험에 대한 기본개념은 메디컬디렉터로 일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같은 메디컬디렉터이라도 회사의 상황에 따라서 일의 범위에 다소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부서 전체를 운영한다는 점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다.

진로를 고민하는 후배나 지인들에게 나는 묻고 싶다. "목표가 무엇인가?"

인생은 처음에 생각한대로만 길이 정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나 역시 업계에 들어 오게 된 것이 우연에서 시작됐으니 말이다. 그러나 적어도 한가지 목표는 확실했다. 직접 환자를 보는 의료업에 종사하지 않더라도 전문성을 살리고, 남들과 차별화하여 자신만의 브랜드를 갖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 중장기 목표를 세우고 중간 점검을 하면서 좋은 기회가 오면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어떤 목표를 갖고 있는지에 따라 메디컬디렉터는 경력 쌓기에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는 수많은 경력개발 중의 하나일 뿐이다. 즉 선택이지 필수일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본인이 진정 어떠한 목표에 도전을 할 것인지에 따라 길은 무궁무진할 수 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은 열리기 마련이다. 우리의 적절한 선택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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