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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의학과 나의 삶

기초의학과 나의 삶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09.04.1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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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이혁 외 지음/신광출판사 펴냄/2만원

현대의학의 눈부신 발전에는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이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해 온 것이 기저를 이룬다.

'의학은 하나'이기에 두 분야가 양축을 이뤄 의학발전을 이끌어 가야하지만 최근들어 기초의학 분야의 위축이 심화되고 있다. 관심만 덜해진 정도가 아니라 명맥을 염려해야 하는 형국이다. 물질만능시대를 사는 세상 탓으로 돌리는 것은 기초의학의 고귀함에 비해 깜냥도 안되기에 그저 안타까움만 앞선다.

여기 평생을 기초의학에 매진하며 국내 의학 발전을 위한 토대를 다지기 위해 몸을 바쳤던 마흔 한 분의 삶 속에서 길 잃은 오늘의 의학계를 반추한다.

<기초의학과 나의 삶>이 나왔다. 이 책은 많은 노학자들의 관심과 손길로 만들어졌다. 권이혁 서울대 명예교수가 발간을 기획하고 손수 출판비용까지 마련했으며 김용일 서울대 명예교수는 편집위원장을 맡았다. 이순형 서울대 명예교수와 안윤옥 서울의대 교수(예방의학)는 편집위원으로 집필자 선정과 집필 설득의 어려움을 도맡았고, 이영환 서울대 명예교수는 꼼꼼한 교정을 통해 이 책의 마무리를 책임졌다.

6개월 여의 산고 끝에 빛을 본 이 책에는 의대 졸업 후 고된 조교생활을 외면하지 않고 기초의학을 일구고 임상의학 발전을 뒷받침했으며, 부귀보다는 학문의 지속적인 발전에 헌신한 산 증인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권이혁·김경환·김상인·김용익·김용일·김인경·김 전·김준연·김한중·맹광호·문국진·박상철·박성회·박정한·박주배·박찬웅·백상호·서정선·소진탁·송인현·신영수·신희섭·안윤옥·엄대용·엄융의·유승흠·이상국·이순형·이유복·이정용·이호왕·임한종·장우현·정명희·정헌택·조승열·지제근·차창용·채종일·최인준·홍승길(가나다 순). 이 책에는 기초의학을 사랑하는 이 분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또 국내 기초의학을 이끌어오신 많은 분 가운데 불행히도 먼저 타계하셨거나 병환, 혹은 해외장기 출장이어서 글을 게재할 수 없었던 분의 마음도 담겨 있다. 이름 드러내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 참여를 고사하신 분의 뜻도 녹아 있다.

"다른 사람의 삶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겠다는 뜻"을 말하기도 하고 "쉬우면서도 힘들고, 시작은 있으나 끝이 보이지 않는 학문"이라는 고통을 토해낸다. 자신의 선택에 대해서는 "스스로의 결단을 긍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이야말로 우리 삶에서 가장 아름답고도 고귀한 과정"이라는 다짐과 함께 "기초의학의 즐거움은 좋은 사람과의 만남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두려움 없는 도전을 통해 새로운 내일을 건설하는 데 기여함으로써 얻어진다"는 고백도 듣게된다. 후학들에 대한 당부도 있다. "미래에 자신이 정말로 만족할 수 있는 일들로 자신의 일상을 구성하고 싶다면 용기 있게 길을 떠냐야 한다. 기초의학의 길에는 항상 새로움을 곁들인 즐거움이 있다."

책 속에 흔적을 남긴 마흔 한 분의 삶을조심스레 갈무리해 본다.

"'질병에 대한 본질 탐구'를 위해 가시밭 길을 마다하지 않았고, '한 사람의 전문가를 키워내는 일'을 통해 보람을 느끼고 감사와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노학자들이 평생을 지켜온 열정이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의학도에게도 전해지기를 기대한다.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한숨을 쉬면 이야기할 것입니다/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로버트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 중에서)(☎02-925-5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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