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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 공포' 필요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해야"

"'석면 공포' 필요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해야"

  • 김영숙 기자 kimys@kma.org
  • 승인 2009.04.0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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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지향위, 석면에 대한 문제점과 향후 대책 제안
'석면특별법' 제정 등 석면함유 추정 의료약품·화장품도 추가 조사해야

 최근 베이비파우더에서 석면성분이 검출되면서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 국민의학지식향상위원회가 석면에 대한 문제점과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발표, 주목되고 있다.

지향위의 의견을 종합하면 석면이 강력한 발암물질인 것은 분명하지만, 국민들이 실제 위험성보다 더 큰 공포감에 휩싸이지 않도록 적극적인 대국민 홍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베이비파우더로 인한 석면 노출로 인해서 앞으로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지에 대해 지금 알려져 있는 지식과 근거에 기반하여 실제 위험의 정도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향위 발표자료에 따르면 흡연에 비해 석면노출에 의한 폐암 발생률은 낮은 편이며, 베이비파우더에 포함된 석면에 1~2년 정도 노출되는 수준으로는 폐암이나 석면폐증 등이 초과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악성중피종은 상대적으로 저농도· 단기간의 노출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한편 지향위는 베이비파우더에 들어있는 석면의 함량을 정확히 평가하고, 사용 과정에서 어느 정도 노출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평가를 실시해 이를 토대로 위해성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함께 석면이 함유되었을 것으로 의심되는 화장품·의료약품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추가조사가 실시돼야 한다고 밝혔다.

석면은 무엇인가?

석면은 섬유모양을 갖는 광물로서 열에 강하고 마모가 잘 되지 않는 등의 특성이 있어, 그동안 슬레이트를 비롯한 건축자재와 브레이크라이닝의 재료, 기타 다양한 부품에 사용되어 왔다. 석면의 종류는 크게 6가지. 독성이 강해 1996년 이후 사용이 금지된 청석면과 갈석면, 상품성이 적어 상업적으로 사용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서 2003년에야 사용이 금지된 트레몰라이트, 액티노라이트, 안쏘필라이트, 그리고 현재 사용되고 있는 석면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올해부터 전면금지 항목에 포함되는 백석면이 있다. 이들 석면은 모두 폐암 등을 일으키는 발암물질이지만, 이중에서도 백석면을 제외한 각섬석 계열의 석면이 암을 더 강하게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석면은 어떤 질병을 일으키는가?

악성중피종(흉막, 복막 등에 발생하는 암으로 치료가 잘 되지 않아 평균적인 생존기간이 12개월 정도로 알려진 예후가 좋지 않은 암이다), 폐암, 석면폐증을 일으킨다. 그 외 인후두 부위, 위, 대장 등에서도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일부 역학적 연구결과가 있다. 이러한 질병들은 상당기간의 잠복기를 거친 후 발생하는데, 노출이 시작된 후 짧게는 10년, 평균적으로 25~30년 이상이 지난 후 질병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석면에 노출되면 모두 암이 발생하는가?

흡연을 하는 모든 사람이 폐암에 걸리는 것이 아닌 것처럼 석면에 노출된다고 해서 모두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흡연과 폐암의 관련성에서도 흡연량이 많았던 사람이 폐암에 더 잘 걸릴 수 있는 것처럼, 석면 노출량이 많았던 사람이 폐암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을 수 있다. 또한 흡연과 석면노출이 동시에 일어나는 경우는 상승작용이 나타나 폐암발생의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흡연자가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에 걸릴 가능성이 7~20배 높다고 알려진데 반해, 직업적으로 석면에 노출된 경우 비노출자에 비해 폐암발생 가능성은 2~7배 수준으로 흡연에 비해서는 폐암발생의 위험이 낮은 수준이다. 즉 석면에 의한 폐암 발생의 위험은 흡연보다 낮은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베이비파우더 석면사건의 정확한 사실은 무엇인가?

지난 4월 1일 식약청의 발표와 언론보도에 의하면 14개 회사 30개 제품에 대해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중 8개 회사 12개 품목에서 석면이 검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제품의 상당수가 석면 함유량이 1% 이상이었는데 이는 더 정확히 평가할 필요가 있다.

석면이라고 언급된 섬유의 상당수는 석면이 아닌 석면섬유가 부서져 있는 양상인 비석면모양의 트레몰라이트일 수 있다. 이는 발암성에 있어서 석면모양의 트레몰라이트에 비해 독성이 더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대한 정확한 실태조사가 이루어져야 실제 위험의 정도가 밝혀질 수 있다. 비석면모양의 트레몰라이트도 동물실험에서 발암성이 확인되었지만 그 위험성은 현저히 낮았으므로, 지금 베이비파우더에서 검출된 석면이 어떤 종류인지 정확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

베이비파우더에 석면이 어떻게 들어가게 된 것일까?

베이비파우더의 원료인 활석에는 불순물의 형태로 석면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베이비파우더에 석면을 넣은 것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일반적으로 활석에 석면이 포함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어 제품을 만드는 회사는 반드시 제품에 석면이 함유되어 있는지에 대한 조사를 했어야 했다. 또한 이에 대한 정부당국의 기준이 마련되어 있어야 했다.

석면성분이 포함된 베이비파우더를 사용한다면 석면이 얼마나 체내에 노출될까?

일반적으로 석면은 피부를 통해 흡수되지는 않는다. 가장 중요한 인체 내 노출경로는 호흡기를 통해서다. 파우더를 바르거나 뿌리는 과정에서 호흡기를 통해 체내에 흡수된다. 이때 이불이나 바닥에 떨어진 석면은 지속적으로 실내공기의 오염원이 될 수 있어, 하루 1회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적절한 환기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하루 종일 노출이 지속될 수 있다.

베이비파우더를 바르는 과정에서 순간 노출이 0.4 f/cc(1cc 공기 중에 0.4개의 석면섬유가 발견된다는 의미)로 대기기준의 40배를 넘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실제 순간 노출이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은 맞지만, 이러한 높은 농도가 하루 종일 지속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대기기준은 24시간 평균 노출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0.4 f/cc가 하루 종일 동일한 수준으로 노출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베이비파우더를 사용한 후 하루 종일 실내 공기에서 석면노출량을 평가해 본다면 실제 노출 수준이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베이비파우더에 포함된 석면성분의 노출은 석면폐증이나 폐암과 같은 질병을 일으킬 것인가?

노출농도와 노출기간 등을 고려하면 석면폐증이나 폐암을 일으킬 정도의 양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다만 악성중피종의 발생위험은 높일 수 있다.

석면성분이 포함된 베이비파우더를 사용할 경우 석면 노출수준은 석면 노출 작업자(석면방직공장, 석면광산, 석면 브레이크라이닝 제조공장 등)들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국내 조사에 의하면 과거 이들 작업장의 노출수준은 10f/cc 를 초과하는 수준이었다.

베이비파우더에 포함된 석면에 1~2년 정도 노출되는 수준이라면(성인이 되어서까지 지속적으로 사용한다면 다른 평가가 필요함) 그 정도의 노출로는 폐암이나, 석면폐증 등이 초과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악성중피종은 상대적으로 저농도, 단기간의 노출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역시 노출 농도와 기간이 길수록 발생확률은 높아지기 때문에, 석면에 직업적으로 노출되는 사람들에 비해 그 발생 확률이 높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가장 높은 악성중피종 발생률을 보이고 있는 호주의 경우 현재 발생률은 100만 명당 30명 수준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100만 명당 1~2명 수준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 중 상당수는 직업적으로 석면에 노출되는 사람들이라고 한다면 환경적인 석면노출에 의해 악성중피종에 걸린 사람의 숫자는 상대적으로 적은 수준이 될 것이다.

베이비파우더에 함유된 석면성분에 대한 논쟁

석면이 발암물질인 것은 분명하지만, 활석 등에 포함된 석면성분이 석면과 동일한 건강영향을 줄 것인가에 대해서는 몇 가지 논쟁이 있다.

첫째, 활석광산에 근무한 근로자들의 건강문제는 활석에 함유된 석면 외에도 작업 중 함께 노출될 수 있는 결정형 유리규산(폐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 라돈(폐암을 일으키는 방사선)이 함께 영향을 준 것으로, 베이비파우더에 함유된 석면만으로 활석광산에 근무한 근로자들과 동일한 건강영향이 일어날 것으로 보기 어렵다.

둘째, 활석광산이 아닌, 활석을 가공한 제품에 포함된 석면성분은 비석면모양 트레몰라이트(non-asbestiform tremolite; 엄밀히 말하면 석면의 화학적 성상을 가졌지만, 석면이라고 할 수 없는 물질)가 많다. 비석면모양 트레몰라이트도 섬유모양(5um 이상의 길이를 가지며 길이와 폭이 3:1 이상의 비를 유지할 때 섬유라고 한다)을 유지하면 석면에 포함시켜 분석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NIOSH,미국산업안전보건연구원), 동물실험의 결과에서는 석면섬유에 비해 발암성이나 독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향후 정부와 관련 학계의 대책은?

현재 베이비파우더로 인한 석면 노출로 인해서 앞으로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지에 대해 지금 알려져 있는 지식과 근거에 기반하여 실제 위험의 정도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환경보건문제의 사전예방원칙에 입각해 석면이 함유되었다고 판단된 베이비파우더 전제품을 수거하고 국민들에게 사용중지를 알린 조치는 늦었지만 적절한 조치였다. 그러나 위험에 대한 평가를 위해서는 다음의 조치들이 추가로 실시되어야 할 것이다.

1) 베이비파우더에 들어있는 석면의 함량을 정확히 평가해야 한다. 이때 비석면모양의 트레몰라이트와 석면모양의 트레몰라이트를 구분하여 정확한 위험을 평가하는데 활용해야 한다.

2) 베이비파우더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실제 어느 정도의 노출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노출평가를 실시하고 이를 토대로 위해성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3) 석면이 함유되었을 것으로 의심되는 화장품, 의료약품 등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추가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4) 석면이 강력한 발암물질인 것은 분명하지만, 국민들이 실제 위험성보다 더 큰 공포감에 휩싸이지 않도록 적극적인 대국민 홍보가 필요하다.

5) 석면이 우리 생활환경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될 수 있는 상황과 과거 정부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을 고려할 때, 현재 진행 중인 '석면특별법' 제정을 즉각 실시해야 한다. 이 법을 통해 앞으로 베이비파우더를 포함하여 환경성 석면 노출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예방노력을 기울이고,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문의 : 가톨릭의대 산업의학과 김형렬 교수(연락처: 02-3779-2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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