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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입원환자 영양치료, 제도 개선 시급하다

시론 입원환자 영양치료, 제도 개선 시급하다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9.04.03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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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현욱(분당제생병원 소화기내과)

최근 건강 관련 국민의 관심도는 과영양과 비만에 고도로 집중되어 있다. 이에 반하여 병원 입원환자의 영양은 한마디로 '영양실조'라 할 수 있다. 이 시대에 대한민국에서 웬 영양실조냐 할 수 있으나, 상대적으로 중증인 입원 환자 중 적어도 4분의 1에서 절반 이상은 영양실조 상태이다.

2004년도 우리나라 병원 영양실조 유병률은 지표에 따라 다르나 25%에서 45%에 달하였다. 중환자의 질병치료에서 간과하기 쉬운 것이 바로 환자의 영양 부족과 불균형 상태이다.

각종 영양소의 불균형과 부족으로 환자의 면역력이 감소하고 합병증이 많이 발생하고 상처가 아물지 않으며 질병의 치유가 늦어진다. 중환자실을 포함한 병원 입원 기간이 길어지고 의료비가 상승하며, 누적 사망률까지 증가한다는 것은 이미 입증되어 의학 교과서에 실려 있다.

경구로 정상적인 식사를 하지 못하는 환자가 영양치료 즉 영양집중지원(Nutrition Support)의 대상이다. 이러한 입원환자에게 현재 우리는 적절하고 합리적으로 영양 공급을 하고 있는가?

정상적인 식사가 가능하지 않은 환자들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경로는 크게 보아 튜브를 위나 장에 삽입하여 영양액을 공급하는 경장영양 방법과, 정맥을 통하여 영양수액을 공급하는 정맥영양 방법 2가지로 나뉜다.

환자의 영양치료와 집중지원을 위하여 병원 내에 '영양집중지원팀(Nutrition support team; 이하 NST)'이 조직되어 환자의 치료를 돕는다. 의사·간호사·영양사·약사 등 최소 4직종 전문가가 한 팀이 되어 활동한다.

이들은 팀을 이루어 적어도 주 1회 이상의 증례토의와 팀 환자 회진 후 치료 계획을 기록하여 영양치료가 적합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월 1회 이상의 학술 모임과 원내 교육, 연 1회 이상의 학술대회 발표와 관련 논문 발표 등을 한다.

그런데 이같은 일을 수행하는 영양집중지원팀원들에게 시간적·금전적 지원이 이뤄지고 있을까? 현재까지는 자발적인 구성과 참여를 통한 활동이므로 각 직종이 본연의 업무를 각자 수행하고 추가로 NST 활동을 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우리나라 의료수가에 NST 활동에 대한 수가는 전혀 반영되지 않으므로, 실제 병원을 운영하는 경영진의 입장에서 자원 봉사 활동 정도로 여겨질 뿐 NST 활동에 지원을 할 수 없는 것은 매우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다. 이 상황에서는 지속적이고 생산적인 활동을 결코 기대할 수 없다. 

다른 나라는 어떠한가? 가까운 대만과 일본은 각각 대만정맥경장영양학회, 일본정맥경장영양학회가 인증한 NST가 활동하는 병원의 NST 활동에 대하여 의학적 관리료를 인정받고 있고, 의사가 처방하는 정맥용 영양수액, 경장용 영양액의 의료비 지급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독일·미국·영국 등 다른 국가 역시 관련 학회를 중심으로 영양집중지원 의료비 지급이 강력히 요구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열악한 상황 하에서도 2004년 하반기 이후 전국적으로 영양집중지원팀(NST)을 구성한 병원 수가 급증하였다. 특히 500 병상 이상의 대형·3차·대학 병원의 팀 구성이 괄목할 만하다.

2008년 1월 학회 차원의 KSPEN NST survey 결과 전국적으로 500 병상 이상의 98개 병원 중 77 개 병원이 팀을 구성하고 있어 78.6% 구성률을 보였다. 2003년에서 2004년 KSPEN 학회에서 1차 조사 때 27개 병원 만이 유사 형태로라도 팀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에 비하면 단기간 내에 상당한 증가이다.

이는 의료기관 서비스 평가의 시범 평가 항목으로 (NST) 활동 항목이 추가되어 2005년과 2008년 2차례 평가를 시행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2003년 중반에서 2004년 초까지 6개월 간 NST가 구성된 22개 병원의 활동 양상을 조사한 결과 41%에 달하는 9개 병원이 6개월 사이 팀 활동이 중단되어 있는 양상을 보였던 것이다.

이는 적절한 의료 수가 책정과 지급 없이 자발적인 자원 봉사 성격의 활동은 지속성을 가지기 어렵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예라 하겠다.

2007년 KSPEN에서는 NST 구성 및 활성화와 함께 전국적인 NST 표준화를 도모하기 위한 작업으로서 NST 인증위원회를 구성하였다.

면밀한 작업 끝에 2008년도 상반기에 9개 병원 시범 평가 심사 후, 2008년 10월부터 2009년 1월까지 전국 29개 병원에서 서류 접수를 받아 엄정한 인증 심사를 거쳐 2009년도 3월에 심사를 마치고 인증서를 발급하였다.

KSPEN 은 병원 NST 인증제도를 통하여 전국 병원 NST 구성을 돕고 활동내용을 표준화하여 질을 높이고자 하였다. 동시에 전국적인 다기관 연구를 통하여 NST 활동이 환자 진료의 질을 높이고, 합병증 감소와 입원일수 감소, 나아가 의료비 감소 효과를 입증하는 기틀을 만들고자 한다.

NST 팀 활동에 관한 의사업무량, 진료비용과 업무 위험도 등의 상대가치 점수 개발 연구와 함께 수가 보장을 위한 입법고시가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입원 환자 치료의 질을 높이고 합병증을 감소시키기 위하여 전문적인 영양치료는 필수이며 환자의 권리이다.

전문적인 영양집중치료를 위하여, 보다 합리적이고 실질적인 정책적 관심과 보완이 동반되어야, 환자 치료에 긍정적인 효과와 함께, 의료비 감소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제도 개선으로 이를 현실화시킬 수 있다면 내일이 아닌 오늘 바로 첫 단추를 끼워야 하지 않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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