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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제비 환수 법안 논의의 올바른 방향 (중)

약제비 환수 법안 논의의 올바른 방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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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3.06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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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법 수호론'의 문제점

▲ 전철수(대한의사협회 보험부회장)

의료행위를 놓고 의료법과 국민건강보험법이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는 과정에서 의료행위를 수행하는 의료인은 물론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도 혼란을 겪고 있다.

국민이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때는 의료법상의 의무인 '최선의 진료'를 요구한다. 결과가 안 좋을 때에는 최선의 진료를 다하지 못했다며 보상을 요구한다.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때는 의료법이 규정하고 있는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치료를 받고 진료비를 낸 후에는 건강보험법상의 요양급여기준에 맞게 진료를 했는가를 따지면서 진료비 확인심사를 요청해 환불을 받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법원 판례에서는 "가능성 있는 위험요인에 대하여 더 강력하게 설명하고, 강제적으로라도 CT 검사를 수행하지 못한 것은 의사의 책임"이라며 "환자가 거부했더라도 최선의 진료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못했으므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의사에게는 최선의 진료를 하도록 규정하고, 요양급여기준에서는 최선의 진료가 아닌 비용효과적인 진료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기준에서 벗어나 최선의 진료를 한 의료기관은 범죄의 온상으로 규탄받고 있으며, 의료인들을 범죄자 취급하며 윤리적 심판까지 내리고 있다.

지금까지 보험당국은 의약분업 이후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의 법적인 근거가 사라진 국민건강보험법 52조 1항을 들이대며 의료인과 의료기관들을 유린해 왔다.

원외처방 약제비를 환수하는 법률적인 근거에 의문이 제기되자 민법 750조를 들이댔으며, 아예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 조항을 법제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는 불공정할 뿐만 아니라 정의롭지도 못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약제비 환수법안을 만들어 의료인을 통제할 수 있는 행정적 수단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보다는 의료법과 국민건강보험법 간의 의료행위에 대한 이율배반적인 부분을 개선하여 통일되고 조화로운 의료행위에 대한 지침을 찾아야 할 것이다.

현 단계에서 국민건강보험법 내에 새로운 규정을 만든다고 해도 의료행위에 대한 개념이 의료법과 상치된다면 결국 새로운 불법을 만들어 의료계를 유린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 해결방안

국민건강보험법상의 법적 근거가 없더라도 민법상의 과실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의료기관에 있다는 주장이 지난 2월 18일 열린 심평포럼에서 제기됐다. 법률전문가가 아닌 필자로서는 민법의 손해배상책임과 관련한 다양한 논술들을 법리적으로 검토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의료행위의 전문가로서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국민건강보험법상의 제 규정들이 의료법과 상치되는 가운데 발생하는 의료인에 대한 과도한 규제와 국민의 건강권 침해에 대한 문제점을 기술하는 것으로 원외 처방 약제비 환수를 둘러싼 해결 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급여기준은 의료계와의 합의로 이뤄진 것이므로 지키지 않으면 불법행위라는 주장에 대해

정부와 보험자는 급여기준이 의료계와의 합의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의료계의 의견을 참조하기는 했지만 의료계와 합의한 것은 분명히 아니다.

급여기준은 보험자와 의료계 간의 합의하에 만들어야 한다. 합의된 기준 내에서 급여행위를 시행하고, 기준을 넘어선 부분은 비급여 의료행위로 정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현행 건강보험법 제39조(요양급여)의 선언적 명분을 당연적 현실로 규정해 명시된 비급여 외에는 모두 급여이고, 재정의 한계로 마련된 한정된 급여기준을 넘어서는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과잉진료(불법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이는 국민건강보험법의 월권적 지침이 아닐 수 없다.

▶급여기준을 넘어선 의료행위는 공단에 손실을 끼친 것이므로 의료기관에 손해배상을 요청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급여기준을 넘어선 의료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논란은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다. 의료법과 국민건강보험법의 기준이 서로 다르고, 의료인은 양쪽 모두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는데도, 법적 모순이 있는 양날의 칼을 갖고 의료계에 부당한 규제를 가하고 있다.

의료법을 따르면 건강보험법상 불법행위이고, 건강보험법을 따르면 의료법상 불법행위에 처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의료계에 대해 불법행위 운운하며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

공단의 손해는 국민의 이익과 상치되는 것인가. 현행 제도하에서 국민은 이익을 보고 있는데도 공단이 손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정당한 것인가를 검토해야 한다.

 국민은 의료법에 나와 있는 대로 최선의 진료의무를 주장하고, 비용을 지불할 때는 국민건강보험법상 비용효과적인 진료의 원칙을 주장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취하고 있다.

심평원과 보험자는 국민건강보험법상의 원칙만을 이유로 심사를 하고 보상을 한다. 정부는 진료비용에 관해서는 국민건강보험법만을 적용하고, 진료결과에 대해서는 의료법만을 적용한다.

정부와 보험자가 최소한의 정의로움이라도 확보하려면 국민건강보험법이 규정한 비용효과적인 진료에 대해 국민건강보험법적인 결과를 요구해야 한다.

항생제의 급여기준은 1·2·3단계의 약제들을 단계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1단계 약제를 사용하다가 안 들으면 2단계 약제를 사용하고, 고가의 항생제를 사용하려면 균 검사를 실시해 2주 뒤 결과가 나온 후에나 사용하라는 것이 현행 항생제 급여기준의 일반원칙이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감염된 사람이 균 검사결과를 기다리며 1단계 약제를 사용하다가 2단계 약제를 사용해 보기도 전에 사망했다면 국민건강보험이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

그러나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진료결과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오히려 의료법상 최선의 진료를 요구하며,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의료계를 심판하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이러한 모순된 법적 규정·정책·행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민이 경제적으로나 건강상으로 이익을 보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보험자가 의료기관에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것이 과연 적법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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