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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건보법 개정안…의사 의견 적극 반영해야

시론 건보법 개정안…의사 의견 적극 반영해야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9.01.23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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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석(의사변호사 법무법인 청담)
현재 의사들에 대한 각종 규제의 정점에는 국민건강보험법이 자리잡고 있음은 의원을 개원해본 경험이 조금이라도 있는 의사들이라면 충분히 체감하고 공감할 것이다.

국민건강보험법은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순기능적 측면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는 반면에 그 이면에는 당연지정제에 볼모로 잡혀 각종 부령과 고시에 의한 진료권의 제한을 받고 이에 위반하는 경우에는 가혹한 행정처분과 형사처벌 등 이중삼중의 제재까지 감수해야만 하는 의사들의 일방적인 희생아래 제도의 근간이 유지되고 있다.

의사들이 진료실에서만큼은 국가 등 누구의 간섭이나 규제도 받지 아니하고 전문가로서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오로지 환자들을 위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의협을 중심으로 현재의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되어 왔고 그 연장선상에서 올해 초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가 개최됐다.

필자 역시 공청회에 지정토론자로 참가할 기회가 있었는데 공청회를 거치면서 각과 개원의 선생님들을 중심으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의 이상적인 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여러 각도에서 검토해볼 수 있는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고 이는 앞으로 개정안이 최종 확정되는 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반영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청회에서 가장 활발하게 논의가 된 부분은 크게 요양급여기준 및 요양급여비용 산정에서의 계약제 도입, 당연지정제의 폐지, 임의비급여의 명문화 문제 등이었다.

현재의 국민건강보험법에서는 요양급여 기준을 보건복지가족부령에 전적으로 위임하고 있고 보건복지가족부령 역시 세부기준에 대해서는 상당부분을 복지부 고시에 재위임하고 있는데 현행 고시의 급여기준이 임상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행정공무원의 자의적이고 건강보험재정의 안정성을 최우선시하는 행정편의적인 관점에서 작성된 기준이기 때문에 의약계 대표자와의 계약과정을 통해서 실제 통용되는 임상의학적 기준이 보다 합리적이고 적정하게 반영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현재 명목상으로는 요양급여비용 상대가치점수의 점수당 단가를 계약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으나 실질은 계약이 무산되는 경우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일방적으로 심의의결하도록 되어 있는 관계로 계약제가 유명무실화되어 있기 때문에 공단에 편향되어 있는 건정심의 인적 구성비율을 보다 형평성 있게 개선함과 동시에(인적 구성비율의 개선방법에 대해서는 여러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다),

심의의결기구인 건정심을 대립당사자의 의견을 조율하고 절충안을 내놓을 수 있는 조정중재기구로 개편하는 것이 계약제의 본질을 살리고자 하는 개정안의 주요 골자이다.

또한, 당연지정제 폐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대다수의 의사들은 공공의료기관을 제외한 민간의료기관에 대해서는 당연지정제 폐지를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 없이 섣불리 당연지정제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것이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다. 당연지정제 폐지는 국민건강보험법의 개정에서 더 나아가 우리나의 보건의료체계와 사회복지정책의 근간을 뒤흔들 정도의 파급효과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폐지여부에 대해서는 좀 더 진지하고 심층적인 고찰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당연지정제 하에서는 국민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보건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다수의 국민들은 당연지정제 폐지를 반대할 것으로 예상되고 표의 향배에 민감한 국회의원들이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당연지정제 폐지안을 입법화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결국에는 실리없이 직역이기주의라는 비판에만 직면하게 될 수 있다.

더욱이, 당연지정제가 폐지되면 민간의료보험사가 공단의 역할을 대신하여 의료기관과 직접 계약을 체결하게 될 것인데 자칫 잘못하다가는 의료기관이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민간보험회사에 종속되어 그들의 입김과 영향력에 좌지우지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당연지정제 폐지를 논하기에 앞서 민간보험회사와의 관계정립이나 폐지의 시기, 범위 및 방법 등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한편 임의비급여의 명문화는 종래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온 문제인데 강남성모병원의 백혈병치료 사건을 통해 세간의 관심을 끈 바 있다.

임의비급여 중에서 최소한 의학적 관점에서 환자의 치료목적상 불가피하게 고시를 초과하는 진료가 요구되는 경우이고(이에 대한 심사는 병원의 IRB와 같은 기구에서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환자가 그 치료에 명시적으로 동의하고 별도의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고시초과 진료부분에 대하여 부당이득환수나 과징금처분같은 과중한 행정제재를 부과할 수 없다는 내용이 명시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의사들의 의견을 100% 반영하는 쪽으로 국민건강보험법이 개정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그러나, 의사들이 아무 목소리도 내지 않는다면 현재의 불합리한 제도와 규제가 올가미처럼 자신들을 옥죄는 현실에서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며 결국에는 그러한 현실에 순응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작은 부분부터 변화시키기 위해서라도 의협에서는 이번에 개최된 공청회에서 제기된 많은 의사들의 불만과 의견을 개정안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궁극적으로는 국회통과가 가능할 수 있도록 정치적 역량과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 이 란의 글은 의협신문의 입장이나 편집 방침과 같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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