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6 17:49 (금)
시론 한국 의사인력관리의 위기와 문제점

시론 한국 의사인력관리의 위기와 문제점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9.01.16 12:45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창훈(전 의협 의무이사)

요즘 언론에서 의대 신설 문제가 솔솔 흘러나와 의료계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과거 역대 정권이 의대를 41개교로 급격히 늘려놓은 결과 현재 의사인력의 과잉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또 고급인력들이 사장될 위기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의료 인력의 과잉 공급은 과다경쟁 및 유인수요(induced demand)를 창출해 국민 의료비 증가를 초래할 개연성이 있다.

또 의료 인력의 과소 공급은 의료시장의 경쟁저하 및 의료이용의 접근성 저하를 초래한다. 의료 인력은 양성·배출에 10여 년이라는 교육기간이 소요되므로 중장기 의료인력 수급 현황을 예측하여 적정 공급을 유도하는 것이 의료의 질적 수준 확보 및 적정 의료비 유지를 위하여 필수적이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당시 의·정 대화를 통해 정부는 의사인력 과잉을 인정하고 의대정원 30% 감축을 공식 약속했다.

보건복지부는 2002년 자료를 통해 '인구 10만명당 활동의사수는 130명(한의사 포함 시 152명)으로 OECD에서 제시한 인구 10만명당 적정 의사수 150명과 비교할 때 2007년 이후에는 적정의사수를 초과할 것'으로 예측했다.

주요 선진국은 국민의료비의 지출 증대를 방지하기 위해 의과대학의 입학정원을 감축해나가는 추세이다. 프랑스의 경우 1977년 8726명에서 1983년 6000명으로, 미국은 1985년 1만 7186명에서 1991년 1만 6870명으로, 일반은 1981년 8360명에서 1993년 7720명으로 각각 줄였다.

의사인력 과잉 사태는 정부도 인정하고 있는 사안이다. 정부는 2002년 보고서를 통해 10년 뒤인 2012년 후에는 의사인력 공급이 수요를 초과해 과잉공급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2007년 이후에는 적정의사 수 규모(OECD 150명, 미 COGME 보고서 145~185명)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단계적 적정 감원이 검토되어야한다고 주장하였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연구결과를 통해 의사인력 급증에 따른 의료왜곡 현상을 경고했다. 1999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과대학 수는 인구 100만명 9.2개(한의과대 포함시 11.7개)로 미국 5.7개, 일본 6.5개, 캐나다 6.0개, 영국 5.1개 등 주요 선진국의 2배 수준에 달한다.

이같은 의사인력 과잉 양성을위해 국민의료비가 비효율적으로 지출되고, 신설 의과대학의 부실한 교육과정, 그 결과 질 낮은 신규의사 양성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 등이 지적됐다.

의사가 부족해 환자들이 오랜시간을 대기해야 하는 등 양질의 진료를 받을 수 없다는 논리는 허구다. 100병상 당 조정환자수를 비교해 보면 3차기관이 139.6명이고 병원급은 119.2명이다.

즉 환자 집중현상은 3차 의료기관에 국한된 현상인 것이다. 따라서 의사인력의 공급을 증가시키기 보다 1·2차 의료를 담당하는 의료기관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즉 1·2차 기관에서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의료정책 개발의 선행이 중요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2002년 자료에서 우리나라 의대 입학정원이 인구 10만명당 8.7명으로 선진국 평균 6.0명 보다 크게 높다며 정원감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또 의과대학 인정평가와 부실의대 처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현재 의과대학 신설 이야기가 다시 불거져나오고 있는데는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

교육부와 보건복지가족부의 의대 신증설 주장이 타당성을 가지려면 우선 법의 합목적성에 부합돼야 한다. 의대 신증설은 법치주의인가, 아니면 정치주의인가를 따지고 싶다.

법과 정치 중 법의 우위를 주장하는 것이 법치주의이고, 정치의 우위를 주장하는 것이 정치주의다. 법치주의는 인권보장을 목적으로 모든 국가 작용은 법에 따라 행해져야 한다는 원리다. 법치주의에 따르면 아무리 법이 정치에서 발생했다 하더라도 정치는 그 법의 구속을 피할 수 없다. 정치가 법에 구속된다는 것은 국가도 구속된다는 말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법치주의는 민주주의와 통하며, 치자(治者)와 피치자(被治者)는 동일체가 된다. 또한 법을 따르지 않는 정치는 불법이며, 법에 의하지 않는 권력은 폭력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이탈리아 철학자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언급한 부분이 떠오른다.

"사자는 힘은 세나 함정에 빠지기 쉽고, 여우는 힘은 약하나 사자가 빠질 수 있는 함정을 잘 알고 있다"고 설파했다.

의대 신증설 사안을 놓고 보면 사자는 정부, 여우는 의협이 아닐까.

교육부와 보건복지가족부에게 묻는다. 우선 모든 정책은 먼저 합목적성이 최우선 되는 정책이어야 한다. 또 법치주의가 우선시 되는 정책을 집행하길 바란다. 민주주의가 무시된채 이 두 가지 선결사항이 묵과되고 과거의 전철을 밟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지혜롭게 정책을 수립해줄 것을 바란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