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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해외환자 유치, 한국의료의 새로운 대안

시론 해외환자 유치, 한국의료의 새로운 대안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8.12.17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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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봉식(서울 노원구의사회장 닥스투어·닥스인터메드(주) 대표이사)
지난 12일 해외환자 유치를 위한 의료법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재석의원 20인 중 12인이 찬성함으로써 통과되었다.

개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가 아닌 외국의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행위'를 무면허의료행위 등을 금지한 규정의 예외조항으로 신설했다. 그러나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유치 대상에서 제외했으며 보험회사·상호회사·보험설계사·보험대리점·보험중개사는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행위를 하지 못하게 했다.

개정안은 또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려는 의료기관은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소개·알선·유인하는 행위 및 이를 사주하는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와 함께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고자 하는 의료기관은 복지부장관령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자본금을 보유하도록 했으며, 특히 이번 개정안에 신설된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복지부장관령이 정하는 병상 수를 초과하여 외국인환자를 유치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이처럼 해외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법안의 개정이 급물살을 타게 되자 해외환자 진료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일부에서 "해외환자 유치로 기초의학이 부실해 진다"는 주장도 하고, "해외환자 진료로 인해 내국인의 진료기회가 더욱 힘들어진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근거가 부족한 주장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의료 현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개정안의 부정적인 관점만 보고 편협한 주장을 하는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기초의학이 부실한 근본 이유는 임상의학에 비해 노력한 만큼의 보상이 되지 않기 때문에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임상의학 분야이지만 소위 의료계의 3D과목이라고 하는 흉부외과·외과·산부인과 등 사고위험이 높은 과목들이 매년 전공의 모집시 지원이 거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는 이들 과를 전공으로 선택할 만한 보상이 없다고 판단한 의사들이 외면한 결과이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 30년간 통제형 의료정책들이 만들어낸 결과로서 오늘날 이러한 잘못된 의료정책에 대한 '시장의 징벌'이라 할 것이다.

해외환자 진료로 인해 내국인의 진료기회가 줄어든다는 주장도 전혀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국민의 의료접근성이 매우 좋다는 것은 이미 너무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오히려 저수가로 인한 의료 쇼핑을 염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진료가 밀려있는 이유는 국민들의 소위 명품 의료에 대한 선호현상 때문이다. 가벼운 질환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꼭 대학병원에 가야만 직성이 풀리는 국민들의 왜곡된 의료 문화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일부 대학병원의 진료예약이 6개월 이상 밀려있는 반면 중소병원의 도산율이 해마다 6%에서 10%를 넘나들고 있다는 사실은 국민들의 의료기관 접근성이 낮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의료 이용 문화의 왜곡과 제도의 부실로 인해 일부 병원으로 쏠림 현상이 발생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왜곡된 의료 이용 문화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의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고 그러한 서비스를 통해 국민의 의료에 대한 인식이 바뀔 때만 가능한 일이다. 해외환자 진료가 활성화되면 다음과 같은 관점에서 한국의 의료문화를 바꾸는데 중요한 모멘텀을 주게 될 것이다.

첫째, 해외환자들에게는 '3시간대기 3분진료'라는 한국식 박리다매 의료문화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해외환자들은 대부분 의사의 설명과 상담을 충분히 받는 것을 기본적으로 요구한다. 한국 방식으로 해외환자를 대하다가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해외환자들에게는 대학병원이라는 권위보다는 의사의 철저한 서비스 마인드가 더욱 중요한 요인인 것이다.

둘째, 해외환자의 진료는 만성적인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의료계에 새로운 돌파구를 제공하여 의료 시스템의 재편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의료관광의 선도국이라고 할 수 있는 싱가포르의 파크웨이 그룹도 의사들의 공동 투자에 의해 만들어진 병원 그룹으로 작년 한 해 동안에만 3만여명이 넘는 해외환자를 치료하였으며 이로 인한 수입은 수억달러에 이른다.

한국이라고 못할 이유가 없지 않는가?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제로섬게임과는 달리 해외환자 진료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의 창출은 전혀 새로운 시장의 개척을 통한 포지티브 섬이 되는 것이다.

셋째, 해외환자 진료가 활성화 되면 내국인에 대한 의료서비스의 역차별 논란이 일게 될 것이다. 해외환자와 내국인 간에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서비스의 차이로 인해 지금의 저보험료·저수가·저급여의 소위 '3저' 패러다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일어나게 될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에 생수가 시판되기 전에 '일부 부유한 계층에서만 생수를 먹게 될 것이라며 양극화 논란이 일었지만 지금에 이르러서 전국민이 생수를 먹게 된 것처럼 해외환자 진료를 통해 얻게 될 모멘텀을 의료 발전에 효율적으로 이용한다면 궁극적으로 한국 의료 서비스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할 뿐만 아니라 의료계의 만성적인 경영난을 해소하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의료서비스는 산업의 규모나 발전성 측면에서 한국의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써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환자 진료에 있어서는 한참이나 앞서가고 있는 선도국들에 비해 우리나라는 이제 막 출발선상에 와 있다. 지금이라도 혁신적인 마인드로 임하여 세계의 환자들이 가장 치료를 받고 싶은 의료관광의 허브가 될 수 있도록 의료계 지도자들의 각성과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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